[매경춘추] 의료관광
수백만의 의료관광객이 국경을 넘어 의료쇼핑을 즐기고 있다. 국가 간, 대륙 간 의료장벽이 무너지고 있다. 나라마다 다른 여러 사정 때문이다. 미국의 관상동맥 우회술 치료비는 무려 우리나라의 열 배다. 영국은 미국보다 진료비 부담은 적지만 대기시간을 비롯한 의료서비스가 형편없다. 검사를 위해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 암환자일 경우 적어도 31일 내에 치료해야 한다는 규칙까지 만들었다.
향후 의료관광 시장의 중심은 단연 아시아가 될 것이다. 인도는 금년에 해외환자 100만명 돌파를 예상한다. 인도의 강점은 저렴한 치료비, 상당한 의료수준과 영어 소통이다. 싱가포르는 관련 정부기관 공동으로 싱가포르메디신이라는 지원기관을 설립해 해외의료마케팅을 전담시키고 인근 아시아지역 환자들을 끌어들였다. 태국은 연간 의료관광 수입 8억달러로 싱가포르와는 달리 북미와 유럽 환자들이 다수다. 뉴스위크지에서 세계 10대 병원으로 선정된 태국의 붐룽랏병원에는 미국 전문의가 200명 이상 근무한다. 이 병원은 병원평가 국제인증인 JCI를 아시아 최초로 획득한 곳이다.
중국의 인기 가수 왕룽이 한국에서 성형수술을 마치고 입국하다가 여권 사진과 실제 얼굴의 차이가 커 공안당국의 조사를 받은 사건은 너무나 유명하다. 그러나 미용성형 같은 개별 병원 중심의 의료관광은 의료산업이라는 측면에서 동남아시아와 비교할 때 경쟁력이 떨어진다. 시장규모나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대학병원에서 해외환자 유치에 성공해야 의료관광 강국으로 위상을 확보할 수 있다.
우리나라를 찾는 해외환자가 매년 두 배 정도의 높은 성장률을 보여 2009년에는 5만명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태국같이 독보적 위치를 다진 나라를 추월하기 위해서는 해외환자 유치 전문 에이전트를 육성하고 국내 병원과 미국 대형 보험사를 연계하는 상품개발 같은 전략이 필요하다. 시범사업으로 미국 현대자동차 근로자와 국내 의료기관 간 건강검진, 진료상품을 추진할 만하다. 또한 의료를 인술이라는 복지의 시각보다는 서비스산업으로 취급하는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제조업을 통한 외화벌이는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 우리나라 의과대학에는 최고의 엘리트들이 입학한다. 이들을 개원의로 양성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국부를 창출하는 의료산업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 의료산업을 통하여 창출한 이익을 저소득층에 환원시키는 제도도 함께 만들어야 한다.
[이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장] 2010.02.05 15:12:12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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