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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희망 ‘집단 면역’… 한국, 내년 10월이 마지노선

산포로 2020. 12. 23. 13:39

마지막 희망 ‘집단 면역’… 한국, 내년 10월이 마지노선

영국, 미국 내년 5~7월 집단면역 달성
항체 지속 기간, 변이·변종 출현 등 ‘걸림돌’
백신 추가 물량 확보와 접종 준비 동시 추진해야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감염병에 있어 ‘집단 면역(herd immunity)’은 유행을 종식할 유일한 수단이다. 전체 인구의 60~71.4%가 특정 감염병에 면역성을 갖게 될 때 확산이 느려지거나 멈추게 된다.

코로나19 백신을 본격 접종하기 시작한 영국과 미국 등 일부 국가는 이르면 내년 5~7월쯤 이런 집단 면역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백신 확보가 다소 늦은 한국이 11월부터 시작된 지금 같은 3차 대유행의 혹독한 겨울을 또다시 맞지 않으려면 내년 9~10월 내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집단 면역에 도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부가 제시한 백신 접종 완료 시점(내년 11월)을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선구매에선 한발 늦었더라도 다양한 백신의 추가 물량 확보에 주력하고 아울러 백신 생산시설 증대, 운송·보관(콜드체인), 전담 의료기관 지정, 백신 효과·부작용 모니터링 시스템, 국민 설득 방안 등 백신 접종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세워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영국, 미국 내년 5~7월 집단면역 가능

 

집단 면역은 자연감염 뒤 회복(항체 형성)되거나 백신 접종을 통해 가능하다. 코로나19 초창기 몇몇 국가에서 ‘느슨한 방역’으로 자연감염에 의한 집단 면역을 추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스웨덴은 최근 국왕이 직접 나서 집단 면역 실패를 공식 선언했다.

대다수 국가는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영국과 미국 등에서 우선 접종에 들어간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최종 3상 임상시험에서 평균 94~95%의 예방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왔다.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정재훈 교수는 22일 “이는 개인 차원의 효과를 말하며 만약 집단에서 95% 효과를 발휘하면 유행 종식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피해가 큰 미국과 영국의 경우 자연감염에 의한 면역 획득에 백신 접종이라는 지원군까지 얻어 집단 면역 달성에 유리해진 면이 있다. 정 교수는 “미국인 집단 면역의 절반 정도는 자연감염에 의한 것이고 여기에 백신 접종까지 이뤄지면 집단 면역 속도는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상황들을 감안할 때 미국은 내년 6~7월쯤 집단 면역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도 환자 수 급증에 따른 자연면역 형성이 어느 정도 돼 있고 총인구보다 훨씬 많은 백신 물량을 확보한 상태에서 이미 접종에 들어갔기 때문에 내년 전반기, 5~6월에는 집단면역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7일부터 화이자 백신 접종에 들어가는 유럽연합 국가 중 일부(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와 인구의 몇 배 분량을 확보하고 접종을 시작한 캐나다를 비롯해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22일 아시아에서 처음 화이자 백신 도착) 등 20여 개국이 내년 전반기에 집단 면역 형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항체 지속 기간, 변이·변종 출현 ‘걸림돌’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 면역 형성에 걸림돌이 없는 건 아니다. 항체 지속 기간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모더나 백신의 경우 4개월 정도 면역 효과가 지속되는 걸로 나타났지만 다른 백신들은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 없다. 면역 유지 기간이 짧으면 백신을 여러 번 맞아야 하거나 독감 백신처럼 매년 접종해야 해 집단 면역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변이·변종 바이러스 출현도 변수다. 최근 영국 등 유럽 국가에 변이 바이러스가 퍼져 전 세계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영국 정부와 백신 제조사들이 “현재 개발된 백신 효과를 무력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김우주 교수는 “만일 현재 백신으로 커버가 안되는 변이·변종 바이러스가 등장한다면 백신 개발의 출발선에 다시 서야 한다. 그렇게 되면 집단 면역 도달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접종 과정에서 새로운 부작용이 발견되거나 백신 원료 부족, 시스템 문제로 공급 과정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정재훈 교수는 “백신 회사 1~2곳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기면 전체 공급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항상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백신 접종 거부도 집단 면역 달성에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

한국, ‘4400만 명분+α’ 확보 주력해야

 

한국 정부가 확보 계획을 밝힌 백신 물량은 전체 인구의 88%인 4400만 명분(6400만 도스)이다. 국제 백신 공동 구매분배 기구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1000만 명분, 제약사와 개별 협상해 3400만 명분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약사와 개별 협상에선 현재 아스트라제네카 1000만 명분만 확실히 구매 계약이 성사된 상황이다. 화이자와 모더나, 존슨앤존슨-얀센은 아직 계약 체결된 것은 아니다. 일각에선 특히 예방 효과가 좋게 나온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확보가 늦어진 데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과는 62~90%(평균 70%)로 먼저 긴급 승인된 두 백신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

또 집단 면역을 앞당기려면 현재의 4400만 명분으로 불충분하며 다른 나라에 비해 첫 접종 시기가 늦은 데 대한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내년 2~3월 도입과 접종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나머지 3개사 제품은 내년 1분기 도입도 어렵다고 했다.

정 교수는 “백신 물량의 경우 전 국민 대상 확보는 필요치 않다. 다만 20~30%는 추가로 더 확보해야 한다”면서 “우리가 협상하는 4곳 중 한 곳에서 구매나 공급, 또는 접종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20~30%의 공급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그만큼의 여유분을 챙겨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우주 교수는 최소한 전 국민 대상이거나 배 이상의 충분한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령자나 만성 질환자들은 항체 형성률이 다소 낮아 집단 면역 효과가 떨어질 수 있고 면역 지속 기간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여러 번 혹은 매년 맞아야 하는 상황에 대처하려면 최대한 많은 양을 확보해 놓는 게 낫다”고 했다. 현재 4곳 외에 3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노바백스나 큐어백 등 다른 제약사와도 최대한 선구매를 서둘러야 한다는 얘기다.

접종 시기나 공급 물량 추가 확보 관련해 다른 목소리도 있다. 한 예방의학 교수는 “백신을 먼저 접종했다고 해서 ‘집단 면역’에 더 빠르게 도달한다고 볼 수도 없고 현재 접종중인 화이자 백신은 운송, 보관이 까다로워 ‘접종 속도’가 늦을 수밖에 없다”면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국내 도입이 늦어질 순 있지만, 유통·보관에서 유리한 점이 많아 들어오면 접종 속도가 화이자 백신 보다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또 “현재 아동·청소년은 임상시험에서 제외돼 맞을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4400만 명분은 적은 물량이 아니며 오히려 앞으로 백신 접종 계획을 잘 세우고 만약을 대비해 다양한 종류의 백신 확보에 주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입력 : 2020-12-2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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