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마약' 청소년 무차별 노출, 과학계 연구 '고군분투'

산포로 2023. 4. 13. 10:47

'마약' 청소년 무차별 노출, 과학계 연구 '고군분투'

마약 검출 땀 패치, 물뽕 마약 사전 확인
연구용 마약 구매, 피험자 선정 등 연구 어려워

 
마약청정국 대한민국이 청소년까지 무차별 노출로 불안이 커지고 있다. 버닝썬, 유명 연예인 투약, 강남 학원가 등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마약은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대검찰청에서 지난 2월 게시한 '2022년 12월 마약류월간동향'에 따르면 22년 국내 마약류사범은 총 1만8395명이다. 10년 전인 2012년(9255명) 대비 약 2배 증가했다. 또 2012년엔 마약류사범 중 미성년자가 38명에 불과했지만 2022년엔 481명으로 약 12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는 지난해 기록을 능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서울 강남 한복판 학원가에선 학생들 대상으로 '집중력에 좋은 음료수'라며 속인 뒤 필로폰이 포함된 음료를 건네 마시게 한 후 학부모를 협박하는 사건도 있었다. 이미 마약이 우리의 일상 속으로 파고들었다는 방증이다.

 

과학계에서도 마약 관련해 몇몇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피부에 패치를 붙여 땀으로 여러 약물을 동시에 검출하는 기술, 사회적 큰 파장을 일으켰던 물뽕을 10초 만에 탐지하는 기술 등이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마약 연구를 하기엔 연구용 마약을 구하는 것부터 시료, 피험자 선정까지  어려움도 적지 않다는 게 연구 현장의 호소다.

 

연일 마약 얘기가 화제인 가운데 과학계에서 진행되는 마약 연구와 연구 현장의 어려움을 알아봤다.

 

 30분 만에 땀으로 배출된 약물 검출

정호상 한국재료연구원 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웨어러블 센서를 붙이고 있는 연구진. [사진=한국재료연구원]
 
정호상 한국재료연구원 나노바이오융합연구실 박사는 2021년 땀으로 약물을 검출할 수 있는 웨어러블 센서를 개발했다.
 
정 박사에 따르면 이론적으로 땀으로도 복용한 약물이 배출된다고 알려졌다. 인간은 체온유지를 위해 하루 일정량의 땀을 증발시키고 땀 검사는 소변 검사와 같이 오염이나 윤리적인 문제에서 자유롭다고 한다.

 

미국 같은 경우엔 상용화된 제품도 있다. 마약을 복용한 사람이 패드를 붙여 배출되는 땀을 일정 기간 수집하고 마약 성분을 추출·분석하여 검출한다. 그러나 수집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숙련된 검사자도 필요하다. 정 박사는 "기존 상용화된 제품을 보니 더 간편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개발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정 박사가 개발한 웨어러블 센서는 30분 정도 부착하고 있으면 결과를 알 수 있다. 길게 붙이고 있을수록 약물의 축적량이 비례해서 늘어나 정확도와 감도가 높아진다.

인체 피부에 부착된 광센서를 통한 실시간 약물 검출 원리. [이미지=한국재료연구원]
 
해당 기술은 신체에 착용 가능한 유연한 소재에 약물의 광신호를 증폭시키는 나노소재를 적용해 땀 속 약물을 검출하는 웨어러블 센서다. 피부에 부착한 형태로 배출되는 땀을 흡수하게 하고 땀 속에 포함된 약물이 센서를 투과해 은 나노선에 도달하게 되면 외부에서 조사된 라만 레이저에 의해 실시간으로 약물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라만 신호는 분자 고유 신호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필로폰, 대마 등 어떠한 약물이 배출돼도 직관적인 성분 식별이 가능하다. 신호가 작다는 단점이 있지만 개발한 나노소재로 신호를 10억배 이상 증폭시켜 검출할 수 있다.

 

또 기존의 마약 또는 약물 키트는 특정 약물만 잡을 수 있는데 라만 분광은 하나의 센서가 분자 고유의 신호를 얻기 때문에 동시에 여러 약물을 알 수 있다. 즉, 하나의 패치가 여러 약물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기술 생산가격도 500원 이하로 매우 저렴하여 스포츠 선수 도핑 테스트로도 쓰일 수 있다. 올림픽같이 대형 운동경기는 모든 선수에 대해 약물검사를 실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이 기술을 활용하면 경기 출전 전 이 패치를 붙이고 경기가 끝나면 검사하는 형태로 가능하다.  해당 내용은 독일 슈피겔(SPIEGEL)지에도 소개된 바 있다. (관련 링크)

 

기존의 키트 보다 간편한 방법으로 다양한 마약 및 약물을 검출할 수 있지만 상용화되진 못했다. 코로나로 진단키트 연구가 활성화된 것도 있지만 국내 특성상 마약 연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론 모든 마약을 검출할 수 있으나 실제 측정은 필로폰이라 불리는 메스암페타민만 측정해볼 수 있었다.

 

정 박사는 "연구개발과제나 기업과제 등 다양한 마약에 대해 기술을 검증해보고 싶지만, 관련 과제가 많지 않기 때문에 연구자가 마약을 연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라고 전했다.

 

이런 마약 연구 한계점으로 상용화하진 못했지만 정 박사는 기술을 고도화하고 변형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 개발한 원천기술을 활용하여 땀뿐만 아니라 침, 소변 등에서도 약물 검사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을 개발했다. 현재는 소재나 센서를 고도화해 암 같은 질병 진단 쪽으로 기술을 변형했고 최근 소변으로 암을 진단하는 센서 기술을 개발했다.

 

◆ 성범죄 사용 마약 물뽕(GHB) 10초만에 탐지
 

실시간 GHB 검출 시스템 개요. [이미지=한국생명공학연구원]
 
마약 검출은 사후 확인이 주를 이루고 있어 사전에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특히 일명 물뽕이라 불리는 GHB는 환각 증세와 강한 흥분 작용을 동반하여 성범죄 등에 활용되는 대표적인 마약이다. 또 무색무취의 약물로 체내에 들어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소변으로 배출되어 사후 검출이 어렵다는 특징이 있어서 사전 보호가 매우 중요하다.

 

권오석 성균관대 나노과학기술원 나노공학과 교수(前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는 2022년 출연연 재직당시 GHB 약물에 반응하는 발색 화합물을 개발했다. 헤메시아닌이란 염료 기반으로 GHB와 만나면 색이 바뀌는 화합물을 만들어 이를 하이드로젤 형태로 제작했다.

 

GHB에 따른 BHEI의 색 변화 및 다양한 활용. [사진=한국생명공학연구원]

 

GHB는 보통 무색무취의 특징을 이용해 물이나 술 등 액체류에 활용된다. 평소 노란색을 띠는 젤이 GHB 성분에 노출되면 마약 성분이 10초 내에 젤 속으로 들어가고 화합물을 만나면 빨간색으로 변한다. 색의 진하기로 마약 농도도 가늠할 수 있다. 미량의 GHB로 육안 확인이 색 변화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게 했다. 
 

개발된 젤은 인체에 무해하고 바를 수 있는 매니큐어 같은 화장품과 여성용품 등 다양한 제품에 코팅할 수 있다. 이 기술은 GHB에만 반응하지만, 현재 다른 마약류에도 반응하는 기술을 지속해 연구하고 있다.

 

◆ 마약 연구 국내에선 쉽지 않아

 

두 연구자 모두 국내에서 마약 연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 표준마약이 없다 보니 해외에서 비싼 값에 사 와야 하고 특정 마약은 팔지도 않는다. 또 검출 연구를 하려면 피험자가 필요한데 마약사범을 피험자로 하기도 쉽지 않다.

 

정 박사는 "제품화가 되려면 임상실험을 진행해야 하는데 국내에선 마약 성분이 있는 시료를 구하기 힘들다. 경찰, 국과수 등에 물어봤지만 마약사범의 땀을 구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라며 "마약 수사에 도움이 되려면 마약마다 체내에 머무르는 시간과 특성이 달라 피험자가 몇 시간 전에 어떤 마약을 했는지 추적 관찰 연구가 필요한데 범법자 대상으로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기는 쉽지 않다"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이어 정 박사는 "최근 집중력 강화약이라고 전달해준 것이 마약이었다. 마약 관련 기술이 국가기관이나 수사가 아닌 일반인의 일상 속에 들어와야 한다"라며 "국가에서 갖고 있는 마약 관련 좋은 원천기술들이 하루빨리 상용화돼 다시 마약으로부터 안전한 나라가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권 교수는 "마약을 구하기도 힘들고 돈도 많이 든다. 미디어에 나오는 마약이 저렴하다는 얘긴 불법에 한정된다. 불법 마약은 순도도 떨어지고 출처가 불분명한 마약으로 연구에는 적합하지 않다"라며 "연구용 마약은 마이크로그람 당 몇백만원 하는 것도 있고 안 파는 것도 많아 연구에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마약 관련 연구를 진행하려면 식약처에 마약 허가인증을 받고 그 사람이 식약처나 기업을 통해 해외에서 마약을 구매해 실험용으로 들여온다. 그는 "국내엔 마약 표준 샘플이 없다. 기관에서 만들어야 하는데 안 만드니 연구가 어렵다"라며 "국내기관에서 표준마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10일 검찰·경찰·관세청으로 구성된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하고 전담인력 총 840명을 배치하고 ▲청소년 대상 마약 공급 ▲인터넷 마약 유통 ▲마약 밀수출입 ▲의료용 마약류 제조·유통을 중점 수사 한다고 밝혔다.

 

헬로디디(hellodd.com) 이주형 기자 jhlee5553@hellodd.com 입력 2023.04.12 1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