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두 바이러스에 동시 감염되면 잡종 바이러스 탄생

산포로 2022. 10. 26. 15:27

두 바이러스에 동시 감염되면 잡종 바이러스 탄생

스코틀랜드 연구진, 인플루엔자A와 RSV 융합바이러스 확인
 
스코틀랜드 연구팀이 계절독감을 유발하는 인플루엔자A와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가 융합된 하이브리드 바이러스를 발견했다고 24일 밝혔다. 연합뉴스 제공

 

겨울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과 계절독감 등 호흡기 감염병에 동시 감염되는 '트윈데믹'이 우려되는 가운데 두 종류의 바이러스에 동시에 감염될 경우 하이브리드(잡종) 바이러스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코틀랜드 의학연구위원회(MRC)-글래스고대 바이러스연구센터 연구팀은 인플루엔자A와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가 융합된 잡종 바이러스를 발견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미생물학' 10월 24일자(현지시간)에 발표했다. 잡종 바이러스는 인간 면역 체계를 회피해 폐 세포를 감염시키는 면역 회피 능력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두 바이러스는 모두 국내에서 늦가을부터 겨울철까지 유행하는 바이러스다. 인플루엔자A는 2009년 전 세계 대유행을 일으킨 뒤 계절성 질환으로 자리잡아 매년 약 500만 명을 감염시킨다. RSV는 5세 미만 유아에게 폐렴과 모세기관지염 등 급성 호흡기 감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다.

 

그동안 한 사람이 두 바이러스에 동시에 감염되는 경우는 흔하게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이 바이러스가 한 세포 내에 존재할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의도적으로 하나의 폐 세포에 두 바이러스를 동시에 감염시켰다. 그러자 두 바이러스가 서로 경쟁하는 대신 하나로 융합돼 야자수 모양의 잡종 바이러스를 형성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잡종 바이러스는 기존 바이러스보다 세포를 감염시키는 능력이 컸다. 만약 폐 세포에 인플루엔자A 항체가 있어 잡종 바이러스에 달라붙더라도 RSV 단백질을 이용해 세포를 감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파블로 무르시아 글래스고대 수의학 및 생명과학과 교수는 "인플루엔자A 바이러스가 잡종 바이러스 입자를 트로이 목마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스군이 목마 속에 숨어 트로이를 함락시킨 것처럼 잡종 바이러스를 이용해 항체를 보유한 세포를 감염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잡종 바이러스는 면역 체계를 회피하도록 도울뿐 아니라 더 넓은 범위의 폐 세포를 감염시킬 수 있다. 인플루엔자A는 코와 목구멍을 감염시키는 반면 RSV는 기도와 폐까지 감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학자인 스티븐 그리핀 영국 리즈대 의대 교수는 "잡종 바이러스가 인간 질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도 "RSV는 인플루엔자A보다 폐로 깊숙이 내려가는 경향이 있으며 감염이 지속될수록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잡종 바이러스가 생겨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여러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아사이언스 (dongascience.com) 이영애 기자 yalee@donga.com 2022.10.25 1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