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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써도써도 불행? 당신도 혹시 부자病 ?

산포로 2009. 12. 8. 10:59

돈을 써도써도 불행? 당신도 혹시 부자病 ?
어플루엔자올리버 제임스 지음, 알마 펴냄

 

쇼핑 중독에 빠져 파산하는 뉴욕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쇼퍼홀릭" 포스터.
뉴욕에 사는 35세 샘은 유산 2조원을 물려받았다. 맨해튼 고급 아파트에서 혼자 호사스럽게 산다. 그러나 고독과 피해망상에 시달려 헤로인에 중독된 적이 있다. 공허함을 달래려고 10대들과 성관계를 맺기도 했다.

반면 택시운전사 쳇은 나이지리아에서 온 이민자다. 수입은 샘의 1000분의 1밖에 안 되지만 가족과 즐겁게 살고 있다. 승객에게 자주 폭행을 당하지만 착하고 낙관적이다. 두 사람을 비교해 보면 돈이 행복을 가져다주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풍요로워질수록 더 많은 것을 욕망하게 된다. 현대인의 탐욕이 만들어낸 질병이 바로 부자병 어플루엔자(Affluenza). 1970년대 초반 휘트먼이 처음 쓰기 시작한 단어로 풍요의 어플루언스(Affluence)와 유행성 감기(질병)를 뜻하는 인플루엔자(Influenza)가 결합됐다. 소비가 오히려 인간을 불행으로 이끄는 병이다. 주요 증상으로는 무력감과 과도한 스트레스, 쇼핑중독, 만성 울혈, 우울증, 채워지지 않는 욕구 등을 꼽을 수 있다.

영국 심리학자 올리버 제임스의 저서 `어플루엔자`는 부자병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소비주의와 외모지상주의, 능력지상주의, 부동산 열풍 등으로 다양하게 변주되는 어플루엔자의 모습을 분석한다.

저자는 전 세계 다양한 직업군과 연령대 사람들을 직접 인터뷰해 부자병 증상을 수집했다. 피지 여성들 사례가 아주 흥미롭다. 1995년 피지에 TV가 보급되면서 여성들이 신경성 장애를 앓기 시작했다. TV 화면에 쉴 새 없이 등장하는 늘씬한 미녀들 때문. 전통적으로 풍만한 여성이 선망의 대상이었으나 TV가 아름다움의 기준을 바꿔놓았다. TV 보급 3년 만에 피지 여성 11%가 다이어트 스트레스로 폭식 후 구토하는 정신질환에 시달렸다. 가정에 TV가 있는 소녀들은 위험이 세 배 높았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 책은 어플루엔자 근본 원인으로 `이기적 자본주의`와 `시장형 성격 인간`의 상호작용을 지목한다. 소비와 시장의 힘이 사람들의 모든 욕구를 채워줄 것이라는 환상을 만들어낸다. 시장형 성격의 인간이란 소유형 인간이다. 사람을 인간 시장 객체로 인식하고 오직 경제적 가치로 평가한다.

어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퍼뜨리는 우울증과 불안은 이기적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공허감을 채우기 위해, 진실하고 친밀한 관계를 향한 욕구를 대체하기 위해 소비에 의지한다. 그러나 갖고 싶은 물건을 손에 넣게 되면 잠시 만족할 뿐이며 또 다른 욕망에 허덕이게 된다.

저자는 "자본주의가 세계 주요 경제체제로 자리잡으면서 어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광고와 TV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TV 화면에 나오는 영화배우와 자신을 비교하면서 자학하게 된다.

문제는 대부분 현대인이 어플루엔자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16가지 질문을 던지며 `네`라는 대답이 많다면 당신도 감염됐다고 주장한다. 그 질문은 정말 부자가 되고 싶나요? 헤어스타일이나 패션에서 뒤떨어지고 싶지 않나요? 내 것과 남의 것을 자주 비교하나요? 나이가 들어가는 흔적을 감추고 싶나요? 유명해지고 싶나요?…. 윤정숙 옮김.알마 펴냄.

[전지현 기자] 2009.11.27 14:38:54 입력 [ⓒ 매일경제 & 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