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 벌어다주면 된다고? 아버지는 다 어디로 갔을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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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란 무엇인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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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경우 아버지상은 파충류와 같은 `무책임한 수컷`에서 시작해 그리스ㆍ로마시대의 가부장적인 아버지, 1ㆍ2차 세계대전을 통해 폭력성에 물들고 위험스러워진 아버지로 변화한다. 신간 `아버지란 무엇인가`(르네상스 펴냄)는 역사를 통해 변화해 온 아버지상을 `진화`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경제발전과 경제공황 속에서 오로지 가족의 생계만을 책임지는 역할로 전락했다고 고발한다. 아버지라는 이미지가 아예 가정에서 실종돼 버린 것이다. 저자는 아버지가 자식을 낳았다는 이유 때문에 획득할 수 있는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고 역설한다. 인류가 오랜 세월 진화과정을 통해 가족을 형성하고 사회를 형성할 수 있었던 힘은 단순히 생물학적인 생존경쟁에서 살아 남았기 때문이 아니라 정신적인 결속력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라는 호칭은 이런 인류의 정신적인 노력과 역사의 발전과정을 담고 있는 것. 가족의 탄생뿐만 아니라 사회의 진보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 왔다. 톱스타 최진실의 자살 사건 이후 한국 사회는 `자식의 양육권과 친권이 누구에게 돌아가야 합당한가`를 놓고 한창 소모적인 논쟁에 시달렸다. 법적인 소송으로 시작된 이 문제는 우리 사회가 아직도 `아버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알린 것이다.
현대사회는 아버지와 자식들 간의 정신적인 결속을 간과하고 있다. 오직 육체적인 공유의 관계로만 파악하고 있다. 이것은 현대사회가 물질적 풍요로움과 다양한 선택의 자유에도 불구하고 내면적으로는 정신적인 결핍에 시달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등교육이 보편화되고 세계의 모든 지식이 공유되는 시대에 정신적인 공허함과 마음의 불안을 채워줄 수 있는 지식은 찾아보기 힘들다.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 즉 `나는 누구인가` `아버지는 어떤 존재인가` `가족이란 무엇이며 사회는 나와 어떤 관련을 맺고 있는가`에 대한 정보는 없는 것이다. 저자는 양육의 권리를 놓고 현대 법률이 생물학적인 혈통만을 문제 삼고 있다는 것은 우리의 정신적인 사회수준이 여전히 동물적인 집단생활 수준에 놓여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아버지상은 진화하지 않은 것이다. 가족과 사회가 바라는 아버지, 인류가 오랜 역사 속에서 찾아 헤맨 진정한 아버지는 남자들만의 몫이 아니다. 아버지를 비판하고 가정 바깥으로 내쫓기보다는 적극적으로 그를 감싸주고 그가 고민하는 것들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작업은 아버지와 함께 이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과 인류의 자식들, 그리고 현대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다. 루이지 조야 지음, 이은정 옮김.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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