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독성 단백질 제거로 끝? 치매 치료 위한 '다중' 약물 개발 필요"

산포로 2022. 6. 23. 09:19

"독성 단백질 제거로 끝? 치매 치료 위한 '다중' 약물 개발 필요"

 

인터뷰
세계적인 치매 치료제 임상의학자
미국 워싱턴의대 데이비드 그릴리 교수

 

치매 치료제 개발에 있어 세계적인 임상의학자로 손꼽히는 미국 워싱턴의대 신경과 데이비드 그릴리(David Greeley) 교수./헬스조선 DB
 
치매는 치료제가 없는 질환이다. 전세계 굴지의 제약사에서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의 돈을 쏟아부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지난해 최초의 치매 치료제라고 기대할 만한 신약 바이오젠의 ‘아두카누맙(제품명:아두헬름)’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지만, 여러 한계점이 드러나고 있다. 치매는 65세 이상 10명 중 1명이 앓을 정도로 흔한 퇴행성 뇌질환인데, 치료제 개발은 요원한 것만 같다.

치매 치료제 개발에 있어 세계적인 임상의학자로 손꼽히는 미국 워싱턴의대 신경과 데이비드 그릴리(David Greeley) 교수<사진>가 방한을 했다. 지금까지 치매 치료·예방과 관련한 60개의 주요 임상을 직접 수행해 온 대표적인 치매 임상의학자다. 바이오젠의 아두카누맙(aducanumab) 임상연구 전 과정에 참여했고, 릴리의 도나네맙(donanemab)의 초기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안전성, 내약성 및 효능 평가를 진행 중이다. 또한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인 아리바이오가 경구용 치매 치료제로 개발 중인 ‘AR1001’의 임상2상·3상 시험 핵심 연구자로 참여하고 있다. 아리바이오 초청으로 방한한 그를 만나 치매 치료제 개발 트렌드에 대해 들었다.

-치매의 원인은?


치매는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퇴행성 뇌질환으로, 뇌신경세포가 파괴돼 인지능력이 떨어지고 일상생활 능력이 저하되는 증상을 보인다. 그러나 이런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10년 전부터 병이 진행된다. 여러 원인이 있지만,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것이 뇌의 대사 산물인 ‘베타아밀로이드’ ‘타우’ 단백질 축적이다. 이들 단백질이 신경세포를 파괴하는 것. 이런 병의 기전 때문에 많은 글로벌 제약사에서 독성 단백질인 베타아밀로이드, 타우 단백질 제거를 타깃으로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개발된 아두카누맙도 뇌의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작용 기전을 가지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이 치매의 대표 원인 질환이 아니다?

치매를 일으키는 병으로는 알츠하이머병이 대표적이다. 적어도 치매 환자 10명 중 6명은 알츠하이머병 때문에 뇌가 위축돼 치매가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왔다. 그러나 치매가 그렇게 간단한 병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사망한 치매 환자를 분석해보니14%만 오로지 알츠하이머병이 원인이었다. 나머지는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 알츠하이머병과 루이소체 치매, 알츠하이머병과 헌팅턴병 등이 복합적으로 있었다. 치매가 그렇게 간단한 기전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며 원인 규명 자체를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약 개발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초 치매 치료제로 기대를 받는 ‘아두카누맙’ 임상시험을 했다?

바이오젠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카누맙은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해 뇌신경세포를 회복시키고 증상 개선을 도모하는 약이다. 기존 약이 치매 진행 속도를 늦추는 정도의 효과를 보이는 것과 달리, ‘치료’까지 기대할 수 있어 전세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임상시험 결과, 베타아밀로이드 제거가 돼도 환자의 인지기능이나 일상 생활 능력이 기대 만큼 효과를 나타내지 않았다. 오랜 기간 뇌에 축적된 베타아밀로이드가 갑자기 제거되는 과정에서 일부 환자는 뇌출혈·뇌부종 등 부작용 위험도 있었다. 20년 만에 미국 FDA로부터 치매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지만 조건부 승인으로 임상 4상을 통해 약의 효능과 안전성을 추가로 입증해야 한다. 미국 노인의료보험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나?

치료제 개발에 앞서 치매 환자 정의를 명확하게 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최근 치매의 영상적 진단과 바이오 마커 진단 분야갸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치매 정의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앞서 얘기했듯이 오롯이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치매는 전체 치매의 14% 밖에 안 되고 다른 질환과 같이 있는 경우가 많다. 베타아밀로이드와 관련 없이 치매가 발병하는 경우도 많다.

-여러 요인을 타깃으로 하는 다중기전 치료제 개발이 주목 받고 있다?

치매는 노화와 같이 온다. 정확한 원인을 모르고 다중 요인에 의해서 발생한다는 가설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베타아밀로이드 제거라는 단일 기전보다 신경세포 회복을 위한  다양한 기전을 가진 치료제 개발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한가지 약물이 다양한 기전을 갖고 있든지, 아니면 여러 약물을 섞는 칵테일 요법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다중기전 치매 치료제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내서 개발 중인 치매 치료제 임상을 하고 있다?

아리바이오의 AR1001은 대표적인 다중기전 치료제를 표방한다. 신경세포 사멸억제(CREB Activation) 신경세포 시냅스 가소성 증가(Wnt Signaling Activation) 베타아밀로이드·타우 단백질 제거(Autophagy Activation) 3가지를 타깃으로 치매 치료를 한다. 경증·중등증 치매 환자 210명을 대상으로 52주간 시행한 임상2상시험 결과, 뇌혈류가 증가됐고 독성 단백질이 감소했다. 무엇보다 다른 치매 치료제와 달리 인지기능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안전성 역시 큰 문제가 없다고 미FDA로부터 인정을 받았다. 또한 AR1001은 혈류, 뇌 장벽(BBB) 투과성이 다른 치료제(PDE5억제제)에 비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아리바이오는 최근 미국 FDA와 치매치료제 AR1001의 임상 2상 종료 미팅을 성공적으로 완료, 오는 7월 미국 FDA에 글로벌 3상 허가 신청과 함께 12월 환자 투약을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