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 낮추고 더 쉽게 만들 수 있는 ‘B형 간염 바이러스 침투저해 약물’ 개발

[메디컬투데이=남연희 기자] 국내 연구진이 B형 간염 바이러스 침입 저해 효과를 보이는 고리형 펩타이드 기반 약물을 개발했다. 이는 기존 약물과 유사한 수준의 효과를 지니면서 독성은 낮고 더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스트(광주과학기술원)는 화학과 서지원 교수 공동연구팀이 간암 원인의 70%를 차지하는 B형 간염 바이러스의 간세포 침입을 막는 고리형 펩타이드 기반의 약물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B형 간염은 B형 감염 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하는 간의 염증성 질환으로, 만성 B형 간염이 있으면 간에 지속적인 염증이 일어나 간경화와 간암이 발병할 위험이 높아진다. 4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만성 B형 간염 환자의 완치율은 약 5%로, 대부분 장기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새로운 약물 개발이 시급하다.
최근 B형 간염 바이러스의 활성화를 방해하는 여러 약물을 동시에 사용하는 병용 요법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인데, 병용 요법을 위해서는 바이러스 발달의 각 단계를 저해할 수 있는 약물 개발이 필요하다.
그 중 B형 간염 바이러스의 발달 초기 단계에서 간세포 내 침입을 방해하는 약물은 B형 간염 바이러스가 간세포로 침입할 때 관여하는 나트륨-타우로콜산 공동 수송 단백질에 붙음으로써 바이러스의 침입을 억제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약물 중에는 사이클로스포린A가 B형 간염 바이러스 침입 저해 효과를 나타냈지만, 사이클로스포린A 기반의 물질은 근본적으로 합성이 어렵고, 부작용 및 독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서지원 교수 공동연구팀은 사이클로스포린A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사이클로스포린A의 구조적 유사체인 ‘사이클로스포린O’를 기반으로 라이브러리를 합성했다. 여기에 더해 아미노산 일부는 펩토이드를 도입함으로써 합성의 용이함과 구조적 다양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이러한 전략을 통해 연구팀은 사이클로스포린A와 비교했을 때 B형 간염 바이러스 침입 억제 효과는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합성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었다.
또한 사이클로스포린A에서 나타나는 부작용 및 독성 문제를 해결한 유도체를 확보했다.
즉, 사이클로스포린O 골격에 펩토이드를 도입함으로써 약물을 빠르게 발굴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대규모 구조-활성 상관관계 연구를 통해 B형 간염 바이러스 침입 억제 효과가 향상된 유도체 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지원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중분자 신약 개발에서 중요한 분자 플랫폼인 고리형 펩타이드를 이용한 신약 개발에 중요한 디자인 원리를 제시했다”며 “이 고리형 펩타이드 구조를 이용해 항바이러스 등 감염병 치료제 신약 개발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연구개발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및 지스트의 GRI(GIST 연구원)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의 성과는 Elsevier가 발행하는 의약화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생물유기화학과 의약화학(Bioorganic and Medicinal Chemistry)’에 지난 6월 6일 온라인 게재됐다.
메디컬투데이(mdtoday.co.kr) 남연희 기자(ralph0407@mdtoday.co.kr) 2022-07-07 09:5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