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분해 운명 결정의 근본적인 해답 발견, 분해기반 신약개발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 제공
DGIST 뉴바이올로지학과 이병훈 교수 연구팀은 하버드의대, 막스플랑크 연구소, 보훔 루르 대학과의 해외 협력연구를 통해 단백질분해 과정을 조절하는 새로운 탈유비퀴틴화 효소의 작용 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향후 단백질분해를 응용하는 신약 개발을 위해 획기적인 패러다임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포 내 단백질 항상성(protein homeostasis)의 성공적인 유지를 위해서는 유비퀴틴-프로테오좀 시스템(ubiquitin-proteasome system)으로 대표되는 단백질분해(proteolysis) 조절기전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단백질분해 마스터 효소 복합체인 프로테오좀(proteasome)과 단백질분해 조절 효소인 탈유비퀴틴화 효소(deubiquitinating enzyme)가 단백질분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함은 잘 알려져 있지만, 실제적으로 어떠한 분자적인 작용 원리에 의해 단백질분해가 조절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이에 DGIST 이병훈 교수팀은 프로테오좀 상에 존재하는 탈유비퀴틴화 효소인 Ubp6/USP14이 일종의 “알로스테릭 스위치(allosteric switch)”로 작용하여 단백질기질 분해를 정교하게 조절할 수 있음을 규명하였다. 이러한 스위치를 통해 프로테오좀과 탈유비퀴틴화 효소는 서로 간에 일종의 양방향 시그널을 주고받으면서, 단백질기질 분해 여부와 함께 분해를 위한 최적의 타이밍을 결정하게 된다.
해당 연구를 통해 그동안 학계에 난제로 남아 있던 “프로테오좀이 정확히 언제, 어떻게 단백질기질의 분해 운명을 결정하는지”에 대해 단백질 턴오버 동역학(protein turnover kinetics) 측면의 결정적 단서를 발견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이번 연구를 통해 현재 가장 중요한 약물 타겟 중 하나인 단백질분해 시스템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고, 프로테오좀과 탈유비퀴틴화 효소를 능동적으로 조절함으로써 질병단백질의 효과적인 분해를 유도하는 유망한 신약후보물질을 개발할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연구에 공동교신저자로 참여한 DGIST 뉴바이올로지학과 이병훈 교수는 “그동안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던 단백질분해 운명 결정의 근본적인 해답을 찾았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교과서를 다시 쓸 정도의 큰 이정표가 되는 성과”라고 밝혔다. 또한, “현재 신약개발 분야에서 매우 각광받고 있는 분해유도기법을 이용한 질병단백질 제거와 난치성 질병 제어를 목표로 해서, 분해 조절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치료 기법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지원사업, 기초연구실지원사업(BRL), 그리고 DGIST의 그랜드챌린지연구혁신프로젝트(P-CoE)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결과는 국제저명학술지인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2월 11일(금) 온라인 게재됐다.
연 구 결 과 개 요
Allosteric control of Ubp6 and the proteasome via a bidirectional switch(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2-28186-y)
Ka Ying Sharon Hung, Sven Klumpe, Markus R. Eisele, Suzanne Elsasser, Geng Tian, Shuangwu Sun, Jamie A. Moroco, Tat Cheung Cheng, Tapan Joshi, Timo Seibel, Duco Van Dalen, Xin-Hua Feng, Ying Lu, Huib Ovaa, John R. Engen, Byung-Hoon Lee#, Till Rudack#, Eri Sakata#, Daniel Finley#
(Nature Communications, on-line published on February 11th, 2022)
단백질분해 마스터 효소인 프로테오좀(proteasome)은 유비퀴틴 표지(ubiquitin tag)를 선택적으로 인식함으로써 수천 종 이상의 단백질기질을 분해할 수 있다. 하지만 프로테오좀이 어떻게 단백질의 분해 운명을 결정하고, 정확히 언제, 어떻게 기질이 분해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본 연구에서는 프로테오좀 상에 존재하는 탈유비퀴틴화 효소 Ubp6/USP14이 유비퀴틴화된 기질을 편집(editing)하면서 단백질분해 여부와 속도를 결정할 수 있음을 증명하였다. 이 과정에서 Ubp6/USP14은 프로테오좀을 활성 억제 상태의 독특한 구조로 전환시키며, 동시에 프로테오좀은 반대로 Ubp6/USP14의 탈유비퀴틴화 활성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나타낸다. 프로테오좀 억제와 Ubp6/USP14 활성은 하나의 결합 부위(binding interface)로 연결되며, 이는 마치 “알로스테릭 스위치(allosteric switch)”처럼 작용하여 서로의 활성을 on-and-off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호 양방향 작용을 통해 기질의 분해여부를 결정하기도 하고, 분해를 위한 최적의 타이밍을 정교하게 조절할 수 있다. 단백질분해 시스템이 매우 중요한 약물 타겟이기 때문에 본 연구를 통해 새로운 차원의 분해기반 치료 전략이 도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 구 결 과 문 답
이번 성과 무엇이 다른가
프로테오좀은 유비퀴틴이 표지된 수천 종 이상의 단백질을 분해하면서 세포와 개체를 위한 단백질 항상성과 단백질 기능 유지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프로테오좀이 어떻게 단백질을 분해 여부를 결정하고, 분해하는 과정에서도 정확히 언제, 어떻게 분해시키는지에 대해서는 그동안 큰 미스터리로 남아있었다. 본 연구를 통해 프로테오좀 상에 존재하는 탈유비퀴틴화 효소가 프로테오좀과 함께 작용해 단백질기질의 분해 운명과 타이밍을 결정한다는 것을 최초로 밝혀내었다.
어디에 쓸 수 있나
프로테오좀 저해제는 블록버스터 약물로 개발되어 현재 항암제로 사용되고 있고, 또한, 최근 폭발적으로 연구되고 있는 프로탁(PROTAC) 약물들은 차세대 치료기법으로 엄청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은 모두 단백질분해 조절에 기반한 신약개발기술이기 때문에, 본 연구를 통해 프로테오좀과 탈유비퀴틴화 효소를 능동적으로 조절함으로써 질병단백질의 효과적인 분해와 질병을 제어할 수 있는 유망한 신약후보물질을 개발할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용화까지 필요한 시간과 과제는
많은 생물학 연구가 그렇듯 연구결과를 단시간 안에 실용화 시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본 연구의 일차적인 가치는 기존 단백질분해 분야에서 난제로 남아 있던 단백질기질의 분해 운명 결정과 근본적인 분해 조절 원리의 규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실제로 분해 조절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치료 기법을 개발하려는 연구를 진행 중이며, 이를 실용화하기 위해서 5 ~ 10년의 집중적인 노력과 꾸준한 인내심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연구를 시작한 계기는
본 연구자는 단백질분해 분야에서 15년 가까이 연구해 오면서, 프로테오좀과 탈유비퀴틴화 효소 등의 분해를 담당하거나 조절할 수 있는 효소들에 대해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특히, 이러한 단백질분해 효소들이 기질을 단순하게 분해하는 차원을 넘어서,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방식으로 그리고 여러 차원에서 단백질분해를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매료되어 왔다. 본 연구도 이러한 관심의 연장선상에서 수행되어 왔다.
어떤 의미가 있는가
본 연구는 그동안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던 프로테오좀에 의한 단백질분해 운명 결정의 근본적인 해답을 찾았다는 점에서, 교과서를 다시 쓸 정도로 큰 마일스톤이 되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프로테오좀, 탈유비퀴틴화 효소와 같은 단백질분해 시스템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함으로써 분해 조절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치료 기법을 개발할 기회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DGIST에 처음 임용되어 학생, 연구원이 없던 어려운 여건에서도 직접 실험을 진행하고, 해외 협력연구의 기회도 모색하면서 이러한 연구 성과를 이루어 냈다는 점에서 매우 값진 경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개발되어 간판으로 내세울 만한 신약은 전무한 상황이고, 본인이 연구하는 단백질분해 분야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우리 실험실에서의 단백질분해 연구를 바탕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최초로 독창적인 표적단백질분해기법을 이용하는 새로운 혁신 신약을 개발하고자하는 열망을 가지고 있다.
[그림 1] 프로테오좀과 탈유비퀴틴화 효소 Ubp6/USP14의 양방향 상호작용 기전
프로테오좀 상에 존재하는 탈유비퀴틴화 효소인 Ubp6/USP14은 일종의 “알로스테릭 스위치”로 작용하여 프로테오좀과 탈유비퀴틴화 효소 상호 간에 일종의 양방향 on-and-off 시그널을 주고받으면서, 단백질기질 분해 여부와 분해를 위한 최적의 타이밍을 결정하게 된다
생명과학 DGIST (2022-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