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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의 부활]다윈 진화론의 핵심은 종의 다양성

산포로 2009. 3. 11. 12:01

다윈의 부활]다윈 진화론의 핵심은 종의 다양성

"적응하는 개체만 생존" 자연선택설 주장
인문학은 물론 자연과학에까지 큰 영향

 


◆다윈 탄생 200주년ㆍ종의 기원 발간 150주년◆

마르크스, 프로이트 그리고 다윈. 이들은 19세기를 지나 20세기를 거쳐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세 명의 사상가들입니다. 이들 중 다윈은 진화론이라는 관점에서 세상의 탄생과 변화를 이야기했습니다. 그의 진화론은 마르크스의 공산주의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 탄생하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요. 지난 2월 12일은 다윈이 탄생한지 200주년이 되고, 출판되자마자 순식간에 팔려나가면서 종교계와 과학계의 치열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종의 기원`이 나온지 150주년이 된 의미 있는 날입니다. 다윈의 진화론은 세상에 빛을 보기 시작한 이후부터 모든 학문에 영향을 미치고 끊임없는 논쟁을 만들어 내면서 스스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진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지금, 다윈의 진화론이 무엇인지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이 책에 제시된 견해들이 진리임을 확신하지만, 오랜 세월 나의 견해와 정반대 관점에서 보아왔던 다수의 사실들로 머릿속이 꽉 채워진 노련한 자연사학자들이 이것을 믿어주리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는다.…지구상에서 살아남는 종족은 가장 강한 종족도 아니고 가장 지적인 종족도 아닌 환경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족이다." 1859년 첫 출간돼 하루 만에 1250부가 팔려나갈 정도로 유럽 전역에 관심의 대상이 됐던 다윈의 `종의 기원` 중 한 문장이다.

올해는 다윈 탄생 200주년이자 `종의 기원` 발간 150주년이다.

◆ 사회학 철학 등 인문학에 영향 =

진화론이라는 것이 다윈 이전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다가 갑자기 발견해 낸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진화에 관한 투박한 개념은 있었다. 다만 과학적 이론으로 발전하지 못했을 뿐이다. 이런 진화론을 체계적인 과학으로 만든 것이 19세기 초 라마르크다.

라마르크의 진화론은 `용불용설`로 표현된다. 이는 생물은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있어, 자주 사용하는 기관은 발달하고 사용하지 않는 기관은 퇴화하여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라마르크가 말한 것처럼 획득형질은 유전되지 않는다. 이 사실을 알아낸 다윈은 생물의 종은 환경에 적합한 방향으로 진화한다는 `자연선택설`을 주장해 진화론을 사실상 완성했다.

19세기부터 현재까지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다윈의 진화론은 처음에는 자연과학 분야보다는 철학과 사회학, 정치학, 경제학 등 인문사회학 분야에 영향을 끼쳤다. 우리가 흔히 다윈의 진화론을 이야기할 때 들먹이는 `적자생존`이라는 단어도 영국의 사회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인 허버트 스펜서가 처음 사용한 용어다. 과학분야에서 다윈의 진화론이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은 1900년 멘델의 유전법칙이 재발견되면서부터였다. 그러나 1945년 분자생물학이 발달하기 전까지는 생물학에서 진화의 개념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인식 과학문화연구소장은 "자연선택으로 대표되는 다윈의 진화론은 과학이면서 사상이기도 하기 때문에 인문학은 물론 과학 등과도 다양하게 결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 `융합`의 원천이 될 수 있다"며 "다윈의 진화론은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쳐 스스로 진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모든 과학에서 기본개념 =

지난 150년 동안 진화론 자체도 진화를 거듭하면서 많은 학문들의 내용을 풍부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현대에 들어 발전한 유전학, 발생학, 수학, 통계학, 지질학 등은 진화론적 관점을 발전시키는 역할을 했다.

장대익 동덕여대 교수는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고 응용하는 분야에서 진화론은 케케묵은 과거의 학문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젊은 학문"이라며 "이타성의 진화를 설명하는 진화윤리학, 다윈의 눈으로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이해하려는 진화심리학, 심지어는 종교현상까지 진화의 산물로 이해하려는 시도까지 다윈의 사상은 끊임없이 종 분화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중에서 무엇보다도 다윈의 진화론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분야는 생물학과 의학이다. 이유없는 가려움증, 아토피, 천식, 류머티즘 등 현대의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질병들에 대해 진화의학은 이런 질병들이 적응에 의해 진화된 우리 신체의 방어체계라고 설명하고 있다.

다윈의 진화론은 진화생물학과 인지심리학을 결합시켜 진화심리학이라는 분야를 만들어냈다. 진화심리학은 뇌를 컴퓨터로 보고 신경회로망들은 환경에 적절한 행동을 일으키도록 설계돼 있으며, 상이한 문제 해결을 위해 제각기 전문화된 신경회로망이 존재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는 "훌륭한 학술이론이 갖춰야 할 속성으로 단순성과 응용성, 직관적 아름다움을 꼽을 수 있는데 다윈의 진화론이 가진 최고 미덕은 간결함"이라며 "단순한 설명으로 놀랍도록 화려한 수많은 모습의 생명 탄생을 말해주는 진화의 개념을 통하지 않고서는 생물학은 물론 우리 삶의 그 무엇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다윈의 진화론은]

■ 원숭이는 결코 인간이 될 수 없어요

현대인의 세계관을 바꾼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에 대해서 여전히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 많은 사람은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아 유리한 형질을 자신의 집단 속으로 퍼뜨리고 부적자는 뒤처진다는 `적자생존`이 자연선택론의 전부인 것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진화론은 단순히 부적자가 생존 환경에서 사라지는 것만이 아니라 세대를 거듭하면서 생물 기능 중에서 유리한 부분만을 선택해 보전시킴으로써 적자를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생물종에서 적합자가 나오기 위해서는 종의 다양성이 우선 확보돼야 한다. 진화생물학자인 에른스트 마이어에 따르면 다윈의 진화론은 다섯 가지 이론이 하나로 통일된 것이다. 즉 △생물종은 시간에 따라 변화한다는 종의 가변성 △지구상의 모든 종이 하나의 공동 조상에서 기원했다는 공동 후손 개념 △한 종에서 다른 종으로 진화가 일어나 새로운 종의 수가 증가한다는 종의 증가 개념 △진화는 점진적으로 일어난다는 단계주의 △자연선택론 등 5가지 개념이 결합된 것이 다윈의 진화론이다.

다윈 이전의 진화론에서는 하등동물이 시간이 흐르면서 고등동물로 진화한다는 `사다리 모형`이었다. 즉 원시 밀림에 있는 원숭이도 많은 시간이 흐르면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윈은 나무가 가지를 치는 것처럼 진화가 이루어진다는 `나무 모형`을 제시했다. 즉 조상은 같을지 몰라도 원숭이는 인간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유용하 기자]2009.03.10 15:48:21 입력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09&no=151339

* [사이언스 북] 다윈의 행간을 읽어라
아직도 `진화=진보` 라고 믿나요?

◆유용하 기자의 책으로 읽는 과학◆

"다윈주의의 본질은 자연선택이 최적자를 창조한다는 주장에 담겨 있다. 변이는 어디에서나 일어나고 그 방향은 임의적이다. 그것은 소재를 공급해 줄 뿐이다. 자연선택은 진화라는 변화의 방향을 지시한다. 그것은 선호되는 변이종들을 보전하고 점진적으로 적응도를 쌓아 올린다."

`종의 기원`을 통해 자연선택을 통한 진화론을 주장한 다윈은 모든 진화는 방향성을 갖지 않고 진행된다고 강조했다. 사실 직선적이고 일방향적인 사고에 익숙한 현대인들은 인간이란 존재는 미리 예정된 과정에서 생겨난 가장 위대한 창조물이기 때문에 지구와 생물들을 지배하고 소유할 수 있는 운명을 갖고 있으며, 일진일퇴를 거듭하기는 하지만 진보를 향해 가고 있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영국 사회학자 허버트 스펜서가 이야기한 `적자생존`이란 용어가 대표적이다. 그는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를 진보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다윈이 비둘기 육종에서 인위적 선택에 빗댄 것에서 오해가 시작된 것이다. 인위적 선택 과정에서는 우월한 형질과 도태시켜야 할 개체가 사전에 결정돼 있다는 내용 때문에 자연선택 역시 자연계는 적절한 방향으로 변화하지 못한 불운한 개체를 말살시키는 비인간적인 원리로 인식됐다.

그러나 굴드는 자연선택이란 완성을 추구하는 개선의 과정이 아니라 국지적 환경에서 생존하기에 보다 나은 설계로 이뤄진 생물종들을 차등적으로 보전함으로써 변화하는 환경을 따라잡는 작업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생물들은 절대적인 기준에 의해 골라내지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에 상대적으로 적합한 형태적ㆍ생리적ㆍ행동적 형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살아남은 것이고 그렇게 살아남은 형질들이 축적되어 자손들의 적응도를 높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런 국지적 적응은 기생생물들처럼 퇴화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래서 다윈은 고등(higher) 또는 하등(lower)이라는 말을 쓰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다윈이 이야기한 진화론은 오만한 발전주의적 생각들을 부정함으로써 기계론적이고 황폐해진 세상을 구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사고를 저변에 깔고 있다. 실제로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이자 다윈과 함께 20세기에 가장 영향력이 큰 사상자로 꼽히는 지그문트 프로이트 역시 이 같은 다윈주의적 사고방식에 동의했다.

그는 인류가 과학으로 인해 유치한 자존심에 두 번이나 모욕(?)을 당했다고 지적하며, 첫 번째가 지동설이고 두 번째가 진화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지동설로 인해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 거대한 우주 속의 한 점 티끌에 지나지 않으며, 진화론으로 인해 인간은 신의 고귀한 피조물로서 특권을 박탈당하고 동물 중 하나로 격하됐다는 것이다.

`다윈 이후:다윈주의에 대한 오해와 이해를 말하다(Ever Since Darwin: Reflections on the Natural History)`라는 이 책은 다윈 탄생 200주년, 종의 기원 출간 150주년을 맞아 나온 수많은 서적들 사이에서 다윈의 생물관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어 가장 돋보인다. 특히 우아한 글솜씨와 풍부한 지식으로 19세기와 20세기를 거치며 정치ㆍ사회ㆍ문화적 흐름 속에서 다윈 사상이 어떻게 왜곡되고 확산됐으며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인 진화학자인 저자 스티븐 제이 굴드는 미국의 대표적 TV과학 프로그램인 `노바(NOVA)`를 통해 강의하는 등 다윈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 맞서 다윈주의의 정확함을 옹호하는데 평생을 바쳤다. 이 때문에 다윈 당대에 진화론의 최대 옹호자였던 토머스 헉슬리처럼 `다윈의 불독` `진화론의 투사`라고 불리기도 했다.

1959년 `종의 기원` 출간 100주년 기념식장에서도 미국의 유명한 유전학자 허먼 J 멀러가 "다윈 이후 100년이면 이제 충분하지 않습니까?"라고 불평을 토로했다. 그로부터 50년이 더 지난 지금에도 다윈의 진화론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는 있지만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는 것이 현실이다.

굴드는 이 책에서 분명히 `다윈으로 돌아가자!`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는 다윈주의가 자연과 학문의 다양성을 인지하고 각각을 아우르며 새로운 경지에 이르게 하는 `사상의 창조력 추진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다윈주의가 지질학은 물론 사회사, 정치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지만 그 저변에는 다윈이 구상했던 대로 진화론이라는 공통의 실에 꿰여 하나가 되고 있다고 본다. 물론 다른 분야들과의 교차는 생물 진화와 관련된 부분에 한정된다고 선을 긋고는 있지만, 인문학과 사회과학적 통찰이 자연과학적 통찰과 결합할 수 있는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어 진화생물학이 가진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굴드가 생전에 비판의 대상으로 삼았던 미국 하버드대 에드워드 윌슨 교수의 주장과도 어느 정도 비슷하다. 윌슨 교수는 사회생물학을 바탕으로 모든 학문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통섭(consilience)`이란 개념을 주장했다. 실제로 굴드와 윌슨 교수 주장처럼 현대 진화생물학은 행동생태학, 진화발생생물학, 다윈의학, 생물철학, 진화경제학, 진화심리학 등으로 그 영역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

* [다윈 이후]스티븐 제이 굴드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

"과학은 `조직화된 상식`이 아니다. 과학이 우리를 열광하게 하는 것은, 우리 인간들이 직관이라고 부르는 오랜 역사를 지닌 인간 중심적 편견에 대항하여 막강한 이론들을 적용함으로써 우리의 세계관을 재구성한다는 점이다."

과학은 항상 사회의 영향을 받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사실의 강한 제약 속에서 존재하고 있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갈릴레오를 박해했던 가톨릭 교회는 그와 화해하게 됐다.

그러나 인간의 지능과 심리 등 복합적인 인간 형질의 유전적 성분을 연구할 경우 우리가 실제로 알고 있는 명확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사실이라는 제약에서 해방돼 이런 저런 논란이 발생하고, 과학이 사회적 정치적 영향력에 노출돼 따르게 되는 것이다.

여전히 우리를 사로잡고 있는 `과학=발전` `진화=진보`라는 개념은 과학에 대해서 냉철하게 바라보지 못하고 스포츠경기처럼 열광만을 불러일으킨다. 열광은 그만큼의 실망과 패배감만 가져다준다. 다윈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지구상 피조물들 사이에서 결코 우수한 종이 아니라는 점과 현상을 냉철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아닐까.

[유용하 기자]2009.03.10 15:47:36 입력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09&no=151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