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리거나 비틀어도 무선통신 되는 '전자 피부' 개발
[사이언스 카페]
고무처럼 늘리거나 비틀어도 무선 통신 장애가 발생하지 않는 ‘전자 피부’를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를 머리와 손목을 비롯해 인체에 착용하면 뇌파와 맥박 등이 정밀하게 측정, 전송돼 웨어러블(착용형) 헬스케어 기기에 폭넓게 사용될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양대 정예환·유형석 교수 연구팀이 물리적 변형을 가해도 무선 통신 성능이 유지되는 전자 피부를 세계 처음으로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과기정통부 기초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전자 피부는 딱딱한 전자 소자를 유연하게 만든 것으로, 피부에 붙이거나 체내에 삽입해 온도, 습도, 압력 등 외부 자극을 감지할 수 있다. 기존 전자 피부는 조금만 늘어나거나 구부러져도 무선 통신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고 전력 효율도 낮아지는 문제가 있었다. 작은 변화만으로도 작동 주파수 대역이 변화해 통신 장애가 발생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런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새로운 소재 개발에 나섰다. 신축성을 가진 고무 재질의 기판에 세라믹 나노 입자를 혼합하고, 나노 입자 특성을 활용한 공정을 통해 고무처럼 늘리거나 줄여도 무선 통신 성능을 유지하는 기판 개발에 성공했다. 이번에 개발된 전자 피부는 어떤 방향으로 비틀거나 구겨도 최대 90m 장거리에서도 무선 통신 성능이 저하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실제로 인체에 붙여 뇌파, 신체의 움직임, 피부 온도, 근육 신호 등 신호들을 30m 이상 장거리에서도 측정 가능함을 확인했다. 이들은 “전자 피부와 관련해 특허 출원을 완료했고, 상업화 단계를 밟고 있다”며 “차세대 통신 기술인 6G 이동통신 기능을 탑재한 신축성 무선 웨어러블 기기 개발도 착수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chosun.com) 김효인 기자 입력 2024.05.23. 0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