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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려도 이렇게 느릴 수가…‘살아있는 화석’ 실러캔스 50대 후반 임신해 100년간 산다

산포로 2021. 6. 18. 14:56

느려도 이렇게 느릴 수가…‘살아있는 화석’ 실러캔스 50대 후반 임신해 100년간 산다

 

미국 스미스소니언박물관에 보관된 실러캔스 표본. 미국 스미스소니언박물관 제공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물고기 실러캔스의 수명이 최대 100년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실러캔스는 발달 속도가 매우 느려 암컷은 50대 후반에서야 가임기에 접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켈리 마헤 프랑스해양개발연구소(IFREMER) 어류연구소장이 이끄는 연구팀은 비늘을 이용해 어류의 노화를 측정하는 기법으로 실러캔스 표본 27점에서 얻은 비늘을 조사해 실러캔스의 수명이 최대 100년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17일자에 발표했다. 


실러캔스는 1938년 남아프리카 연안에서 처음 발견되면서 ‘살아있는 화석’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약 6500만 년 전 공룡과 함께 멸종한 것으로 추정된 화석 기록과 거의 똑같았기 때문이다. 실러캔스는 약 4억2000만 년 전 지구에 출현했으며, 6500만 년 전 공룡을 멸종시킨 소행성 충돌에서도 살아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실러캔스는 어류이면서도 길이 1.8m, 무게 100kg의 거구에, 알이 아닌 새끼를 낳고, 네 다리를 가진 동물처럼 가슴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가 일정한 리듬에 따라 움직이는 특징을 보여 그간 육상동물의 진화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잘 발견되지 않아 생태학적 특성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에 모습을 드러낸 건 1988년과 1998년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간 과학자들은 실러캔스의 수명을 20년 정도로 추정했다. 이는 실러캔스 몸통에 나이테처럼 새겨진 선을 세어서 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 연구진은 편광 기법을 이용해 뚜렷한 큰 선에 감춰져 있던 작은 선 5개를 찾아냈다. 연구진은 작은 선 1개가 수명으로는 1년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조사 대상으로 삼은 표본을 통해 가장 오래된 실러캔스가 84년간 살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배아의 나이도 조사한 결과 가장 어린 배아는 5년, 가장 큰 배아는 9년이어서 암컷의 가임 기간이 5년일 것으로 추정했다. 또 실러캔스의 성장 속도가 워낙 느려 암컷은 50대 후반이 돼서야 임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컷 실러캔스는 40~69세에야 성체로 성장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마헤 소장은 논문에서 “실러캔스는 어류 중에서 가장 느린 생활사를 가지고 있다”며 “유전적으로나 진화적으로 다른 종에 속하지만 상어나 가오리처럼 천천히 노화한다”고 설명했다.

 
브루노 에르난드 프랑스 몽펠리에대 교수는 BBC에 “실러캔스처럼 새끼를 거의 낳지 않고 천천히 자라는 어류는 기후 변화나 남획 등에 더욱 취약하다”며 “이번 연구는 실러캔스의 멸종을 막기 위한 보존 정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향후 실러캔스의 느린 성장 속도가 해수 온도와 관련이 있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동아사이언스 (donga.com) 이현경 기자 uneasy75@donga.com 2021.06.18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