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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사는 야생사슴서 오미크론 변이 감염 보고…코로나 바이러스 저장소될까

산포로 2022. 2. 14. 11:03

뉴욕 사는 야생사슴서 오미크론 변이 감염 보고…코로나 바이러스 저장소될까

뉴욕 인근섬 사는 사슴서 오미크론 변이 첫 발견
 
북미에 서식하는 야생사슴의 약 35%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위키피디아 제공

신종코로나바이러스(COVID-19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을 강타했을 때와 같은 시기 도심 가까이 사는 흰꼬리 사슴 무리도 이 변이에 감염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야생사슴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된 일이 있지만 오미크론 변이가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사람에게서 감염됐는지는 정확한 추적이 필요하지만 야생동물에서 기원해 사람을 감염시킨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다시 야생동물을 감염시켰다가 다시 치명적인 변이를 일으켜 인간을 다시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연구팀은 지난해 12월부터 1월까지 전파력이 큰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뉴욕만 입구의 스태튼섬에 사는 흰꼬리사슴을 최소 20여 마리 감염시켰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13일 밝혔다. 

 

연구팀은 미 농무부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 12월 13일부터 1월 31일까지  뉴욕 스태튼섬에 사는 야생사슴 131마리를 포획해 혈액 표본과 일부 소규모 무리에 대해 비강 검사를 통해 검체를 수집했다. 그 결과 전체 포획한 사슴 가운데 15%가 혈액에서 바이러스 변이에 대한 항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사슴이 이전에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적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또 사슴 68마리의 비강에서 검체를 채취해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진행해 이 중 7마리에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를 확인했다.  수레시 쿠치부디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바이러스학 교수는 “코로나19 다른 변이처럼 오미크론 변이가 동물에게 전이된다는 점을 처음 확인했다”며 “계속해서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흰꼬리 사슴은 미국 내 대부분 주에서 발견되는 포유류로 3000만 마리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뉴욕 맨해튼 도심에서 8km 떨어진 스태튼섬에 사는 흰꼬리사슴은 뉴저지에서 헤엄을 쳐서 건너간 것으로 추정된다. 뉴욕시 당국은 사슴 개체 수에 대한 가장 최근 추정치는 1616마리로 2017년 이후 21% 감소했다. 사슴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는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 감염병 학자들은 2020년 9월과 2021년 1월 사이에 아이오와에서 표본을 채취한 흰꼬리 사슴의 약 3분의 1에서 코로나바이러스를 확인했다. 2020년 이후 미국의 아칸소, 일리노이, 캔자스, 메인, 매사추세츠, 미네소타, 뉴저지, 뉴욕, 노스캐롤라이나, 오클라호마, 펜실베이니아, 테네시, 버지니아 등 13개 주에서 이런 사실이 보고됐다. 

 

오미크론 변이는 이전의 코로나19 변이보다 전파력은 강하지만 증상이 가볍다고 알려져 왔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사람들을 더 아프게 만드는 새 변이가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연구팀도 인간에게서 사슴으로 오미크론 변이가 옮아가면서 인간이 아닌 숙주에게서는 발견되지 않은 백신에 내성이 변이로 얼마든지 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쿠치부디 교수는 “바이러스가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물에 퍼지면 바이러스 진화의 복잡성을 평가하고 이해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며 “사슴과 잠재적으로 다른 동물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감염이 현재 제공되는 백신 효능을 약화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변이체의 출현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사슴 한 마리가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항체를 보유하고 있다가 사람처럼 재감염 사례를 발견했다고 공개했다. 사슴 역시 사람처럼 항체를 보유하고 있는데도 재감염될 수 있다는 것이다. 쿠치푸디 교수는 "사슴이 재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면 이는 이 동물에서 바이러스가 계속 순환한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무엇보다 코로나19가 풍토병이 된 뒤에도 사슴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저장소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사슴에서 바이러스가 진화해 백신의 방어 효과를 잘 피하고 더 치명적인 변이 또는 변종으로 인간에게 되돌아오는 것이다. 일부 연구자들은 사슴으로부터 재감염 가능성을 낮게 보기도 한다. 사람과 돼지, 가금류 간의 지속적인 교류로 발생하는 독감을 제외하고 전염병을 유발하는 야생 동물이 알려진 게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과학자들은 사슴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인간에게 퍼뜨릴 수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 하지만 흰꼬리사슴이 바이러스 감염에 매우 취약할 뿐만 아니라 미국에 풍부하고 인간과 가장 가까이에 살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 대상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슴이 설치류나 애완동물과 같은 중간 숙주를 통해 인간에게 바이러스를 전달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그간 공개된 연구들에 따르면 사슴만이 코로나바이러스 에 걸릴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은 아니다. 과학자들은 고양이, 개, 흰 족제비, 밍크, 돼지 토끼도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다는 사실을 현재까지 알아냈다.

 

동아사이언스 (dongascience.com) 박근태 기자 kunta@donga.com 2022.02.13 2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