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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런(신경 세포) 교체에 의한 기억저장 규명

산포로 2021. 11. 3. 13:45

뉴런(신경 세포) 교체에 의한 기억저장 규명

 

KAIST는 생명과학과 한진희 교수 연구팀이 살아있는 생쥐 뇌에서 기억저장 뉴런(신경 세포)을 표지하고 추적,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을 이용해 같은 경험을 다시 할 때 원래 존재하던 오래된 기억 뉴런이 새로운 뉴런으로 교체됨을 규명했다고 3일 밝혔다.

연구팀은 `뉴런 스위칭'을 가능하게 하는 기작으로 기초과학연구원(IBS) 김은준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이전에 경험했던 학습을 다시 하면 기존 기억 뉴런에서 시냅스 연결이 감소하는 반면, 새로 참여하는 뉴런에서는 시냅스 연결이 증가함을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같은 기억은 같은 뉴런에 계속 저장됨으로써 경험이 누적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존의 통념과 달리, 같은 경험을 다시 할 때 뇌에서 오히려 뉴런들이 다이내믹하게 새로 교체됨을 처음으로 증명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중요한 학문적 의미가 있다.

뉴런 교체는 기억 업데이트의 중요한 기작으로 생각되며 노화, 퇴행성 뇌질환에서 기억상실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KAIST 생명과학과 조혜연 박사가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셀 프레스(Cell Press) 그룹의 오픈 액세스(Open-access)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10월 22일 字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논문명: Turnover of fear engram cells by repeated experience)

경험은 기억이라는 형태로 뇌에 저장되고 나중에 회상된다. 또 대부분의 기억은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 뇌에서 유지되고 업데이트된다. 뇌에서 기억을 표상하는 물리적 단위가 존재하며 특정 신경 세포 집단(기억 엔그램) 이 기억을 인코딩한다는 사실이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그렇다면 반복된 경험에 노출되었을 경우 기억을 저장하는 뉴런들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기존 연구를 통해 같은 학습의 반복으로 형성된 기억은 같은 신경 세포 집단을 통해 계속 저장되고 강화될 것으로 추측돼왔다. 하지만 실제로 신경 세포 수준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생쥐 뇌 편도체(amygdala) 영역에서 기억저장 세포를 표지하고 광유전학 기법으로 조절하는 기술을 이용해 기존의 통념과 달리 첫 학습 하루 후에 같은 학습을 반복했을 때 `같은' 기억이 전혀 다른 세포들을 통해 다시 저장되고 회상되는 현상을 발견했다. 반복 학습된 기억이 첫 번째 학습으로 형성된 기억 엔그램을 억제하는 동안에도 정상적으로 발현되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반복 학습 후에 기존 엔그램에서 *시냅스 가소성이 감소한 것으로 보아, 경험이 반복되면 기존의 기억 엔그램이 기억 회로상에서 연결이 약해지기 때문에 기억 발현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시냅스 가소성(Synaptic plasticity): 시냅스는 신경 세포 간의 정보가 전달되는 구조적인 장소를 말하는데, 시냅스는 그 활성 정도에 따라 구조와 기능이 지속적으로 변화 가능하며 이를 시냅스 가소성이라 부른다.

이처럼 기존 기억 엔그램이 반복 학습된 공포 기억에 필요하지는 않았지만 흥미롭게도 기존 기억 엔그램을 광유전학 기법으로 자극했을 땐 공포 반응이 나타났다. 기존 기억 엔그램의 연결이 약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억 정보를 간직한 채 `휴면 엔그램 (silent engram)'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한 결과였다.

또한 연구팀은 반복 학습된 공포 기억이 두 번째 학습 때 활성화된 편도체 뉴런들에 새로 저장된다는 것을 보임으로써 같은 경험의 기억이 처음과 다른 세포 집단에 인코딩된다는 사실을 추가로 입증했다.

한진희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기억은 고정돼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뇌에서 그 기억을 저장하는 세포들은 다이내믹하게 스위칭 된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중요한 발견이다ˮ며, "앞으로 기억 뉴런을 표적으로 해서 원하지 않는 기억 삭제 및 퇴행성 뇌질환에서 기억상실 억제, 복원을 가능하게 하는 미래 기억제어 기술 개발에 도움을 줄 것ˮ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연구개요

1. 연구배경
ㅇ 뇌에서 기억은 기억 엔그램이라는 특정 신경 세포 집단으로 표상된다.뉴런 활성화 이미징, 세포 표지와 조작 기법을 이용한 수십 년간의 연구들이 다양한 뇌 영역에서 기억저장에 관여하는 신경 세포 앙상블을 찾아냈다.
ㅇ 우리의 일상적인 기억은 대부분 반복적인 학습으로부터 만들어진다. 몇몇 연구들이 같은 학습의 반복을 통해 형성된 기억은 같은 세포 앙상블을 통해 계속 저장되고 강화될 것을 시사해 왔다. 반대로 또 다른 연구들은 기억 엔그램 세포들이 일정하지 않으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한다는 것을 보였다.
ㅇ 경험이 반복되더라도 각각의 이벤트는 조금씩 다른 시간과 환경 속에서 일어나므로 뇌 속에서도 서로 다른 기억으로 인식될 필요성이 있다. 본 연구에서 공포 기억을 저장하는 편도체에서 세포 표지 기법, 광유전학, 전기생리학, 등의 다양한 툴을 사용하여 반복된 학습의 기억이 뇌에서 어떻게 표상되고 변화하는지 최초로 밝힌다.
 
 2. 연구내용
  ㅇ 본 연구팀은 반복 학습의 엔그램 재구성 현상을 연구하기 위해 생쥐의 청각 공포 조건화를 이용했다. 중립자극인 소리와 무조건자극인 전기 충격을 동시에 주어 이후 소리만 들려주었을 때도 공포 반응을 일으키도록 학습시킬 수 있다. 한 번의 페어링만으로도 강력한 연합 기억을 만들 수 있고, 편도체에서의 기억 엔그램 형성 원리도 잘 알려져있어 학습 패러다임으로 널리 사용된다. 공포 조건화 학습 시 편도체 내에서 활성화 (Arc 발현) 되는 뉴런들에 선택적으로 원하는 단백질을 발현시키는 TRAP (Targeted Recomination in Active Populations) 기술로 기억 인코딩 뉴런에 EYFP, Halorodopsin (NpHR) 그리고 Channelrhodopsin (ChR2)를 발현시켜 기억 엔그램의 관찰이나 광유전학적 조절이 용이하게 하였다.
  ㅇ 조건화 학습의 기억 엔그램을 NpHR로 표지한 뒤 다음날 561nm 빛자극을 (NpHR을 통해 신경 세포 억제) 주며 기억을 리콜시켰을 때 기억 회상이 저해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하지만 24시간 후 반복 학습을 진행한 뒤에는 NpHR 효과가 사라짐을 관찰하였다. 이는 반복된 경험의 기억이 본래의 기억 저장 세포가 아닌 다른 집단을 통해 표상되기 때문이라는 가설을 가지고 추가 실험들을 진행하였다.
  ㅇ 그렇다면 기존 엔그램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확인하기 위해 EYFP로 표지된 세포들에서 전기생리학 레코딩과 수상돌기가시 (dendritic spine) 분석을 통해 시냅스 가소성 변화를 측정하였다. 반복 학습을 경험한 동물에서 EYFP 발현 세포 (기존 엔그램 세포)의 흥분성 시냅스후 전류 (mEPSC)와 수상돌기가시 밀도 모두 감소 되어 있었다. 따라서 반복 학습 후에 기존 엔그램 세포의 시냅스 가소성이 줄어듦을 알 수 있었고 이는 행동 실험 결과들과 일맥상통하는 현상이다.
  ㅇ 반복 학습 후 공초점 형광 현미경 이미징을 통해서 기억 회상 시 활성화 지표인 Arc 단백질을 발현하는 뉴런들을 관찰하였다. 반복 학습을 경험한 동물들에서 단일 학습을 시킨 그룹에 비해 공포 조건화 학습 때 EYFP로 표지된 세포 집단과 Arc 발현 집단이 겹치는 정도가 더 낮게 나왔다. 이 결과는 반복적으로 경험한 공포 기억이 리콜될 때 기존 엔그램과 다른 뉴런들이 참여함을 의미한다.
  ㅇ 기존 엔그램 세포가 반복 학습된 기억 리콜에 더이상 필요하지 않음을 보았는데, 이 세포들을 ChR2로 직접 자극했을 때는 공포 기억 반응이 나타났다. 이는 반복 경험 후에 기존 엔그램이 기억저장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여전히 기억 발현 기능은 가지고 있는, 휴면 상태로 존재함을 보여준다.
   ㅇ 마지막으로 반복 학습 당시에 활성화된 신경 세포 집단을 NpHR로 표지하여 리콜 때 억제했을 때 기억 회상이 저해되는 것으로 두 번째 학습 때 Arc를 발현한 뉴런들이 공포 기억을 표상하게 됨을 확인하였다. 이로써 경험이 반복되었을 때 첫 학습 때와 다른 기억 엔그램을 형성한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3. 기대효과
  ㅇ 본 연구가 밝혀낸 같은 경험을 반복할 때 그 기억이 같은 뇌 위치에 저장되지 않고 유동성이 있다는 획기적인 사실은 기억 흔적에 대한 기존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중요한 학문적 의미가 있다.
  ㅇ 뇌세포 사이의 연결이 계속 무너져 기억을 점차 잃어가는 치매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법을 열어줄 수 있는 중요한 잠재적 가치를 지닌다.

 

그림: 반복적인 소리 공포 조건화 학습으로 재배치되는 기억 엔그램. 기존 엔그램 세포의 시냅스 가소성이 감소하며 연결성이 약해지고 새로운 엔그램이 형성되어 공포 기억을 표상한다.

생명과학 KAIST (2021-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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