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귀질환인 진행성 다발성 경화증(MS)을 앓고 있는 환자의 뇌에 줄기세포를 주입하자 질병으로 인한 추가적인 뇌 손상을 막을 수 있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이탈리아 밀라노비코카대 공동연구팀이 28일 국제학술지 ‘셀 줄기세포’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의 줄기세포를 이식받은 다발성 경화증 환자들을 12개월 동안 병으로 인한 장애나 증상이 악화되지 않았다. 연구를 이끈 스테파노 플루치노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다발성 경화증의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한 단계로 그 결과에 매우 흥분된다”고 말했다.
다발성 경화증은 중추신경계에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약 200만명이 앓고 있으며 주로 20~40대 젊은 연령층에서 발생한다. 발병 원인은 유전적 원인으로 추정될 뿐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주된 증상은 감각이나 신체가 마비되는 것이다.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법이 실시되고 있지만 환자 중 70%는 진단 후 25~30년 이내에 병으로 인한 장애가 악화된다.
다발성 경화증 환자는 신경세포의 축삭을 둘러싸고 있는 절연물질인 수초가 벗겨져 떨어진다. 뇌에서 신호를 전달하며 '전선' 역할을 하는 세포를 보호하는 '피복'이 벗겨지는 것이다. 수초가 탈락되면 신경신호 전도에 이상이 생기면서 결국 해당 신경세포는 사멸하게 된다.
모든 종류의 세포로 성장할 수 있는 줄기세포를 다발성 경화증 치료의 단서로 주목한 바 있다. 뇌 신경세포로 발달하는 줄기세포가 손상된 신경세포를 복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앞서 쥐 실험을 통해 뇌세포로 성장하도록 프로그래밍한 피부세포를 중추신경계에 이식하면 다발성 경화증으로 인한 세포 손상과 염증이 완화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실험에선 유산된 태아의 뇌 조직에서 유래한 줄기세포를 다발성 경화증이 진행된 환자들의 뇌에 직접 주입했다.
12개월에 걸쳐 관찰한 결과 세포를 주입한 15명의 환자들은 장애가 증가하거나 증상이 악화되지 않았다. 인지 기능의 악화 정도가 미미했으며 특별한 부작용도 발견되지 않았다. 뇌 조직 부피를 확인한 결과 더 많은 줄기세포를 이식받은 환자는 뇌의 부피가 감소한 정도도 작았다. 연구팀은 “줄기세포 이식이 염증 발생을 꺾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줄기세포가 신경세포의 추가적인 손상을 막는다는 증가도 발견됐다. 줄기세포를 주입받은 환자들은 뇌가 외부 손상과 얼마나 잘 싸우는지 평가하는 지표인 지방산 수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실험 규모는 작았지만 줄기세포를 주입받은 환자들에게서 효과가 1년 동안 지속됐다는 점은 이 임상시험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동아사이언스(dongascience.com)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2023.11.28 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