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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과학… 황금알 낳는 거위로

산포로 2010. 1. 28. 08:40

뇌 과학… 황금알 낳는 거위로
기아차, 혼다 등 뇌 분석 통해 신제품 개발

 

 

융합기술 현장 최근 기아자동차는 신형 중대형 승용차를 출시하면서 ‘K7'이라는 이름을 선택했다. 이 이름은 소비자들의 뇌 반응을 분석한 결과다.
  
기아차는 신형 차의 이름을 찾아내기 위해 자기공명영상장치(fMRI)를 활용했다. fMRI를 통해 소비자들의 뇌 반응을 분석한 결과 ‘K7'이란 이름이 혁신적이며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떠 올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5일 ‘뇌 과학과 경영의 만남’이란 보고서를 통해 P&G, 코카콜라, 네슬레, 나이키, LVMH, 혼다 등 많은 기업들이 최근 기아차처럼 뇌 과학을 통해 소비자 심리를 분석하고, 이를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업체들은 소비자들에게 제품이나 광고, 브랜드 등을 보거나 듣게 한 후 MRI, EEG 등 뇌 분석 기술을 이용해 뇌 세포가 활성화되는 모습을 측정해 소비자 심리나 행동을 분석하고 있다는 것.

 

뇌 과학을 신제품 개발에 적용

 

무엇보다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신제품 개발이다. 일본 혼다의 경우는 뇌 과학을 자사 제품 설계에 반영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분석을 통해 오토바이 전면부가 ‘화난 얼굴’의 이미지일 경우 피 실험자의 뇌세포가 가장 빠르고 강렬하게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리고 분석을 토대로 모델 ‘ASV-3'를 설계해 교통사고 발생을 최소화하는데 성공했다.
 
다임러크라이슬러도 뇌 과학을 활용한 분석결과를 자사 제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다임러크라이슬러는 젊은 남성들의 뇌 반응을 분석한 결과 일반 승용차보다 스포츠카를 통해 쾌락 중추가 더욱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인간의 눈을 닮은 자동차 전조등이 맞은편에서 오고 있는 차의 운전자 뇌를 각성시켜 충돌 시 운전자의 빠른 반응을 유도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는데, 이 같은 분석 결과들이 최근 선보이고 있는 신제품에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뇌 과학의 활용은 제품이 개발된 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P&G는 섬유탈취제인 ‘페브리즈(Febreze)’ 출시 이전에 이미 소비자들의 뇌 반응 측정 결과를 통해 성공을 확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유니레버는 소비자 뇌 반응 분석을 통해 자사에서 개발한 초콜릿바 아이스크림이 초콜릿이나 요구르트보다 더 본능적인 만족감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으며, 이를 통해 신제품 개발에 나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무엇보다 광고업계는 뇌 과학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전까지 광고를 본 소비자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설문조사를 하더라도 소비자들로부터 무의식적으로 본 광고에 대한 느낌을 찾아내기 매우 힘들었다.

 

기존 관념 뒤집은 뇌 반응 실험들

 

특히 TV나 동영상 광고 중 특정한 시점의 장면이 소비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분석이나 설문조사, 또는 직접 인터뷰를 실시하더라도 분석이 곤란한 결론에 이르고 있었다. 그러나 뇌 과학이 이 문제를 해결해주고 있다.

 

스낵업체인 프리토리아는 “흰 옷을 건조하고 있는 세탁기에 한 여자가 오렌지 색 과자를 넣고, (원한이 있는) 다른 사람에게 복수하는 광고”에 대해 포커스 그룹 직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실시했다. 그룹 직원들은 주위 사람들을 의식하면서 광고가 너무 잔인하다고 응답했다.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포커스 그룹 밖에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뇌 반응을 분석한 결과 많은 사람들이 이 광고에 흥미를 느꼈으며, 또한 좋은 반응을 보였다. 프리토리아는 이 분석 결과를 토대로 복사 장면이 들어간 이 광고를 TV에 방영했다.

 

여러 유형의 뇌 반응 분석을 통해 나타난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노골적인 노출보다 은근한 노출 광고에 성적 흥분을 담당하는 중추가 더 활성화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광고판이 설치된 위치에 있어서도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구글은 TV와 동영상 광고를 분석했는데, 동영상 광고에서 동영상 방영 전에 나오는 전면 광고(Pre-roll)와 화면 하단 5분의 1을 차지하는 광고(Over lay) 중 후자가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밝혀내고, 이를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미국 UCLA의 프리드먼 교수팀은 10명의 실험자를 대상으로 2007년 슈퍼볼에서 방영된 33가지 광고를 시청하게 한 후 뇌 반응을 분석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광고가 고통과 걱정 중추를 활성화시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쾌락 중추를 활성화시켜 소비자 구매 심리를 유도하고 있는 광고는 20% 미만에 불과했는데, 실험자들이 가장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광고는 “가죽점퍼를 입은 한 남자가 길거리를 지나가면서 마주치는 사람에게 선행을 베푸는 장면”이 들어간 코카콜라 광고였다.

 

브랜드에 있어서도 의외의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펩시콜라는 (상표를 떼고 음식을 맛보는)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경쟁업체인 코카콜라보다 선호도가 더 높았지만, 실제로 제품을 선택할 경우 소비자들은 코카콜라 브랜드를 보았을 때 쾌락 중추가 더 활성화됐으며, 이는 코카콜라를 더 많이 선택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말보로 담배는 그동안 ‘말을 탄 카우보이(말보로 맨)’를, 카멜 담배는 ‘사막의 낙타’를 활용해 브랜드 전략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fMRI를 통해 흡연자들의 뇌를 측정한 결과 말보로나 카멜 로고가 없는 ‘말을 탄 카우보이’나 ‘사막의 낙타’ 이미지를 보는 경우에도 쾌락 중추가 활성화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더구나 뇌는 로고가 없는 이미지에 더욱 강렬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뇌 과학의 이용은 아직 초기 단계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심리와 감성을 직접 측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이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이 업계 견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fMRI, EEG 등의 분석장비가 더 첨단화 되고, 이용가격이 더 저렴해진다면, 기업 마케팅과 뇌 과학의 융합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충동구매는 반복된 자극의 결과

 

뇌 과학이 처음 등장한 것은 고대 이집트 였다. 당시 뇌에 구멍을 뚫어 투통이나 정신질환 등의 치료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이후 종교적인 이유 등으로 르네상스 이전까지 인간의 뇌 연구는 정체상태가 이어진다.
 
18세기에 이르러 인간의 뇌가 ‘뉴런’으로 구성돼 있으며, 뇌의 영역마다 각각의 기능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규명됐지만, 인간의 뇌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최근 전기생리학, 컴퓨터과학 등의 발달로 뇌 활동을 직업 관찰할 수 있는 첨단장비가 개발되고, 뇌 연구가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특히 뇌의 일부 영역이 활성화되면 그 영역의 혈액 흐름이 증가한다는 원리를 이용해 만든 fMRI(자기공명영상장치, 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는 뇌 활성화를 감지할 수 있는 장비로 마케팅 관계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fMRI 장비에 들어간 실험자가 외부로부터 시각, 청각 등 특정한 감각적 자극을 받게 되면 뇌 일부가 활성화되는데, 이를 분석해 실험자의 심리를 파악할 수 있다. 가격이 비싼 것이 흠. 대당 가격은 10억 원을 호가하며, 1회 실험에 드는 비용은 약 100만 원 정도이고, 대규모 실험일 경우 수억 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비자 심리를 분석해내는 일은 첨단 뇌 분석장비를 통해 뇌 안에 있는 쾌락의 중추(대뇌 측좌핵), 고봉의 중추(뇌섬엽) 및 판단의 중추(전전두엽 피질) 등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 사실은 2007년 1월 스탠포드, MIT, 카네기멜론 대학 연구팀이 26명의 실험 참가자들 대상으로 제품 구매여부를 결정하는 뇌의 메커니즘을 연구한 결과를 발표함으로써 처음 밝혀졌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가 제품을 샀을 때의 ‘쾌락’과 돈을 지출했을 때의 ‘고통’을 배교해 구매여부를 판단하는데, 제품만 보여주는 경우 뇌의 쾌락 중추인 ‘대뇌 측좌핵’이 활성화됐다.

 

제품 가격만 보여준 경우에는 고통 중추인 ‘뇌섬엽’이, 제품과 가격이 함께 있는 사진을 보여주었을 경우 판단과 사고를 관장하는 ‘전전두엽 피질’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반복적인 자극이 쾌락 중추의 활동을 자극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같은 이미지를 반복해서 보여주는 홈쇼핑 광고 등은 충동구매를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했다.
 
이강봉 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2010.01.26
http://www.sciencetimes.co.kr/article.do?todo=view&atidx=37224&pageno=&pd=0&sdate=&ed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