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으로 배우는 면역학] Lolamicin, 끊임없는 항생제의 발전
소개할 논문 제목 A Gram-negative-selective antibiotic that spares the gut microbiome (PMID: 38811738) 논문링크 |
면역시스템의 근본적인 존재 이유는 병원균에 대한 방어입니다. 바이러스, 세균(Bacteria), 균(Fungi) 등 다양한 병원균들이 우리의 몸에 감염을 일으킬 수 있지만, 우리에게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감염은 그 정도가 크든 작든 세균 감염일 것입니다. 과거 항생제가 없던 시절, 인류에게 있어 세균 감염은 엄청난 위협이었습니다. 하지만 항생제가 발견되고 개발되면서 수많은 세균 감염을 막고 치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옛날에 비해 세균 감염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고 할 수도 있지만, 사실 세균과의 전쟁은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이 등장하기도 하며, 항생제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해 장내 세균총이 변해 다른 세균에 의한 기회감염이 증가하기도 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논문은 2024년 5월 29일 Nature에 발표된 논문으로 그람음성균 특이적이면서 장내미생물을 죽이지 않는 항생제 개발에 대한 내용입니다.
Muñoz, Kristen A., et al. "A Gram-negative-selective antibiotic that spares the gut microbiome." Nature (2024): 1-8.
<배경지식 소개: 항생제와 장내세균>
항생제는 다양한 메커니즘을 통해 세균을 죽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페니실린(Penicillin)의 경우 세균의 세포벽에 있는 펩타이도글라이칸(Peptidoglycan)의 합성을 방해함으로써 세균을 죽입니다. 스트렙토마이신(Streptomycin)이나 젠타마이신(Gentamicin) 경우 Ribosome을 구성하는 rRNA에 결합하여 단백질 합성을 막음으로써 세균을 죽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항생제는 그람양성균만을 타깃으로 하거나 그람양성균과 그람음성균 구분 없이 모든 미생물을 타깃으로 합니다.
ESKAPE 병원균은 그람양성균인 Enterococcus faecium, Staphylococcus aureus, 그람음성균인 Klebsiella pneumoniae, Acinetobacter baumannii, Pseudomonas aeruginosa, Enterobacter 종을 포함하는 세균들로서 병원 환경에서 쉽게 감염될 수 있고 항생제 내성을 많이 갖는 특징을 갖습니다 (그림 1). 특히나 ESKAPE 그람음성균에 의해 발생하는 감염을 치료하기 위한 그람음성균 특이적 항생제가 없다는 점은 그람음성균 특이적인 항생제 개발에 대한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킵니다. 비록 그람음성균만을 죽일 수 있는 항생제가 몇 가지 있지만, 장내 미생물총에 영향을 주는 부작용을 여전히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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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ESKAPE 병원균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거나 우리 몸에도 존재하는 세균들이 우리 몸에 감염을 일으키게 되면 치명적일 수 있다. ESKAPE 병원균은 항생제 내성이 높고 병원에 있는 환자들에게서 감염률이 높다. 그림 출처: https://cloverbiosoft.com/the-eskape-bacteria-group-and-its-clinical-importance/
장에 상주하는 공생균들은이 글에서 감히 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 몸에서 너무나 많은 중요한 역할들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반면 항생제로 인해 장내 미생물의 균형이 깨지게 되면 이를 틈타 기회감염균이 증식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예의 대표적인 경우가 Clostridioides difficile 감염이며, 병원에 장기간 입원해 있는 노인층에서 많이 발생하며, 미국에서 매해 50만 명정도가 C. difficile에 감염되고 약 3만 명이 매해 C. difficile감염으로 인해 사망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장내미생물에는 타격을 크게 주지 않으면서 병원성 그람음성균을 공격할 수 있는 항생제를 개발하는 것은 기존의 항생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들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논문 소개>
위에서 소개한 내용처럼 그람음성균을 효과적으로 죽이지만 장내미생물에는 최소한의 타격을 주는 항생제를 개발할 목적으로 논문의 연구는 시작되었습니다. 저자들은 그람음성균만이 갖고 있는 시스템에 주목했는데, 그것은 바로 Lol (Localization of lipoproteins) 시스템입니다. Lol 시스템은 그람음성균이 리포프로틴(Lipoprotein)을 세포의 내막(Inner membrane)에서 외막(Outer membrane)으로 운송하는데 필요한 시스템이며, 다섯 개의 단백질(LolA, LolB, LolC, LolD, LolE)가 필요합니다. 반면 그람양성균은 외막을 갖지 않기 때문에 Lol 시스템이 필요 없습니다.
저자들은 2015년 다국적제약회사인 아스트라제네카에서 수행한 연구에서 LolCDE 복합체에 대한 억제제로 발견된 두 개의 약물(Pyridinepyrazole, pyridineimidazole)에 주목했습니다. 비록 각각의 약물들은 낮은 용해도, 동물 실험에서의 약효의 부재, 높은 내성 발생 빈도 등으로 인해 약으로 개발되지 못했지만, 이 두 약물을 응용해 새로운 구조의 약을 만들어 Lolamicin으로 명명했습니다.
저자들은 논문에서 Lolamicin에 의한 그람음성균 살상효과를 검증하고 내성발생빈도를 확인하며 감염모델에서 효과적으로 그람음성균 감염을 치료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Lolamicin은 장내 미생물총에 매우 적은 영향을 주었고, 이러한 특징은 C. difficile의 기회감염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었습니다. Lolamicin이 장내 공생균들은 죽이지 않으면서 병원성 그람음성균을 선택적으로 죽일 수 있었던 비결은 병원성균들과 장내세균들이 Lol 시스템 단백질에 대한 낮은 유사도(Homology)를 갖는 데 있었습니다 (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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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논문의 내용 요약-Lolamicin, 그람음성균 특이적 항생제
Lolamicin은 그람음성균의 LolCDE complex를 억제함으로써 그람음성균의 Lol 시스템을 타깃으로 하여 그람음성균 특이적 항균효과를 갖는다. 반면 장에 존재하는 공생균들의 LolCDE complex는 병원성 그람음성균이 갖는 LolCDE complex와 낮은 유사성(Homology)을 가짐으로써 Lolamicin의 표적이 되지 않는다.
<해당 연구의 중요성과 의미>
연구자들은 누구나 한 번쯤 Nature에 논문을 게재하는 꿈을 꿉니다. 그렇기 때문에 Nature에 실리는 논문들은 일반적으로 대단한 발견들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번에 소개한 논문은 비록 짧게 요약했지만, 정말 많은 수고와 노력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논문입니다. 새로운 약을 합성하는 생화학 연구, 약이 타깃으로 하는 단백질의 구조에 대한 연구, 약에 대한 내성을 갖는 세균들을 연구하는 미생물학, 실제로 동물을 감염시키는 In vivo 실험 등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가 한 논문에 집약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이러한 수고와 노력만이 아니라 논문의 내용 자체도 새로운 발견입니다. 배경지식에 대한 소개와 논문 소개를 통해 이야기했던 것처럼, 기존에 없던, 그러나 필요했던,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했다는 점이 학술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성과입니다. 장에 있는 세균들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병원성 그람음성균만을 선택적으로 죽일 수 있는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결과입니다. 저자들은 Discussion에서 LolCDE 외에 FabI(지방산 합성과정에서의 효소), 외막에 존재하는 단백질인 BamA와 LptD, 내막에 존재하는 MsbA를 추가적인 타깃으로 제시합니다. 따라서 지속적인 타깃 발굴을 통해 장내 세균들은 살리면서 병원성 세균을 선택적으로 죽일 수 있는 항생제에 대한 개발 가능성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약’은 대부분이 화학구조로 이루어진 소분자 억제제(Small molecule inhibitor)들입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제는 Large molecule, Gene therapy, Cell therapy 등등 다양한 약물 치료 양식(Drug modalities)들을 개발하고 있지만, 여전히 고전적이면서 많이 쓰이는 약물들은 대부분이 Small molecule입니다. 그러나 Small molecule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특이성의 부족으로 인한 부작용입니다. 예를 들어 암세포만 죽이고 싶으나 정상세포도 어쩔 수 없이 죽게 되고, 간에만 영향을 주고 싶으나 어쩔 수 없이 다른 장기에도 영향을 주고, 나쁜 세균만 죽이고 싶은데 필연적으로 좋은 세균도 죽게 만드는 것입니다. 논문에서는 이러한 비특이성을 극복하고자 약의 타깃이 되는 세균들에서만 보이는 타깃을 우선적으로 찾았고, 해당 타깃을 막기 위한 약물을 합성했습니다. 이처럼 적과 아군을 구분 짓는 타깃의 발견은 무척이나 중요하며, 이러한 차이의 발견은 결국 적을 효과적으로 없애는 무기를 개발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 방법은 다른 질병에 대한 약물 개발에도 응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암세포만이 발현하는 단백질을 찾아 CAR-T cell therapy, T cell engager, Antibody-drug conjugate 등을 개발하는 것이 유사한 접근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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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C(ibric.org) Bio통신원(박은총) 등록일2024.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