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으로 배우는 면역학] 암세포를 아군(我軍)으로: In vivo DC reprogramming X Cancer
소개할 논문 제목 In vivo dendritic cell reprogramming for cancer immunotherapy (PMID: 39236156) 논문링크 |
면역항암치료에 있어서 늘 문제가 되는 것은 암세포가 있는 종양미세환경(Tumor microenvironment)이 T cell의 활성을 억제하고 면역반응을 낮춤으로써 암세포의 생존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치료제들 중 하나가 면역 관문 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지만, 암세포들이 암 특이 항원 발현을 낮춤으로써 면역세포들의 감시망을 벗어나고 Treg cell이나 MDSC (Myeloid-derived suppressor cell) 등의 세포들이 면역반응을 억제하기 때문에, 이 역시도 완벽한 해결책은 아닙니다. 이번에 소개할 논문은 암세포 자체가 수지상세포(Dendritic cell, DC)의 형질을 갖도록 암세포를 변신시킴으로써 암을 인식하는 T cell의 활성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암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는 새로운 면역항암치료 패러다임에 관한 논문이며, Science 저널에 2024년 9월 5일 온라인 버전으로(출판 전 번전) 발표되었습니다.
Ascic, Ervin, et al. "In vivo dendritic cell reprogramming for cancer immunotherapy." Science (2024): eadn9083.
<배경지식 소개: DC reprogramming>
이번 논문의 연구진들은 과거에 여러 개의 논문을 통해 Dendritic cell (DC) reprogramming이라는 개념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DC가 아닌 세포에 특정 전사조절인자들을 강제로 발현시킴으로써 해당 세포가 classical DC 1 (cDC1)의 형질을 갖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유도줄기세포를 만들기 위해 특정 전사조절인자들을 강제로 발현시키는 것과 유사한 개념입니다.
2018년에 해당 연구팀이 Science Immunology에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세 개의 전사조절인자(PU.1, IRF8, BATF3)를 Fibroblast에서 과발현 시키면 Fibroblast를 DC로 변형(Reprogramming) 시킬 수 있습니다(Rosa, Fábio F., et al. "Direct reprogramming of fibroblasts into antigen-presenting dendritic cells." Science immunology 3.30 (2018): eaau4292.). 이후 2023년에 해당 연구팀은 동일한 방법으로 종양 세포가 cDC1 형질을 갖도록 변형 (Reprogramming) 시킬 수 있다는 내용을 Science Immunology에 발표했습니다(Zimmermannova, Olga, et al. "Restoring tumor immunogenicity with dendritic cell reprogramming." Science immunology 8.85 (2023): eadd4817.). 이번에 소개하는 논문은 이러한 선행 연구들을 기초로 진행된 연구입니다.
DC는 T cell에 항원을 제시함으로써 T cell을 활성화시키는 대표적인 항원제시세포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DC라고 해서 모두 다 같은 DC가 아닙니다. 그 안에는 여러 종류의 아형들이 존재하는데, 그중에서 Classical DC1 (cDC1)과 cDC2가 있습니다. cDC1은 항원 교차 제시(Antigen cross-presentation: MHCII를 통해 제시될 항원이 MHCI을 통해 제시되는 것)를 통해 CD8 T cell을 활성화시키는데 유리하고 cDC2는 CD4 T cell을 잘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DC reprogramming을 통해 암세포를 cDC1으로 변형시키면 궁극적으로 세포 살상 기능이 있는 CD8 T cell의 활성화를 증가시켜 암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습니다 (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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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DC reprogramming
암세포에 강제적으로 PIB (PU.1, IRF8, BATF3)을 발현시킬 경우 암세포는 cDC1의 형질을 띠는 세포로 바뀌는 DC reprogramming 과정이 일어난다. 이를 통해 만들어진 cDC1 형질의 암세포는 T cell 활성화를 통해 암세포가 효과적으로 제거되도록 한다.
<논문 소개>
논문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부분은 논문에서 사용된 개념을 입증하는 과정이며, 두 번째 부분은 유전자 치료법(Gene therapy)을 활용해 해당 개념을 적용하는 내용입니다.
논문의 핵심 가설은 “암세포에 특정 전사조절인자를 발현시켜서 암세포가 cDC1 형질을 갖는 세포로 변형(Reprogramming) 되도록 하면 이로 인해 면역항암효과가 증가한다”입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저자들은 암세포에 세 가지의 전사조절인자 PIB (PU.1, IRF8, BATF3)를 강제로 과발현 시켜 암세포가 cDC1의 형질을 갖도록 변형(Reprogramming) 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변형된 암세포를 쥐에 찔러 넣었을 때 cDC1 형질을 갖는 암세포로 인해 면역항암효과가 증가된다는 내용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렇게 될 수 있는 것은 cDC1 형질을 갖는 암세포가 종양 특이 항원을 T cell에 제시함으로써 T cell 활성화를 높이고 이를 통한 종양 제거 효과를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람에게서 유래한 암세포들도 같은 방법으로 변형이 가능하고, 이렇게 변형된 사람의 암세포를 쥐에 이식한 Xenograft 모델을 이용해 사람 암세포도 체내에서 cDC1의 형질을 나타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고, 3D culture model을 활용해 cDC1의 형질을 갖는 사람의 암세포가 더 강한 면역항암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도 보여주었습니다. 이처럼 전반부의 내용은 가설 자체를 입증한 내용입니다.
논문의 후반부에는 바이러스 벡터를 이용해 전사조절인자 PIB을 암세포에 전달하는 유전자 치료법의 개념을 다루고 있습니다. 세 종류의 바이러스 벡터를 이용한 DC reprogramming 효율을 비교하고, 바이러스를 통해 전달된 PIB 유전자의 발현이 실제로 면역항암효과를 증진시킨다는 것을 쥐 모델을 활용해 입증하였습니다. 흥미롭고 중요한 사실은 아주 소량의 암세포만 cDC1 형질을 발현해도 면역항암효과가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논문에 따르면 이식된 암세포들의 2%에만 바이러스 벡터가 전달되어도(Transduction), 그래서 실질적으로 0.15%만 cDC1 형질을 발현시켜도, 종양의 크기를 줄이는데 효과적이라는 것입니다.
<해당 연구의 중요성과 의미>
이번에 소개한 논문에서 사용된 DC reprogramming은 배경지식 소개 부분에서 소개한 것처럼 해당 연구팀에 의해 이전에 소개된 개념이며, 암세포가 cDC1 형질을 띠도록 변형하여 면역항암효과를 증진시키는 것은 이미 전에 발표된 논문에서 소개가 되었습니다(Zimmermannova, Olga, et al. "Restoring tumor immunogenicity with dendritic cell reprogramming." Science immunology 8.85 (2023): eadd4817.).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논문에서 강조하는 것은 ‘In vivo’ reprogramming입니다. 실험실에서(In vitro) 암세포를 cDC1 형질로 변형시킨 뒤 몸에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 치료법을 통해 몸 안에서(In vivo) 암세포가 cDC1 형질을 갖도록 변형(Reprogramming) 시키는 것이 해당 논문의 핵심 내용입니다. 한 가지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이러한 Gene therapy의 개념이 Figure 6에 가서야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전반부에 소개된 내용이 이전에 발표된 논문의 내용과 완벽하게 일치되는 것은 아니지만, 핵심이 되는 내용은 동일하기 때문에 많은 논문의 절반 이상이 이전에 발표된 논문의 내용을 반복적으로 입증하는 데 사용된 것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좋은 저널에 논문을 발표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과정이며 논문의 질을 올리는 데이터이기도 합니다.
논문에서는 암세포의 2%에만 바이러스가 전달되어도 유의미한 면역항암 증진 효과를 갖는다고 이야기합니다. 유전자 치료법을 이용해 암세포를 살상하는 다른 종류의 치료법들은(Oncolytic virus, Suicide gene approaches, Co-stimulatory molecule 또는 사이토카인 발현) 바이러스가 전달되는(Transduction) 비율이 높아야 하지만, 논문에서 소개한 방법은 낮은 전달 효율로도 치료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상당한 이점으로 평가됩니다.
체내에 있는 암세포가 cDC1 형질을 발달하게 함으로써 T cell 활성화를 오히려 돕고, 이를 통해 암세포가 효과적으로 스스로 제거되는 새로운 종류의 치료법이라는 관점에서 해당 논문은 큰 학술적 의미를 갖습니다. 그리고 해당 논문은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실제로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유전자 치료법을 제안했고 이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입증했습니다.
다만 이러한 치료법이 실제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많은 부분들이 더 검증되어야 합니다. 종양에 전달하는 세 종류의 전사조절인자 PIB이 다른 세포로 전달될 가능성이 있고, 이런 경우에 어떤 결과들이 생길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논문의 Discussion에서는 해당 치료법이 자가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았다고 하지만, 저자들도 언급했듯이, 이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가 있어야 안전성이 확보될 것 같습니다. 이러한 부작용과 위험요인들을 줄이기 위해 종양에만 효과적으로 유전자가 전달되게 하거나 전달된 유전자가 종양에서만 발현되도록 하는 장치들이 필요할 것입니다. 비록 논문에서는 2%의 Transduction 효율로도 치료효과가 있다고 하였으나, 이를 사람에게 적용할 때, 그리고 암의 종류가 달라질 때, 실제로 필요한 Transduction 효율은 더 높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암에 특이적으로 그리고 효과적으로 유전자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들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 소개한 논문은 종양 특이적 항원의 발현을 억제하고 면역 억제 미세환경을 조성하는 암세포들을 오히려 cDC1이라는 아군으로 만들어 면역항암 효과를 증진시키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흥미로운 논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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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C(ibric.org) Bio통신원(박은총) 등록 2024.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