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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etty Images 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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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의 물이 마른다
나이가 들수록 몸의 기능이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각 장기의 실질 세포수가 감소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질 세포가 죽어도 새 세포 생성이 되지 않으면 세포수가 감소한다. 이는 호르몬이나 영양 물질 등 체액을 만드는 생산 공장이 줄어드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강 교수는 말했다.
의학계에서도 논란은 있으나 노화는 인체를 구성하는 물과 호르몬 등 '체액이 줄어드는 것'이라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반인들이 "나이 먹을수록 몸에서 물이 마르는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일리가 있다는 것이다. 즉 노화는 몸의 체액이 감소하는 것이다.
갓 태어난 신생아는 전체 체중의 75~80%가 체액이다. 20~30대까지도 별 변화가 없어 뇌·심장·폐·장 등 장기의 70~80%가 수분이며, 물이 별로 없을 것 같은 피부의 72%, 심지어 뼈에도 22%의 수분이 함유돼 있다. 하지만 60~70대가 되면 체내 수분 함량이 남성은 50%, 여성은 45%로 뚝 떨어진다.
수분 부족은 근육량 감소와 피로로 이어진다. 근육의 70% 이상이 수분. 수분이 3~4%만 부족해도 근육이 쉽게 피로해진다. 그러면 조금만 움직여도 '힘들다'는 말이 나온다.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가 작년 한해 남녀 3만7516명의 근육 양을 조사한 결과 남성의 평균 근육 양은 20대 56.2㎏에서 70대엔 49.1㎏로 7.1㎏, 여성은 20대 38㎏에서 70대 36㎏으로 2㎏ 줄었다.
■ 겉으로 보이는 노화
먼저 키와 몸무게가 변한다. 70대 남성은 20대 때보다 키가 5㎝ 가량 줄어들며, 체중은 50세까지는 증가하다가 80세에 10% 정도 감소한다. 하지만 체지방은 10% 가량 증가한다.
여성도 60세까지 체중이 증가하며 체지방도 20대에 비해 10% 가량 증가한다. 체지방은 주로 복부 내장과 장간막(창자 사이 막)에 축적되며, 피하 지방은 오히려 감소한다.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의 체지방율 분석 결과 남성은 20대 18.3%에서 70대엔 21.5%, 여성은 20대 24%에서 70대엔 30.7%로 높아졌다.
남성호르몬과 체력 저하로 성기능도 떨어진다. 미국노인병학회의 연간 오르가즘 도달 횟수 조사에 따르면 30대엔 121회, 40대 81회, 50대 52회, 60대 35회, 70대 22회로 점점 줄어든다. 발기각도도 평균 45세부터 수평과 같다가 그 이후론 더 아래로 내려간다.
■ 눈에 잘 안 보이는 노화
몸 속 기관이나 조직의 기능도 떨어진다. 특히 장기의 무게가 현저하게 감소한다. 흉선(가슴샘)의 무게는 20대를 100으로 보면 60대엔 60, 90대에는 10까지 줄어든다. 간·신장·비장도 60~70대가 되면 젊을 때 크기의 50% 이하로 줄어든다. 20세에 2~3㎏이던 간 무게가 70세가 되면 1㎏밖에 되지 않는다.
뇌의 신경세포 수 감소도 두드러진다. 60~70대엔 뇌 크기와 뇌혈류량이 20대보다 약 20~30% 줄어든다. 칼슘, 단백질 성분 감소로 인해 골밀도도 감소한다. 삼성서울병원이 골밀도 검사를 받은 4만7374명을 분석한 결과 30대 골량(骨量)을 100으로 볼 때 60대 남성은 80, 60대 여성은 60 수준으로 줄었다.
심장의 최대 박동수도 노화에 따라 감소한다. 30대가 지나면 동맥혈압이 상승하고 심근 수축력이 약화되면서 심박출량이 매년 1%씩 감소한다.
폐활량 등 운동 기능도 감소한다. 폐활량은 30대를 100으로 봤을 때 50대는 약 80, 70대는 60까지 낮아진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조비룡 교수는 "나이 먹는 것을 아쉬워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나이가 들어도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느냐를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건강수명'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화를 더 늦추기 위한 운동, 식사, 수면, 스트레스 관리, 금연, 절주(節酒)를 새해 초부터 실천하기 위해 플랜을 짜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조 교수는 제안했다.
유럽에서 10년간 진행된 '건강수명' 추적 연구에 따르면 운동, 흡연, 절주, 식이조절 등 4가지 위험 요인만 잘 조절해도 조기 사망이나 질병의 60%는 막을 수 있었다.
※ 다음 4가지 간단한 노화측정법으로 노화 정도를 체크해보자.
1. 피부 탄력 검사
피부의 노화 정도를 알아보는 검사. 엄지와 집게 손가락으로 손등 피부를 5초 동안 잡아당겼다가 원상태로 복구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잰다. 20~30대는 1~2초, 40~50대는 2~5초, 60대 이상은 10초 이상 걸린다.
2. 순발력 검사
30㎝자를 떨어뜨린 뒤 두 손가락으로 자를 잡는 검사. 엄지와 중지를 약 10㎝ 평행하게 벌린 다음, 다른 사람이 잡고 있던 자를 예고 없이 떨어뜨려 잡는데 걸린 거리를 측정한다. 3회 측정해 평균치를 기록한다. 20~30대는 0~10㎝, 40~50대는 10~20㎝, 60대 이상은 20~30㎝로 측정돼 있다.
3. 정적 균형 검사
신체의 전반적인 신경근육 기능을 파악할 수 있다. 검사방법은 두 눈을 감고 무릎은 45도 구부린 채 양손은 허리에 대고 왼 발을 지면에서 15㎝ 정도 들어올린다. 그 후 눈을 뜨거나 발을 움직일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측정한다. 5분 간격으로 3회 측정해 평균치를 기록한다. 20~30대는 25초 이상, 40~50대는 10~25초, 60대 이상은 10초 이하로 나와 있다.
4. 안구조절 검사
한 손에 자의 한쪽 끝을 잡고 측정하려는 눈 바로 아래 안면 뼈에 갖다 댄다. 반대편 손은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거리에서 명함을 쥔다. 명함을 눈에 가깝게 서서히 움직여본다. 흐리게 보이기 시작하는 거리를 측정해 기록한다. 20~30대는 10㎝, 40~50대는 30㎝, 60대 이상은 100㎝ 정도이다.
※ 도움말=대한생체나이의학연구소
정시욱 헬스조선 기자 sujung@chosun.com 2008.12.16 16:10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