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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500만 시대-노인이길 거부한다

산포로 2008. 11. 1. 09:43

 

[노인이길 거부한다] 요즘 60세는 '총각' '새댁'

 

노인 500만 시대 <1> 나이는 숫자에 불과
노인정 '썰렁'… "할아버지" 부르면 화내
70세에 성형수술하고 모델로 활동하기도

고령화 문제가 제일 심각한 일본의 65세 이상 노인은 현재 전체 인구의 22.1%. 1994년 노인 인구가 14% 이상을 차지하는 '고령사회'로 진입한 뒤, 2006년 초고령사회(20% 이상)가 됐다.

하지만 이런 일본의 기록을 조만간 한국이 갈아치우게 된다. 우리의 노인인구는 올해 처음 500만명을 돌파했다. 인구 10명당 1명이 노인인 셈이다. 우리는 10년 후인 2018년 '고령사회', 2026년 '초(超)고령사회'에 진입한다. 고령사회, 초고령사회에 도달하는 기간이 일본은 각각 24년·12년이었던 데 비해, 우리는 불과 18년·8년 만에 달성한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경험한 적이 없는 엄청난 속도다.

노인인구 증가는 우리사회 각 분야에서 양적·질적 변화를 촉발시키고 있다. 이미 경비와 청소, 식당, 택배 등 사회 기초분야에서 이들의 노동력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전후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층에 편입되는 10년 후부터는 고학력과 전문성을 갖춘 노인들이 대거 등장해 일자리를 놓고 젊은 세대와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달 3~8일 경기 고양시 국제종합전시관 킨텍스에서 열린‘시니어 포토모델 선발대회’에 참여한 노인들이 악기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60~90대 노인을 대상으로 열린 이번 대회에 400여명이 참여했으며, 수상자는 노인 관련 업체의 홍보모델로 활동하게 된다. / ㈜포시니어스 제공


    촛불집회 등 사회 현안을 놓고 댓글로 젊은이들과 사이버 논쟁을 벌이는 노인들 모습도 이제 낯설지 않다. 젊은이 못지않은 건강과 경제적 열세(劣勢)는 때로 노인범죄라는 새로운 양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과연 우리사회는 이처럼 '새로운' 노인들과 함께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을까. 이 노인들은 어쩌면 '내일의 나'일지 모른다.

    지난 6월 중순 서울의 한 음식점에 "어머니 환갑(還甲)잔치를 하겠다"는 예약전화가 걸려왔다. '환갑잔치 전문'이라고 인터넷 광고를 낸 지 5개월 만에 처음이었다. 그러나 그후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이 식당에 환갑잔치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

    노인이 많은 농촌마을에서도 환갑잔치는 자취를 감췄다.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30.4%로 가장 높은 전남 고흥군의 포두면 남성마을은 주민(865명)의 70%가 노인이지만 최근 5년 사이 어느 집에 환갑이 돌아왔는지조차 모른다고 한다.

    이형근(51) 이장은 "요즘 60세는 너무 젊고 건강해 우리 마을에서는 '총각' '새댁'으로 통한다"고 했다.

    조경환 고려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1948년에는 평균 수명이 50세도 안 됐지만 지금은 80세에 달한다"며 "노인의 기준을 65세로 두는 것이 적당한지 재고해봐야 한다"고 했다.


     

    '노인' 뺀 '노인대학'


    동네 경로당·노인정도 이런 이유로 갈수록 썰렁해지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 목동 L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경로당. 80대 노인 두 명이 누워 자고 있을 뿐 한산하다.

    최연금(여·69)씨는 "보통 75세는 넘어야 경로당에 가지, 그보다 젊은 사람들은 돈 벌러 나서거나 아예 경로당이란 말 자체가 싫어 가지 않는다"고 했다.

    노인대학들도 슬그머니 '노인'이란 명칭을 빼고 있다. 경기도 일산노인종합복지관은 지난 2000년 '호수문화대학'을 열었다. 한 관계자는 "전엔 노인들이 어른 대접만 받으려 했지만, 지금은 '할머니' '할아버지' 호칭에 오히려 발끈하신다"며 "노인복지센터들도 분위기를 젊게 유지하고 취업 특강 등 실용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는 성형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고객 10명 중 1명이 노인 고객이라는 것이 성형업계의 설명이다.


    신용호 BK동양성형외과 원장은 "70%가 쌍꺼풀 수술이고, 주름 교정과 임플란트 시술도 많이 한다"며 "예전에는 단순히 젊어 보이려고 했지만 요즘은 사회활동에 필요해 수술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올해 고희(古稀)를 맞은 박정숙(여·70·가명)씨도 그런 경우다. 지난해부터 각종 취업박람회와 지역 축제에 나레이터 모델로 뛰던 그는 올해 섭외가 뜸해지자 성형을 결심했다. 그는 "웃을 때 코 옆 주름이 깊게 져 사진이 잘 안 나와서 고민 끝에 보톡스 주사를 맞았다"고 했다.

    박씨가 성형까지 하며 모델 일에 열심인 것은 일당 7만원 때문만은 아니다. 교사로 일하다 57세에 퇴직한 그는 "몸도 건강한데 일할 기회가 없으니 쓸모없는 존재가 된 것 같았다"며 "모델 일로 인해 세상과 다시 연결된 기분"이라고 했다.

    이처럼 평균 수명이 늘고 젊은이 못지않은 건강을 유지하면서 노인들의 욕구는 늘어나지만 현실에서 이를 뒷받침해줄 '경제력'과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2030년엔 '중간 나이'가 49세

    지난해 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경제적 어려움'을 가장 큰 고민으로 꼽은 노인이 전체의 38%였다. 또 노인층의 57%가 취업을 원해도 실제 고용률은 31%다. 생활력이 없는 노인의 부양문제는 결국 젊은 세대들의 몫으로 돌아온다.

    우리의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15~49세 여성이 평생 낳는 자녀 수)은 1970년 4.53명에서 2005년 1.08명까지 떨어졌다. OECD 평균 1.6명, 일본도 1.36명임을 감안할 때 심각한 수준이다.

    결국 노인 부양에 들어가는 비용을 부담스러워하는 젊은 세대와 당연히 부양받아야 한다고 여기는 노인들 사이에 세대(世代) 갈등이 조성될 가능성도 높다.

    2008년 현재 생산가능인구 7명이 노인 1명을 부양했다면 2020년에는 4~5명이, 2030년엔 2~3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 노인 의료비도 계속 증가 추세다. 지난해 노인 의료비는 9조원을 돌파, 전체 의료비의 28.2%를 차지했다.

    문제는 젊은 세대는 계속 줄고, 전체 인구의 나이는 점점 높아간다는 점이다. UN이 발표한 '세계 인구 전망'은 이를 말해준다. 우리나라의 중위연령(한 나라의 인구를 일렬로 세웠을 때 정가운데 위치한 사람의 나이)은 2005년 34.8세다. 그러나 2030년엔 49세, 2050년엔 56.7세로 증가한다. 일본(2005년 42.9세, 2030년 51.3세, 2050년 52.3세), 미국(2005년 36.1세, 2030년 39.1세, 2050년 41.1세) 등에 비해 훨씬 빠르다. 다시 말해 노인들이 생물학적으로 부양받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한다는 뜻이다.

    노인인구의 증가는 중장기적으로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특히 노인인구 전체가 곧 유권자들이기 때문에 이들의 '표'가 결집될 경우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여론조사기관 갤럽 관계자는 "정치적 측면에서 볼 때 노인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본격적으로 제기하고 이를 투표에 반영하게 되면 사회의 큰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세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정란 한서대 노인복지학과 교수는 "일을 통해 자립하고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노인들의 욕구를 사회의 생산동력으로 바꿔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입력 : 2008.10.31 00:39 / 수정 : 2008.10.31 08:51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10/31/2008103100061.html

     

     

    [노인 500만 시대-노인이길 거부한다] 황혼 로맨스 하고… 동아리도 만들고

     

    <2> 내 방식대로 즐기기

    20~30년의 여생 위해 투자… 性에도 솔직
    시설·프로그램 모자라 일부는 '지하철 유랑'
    전문가들 "10년후 노인될 베이비붐 세대 주목"

    특별취재팀
     


    "아직도 성생활을 하고 싶은데 마음대로 안되니…. 선생님, 어떻게 하면 됩니까?"

    올해 초 연세대 간호대학에서 열린 '노인의 성(性)과 사랑' 특강. 90세 김모씨가 비뇨기과 전문의의 강의가 끝난 후 손을 번쩍 들어 질문을 던졌다. 200석을 가득 메운 노인들은 한 시간이 넘게 '다시 연애를 하고 싶다', '성생활 용품을 써도 되는가', '부인이 잠자리를 거부한다'는 등의 고민을 털어놨다.

    지난달 29일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열린 성 특강 후 무료로 나눠준 500개의 콘돔이 바닥났다. 종로구보건소 측은 "종묘 공원 근처 노인들의 성병 감염률이 10%에 달해 시작한 특강"이라며 "요즘 노인들은 성에 매우 개방적"이라고 말했다.


    ▲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열린 댄스교실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이덕훈 기자 leedh@chosun.com

    서울 근교의 한 실버타운에서는 최근 한 노인 커플의 '동거(同居)'가 화제가 됐다. 2년 전 부인과 사별한 이모(70)씨는 실버타운에서 자신과 같은 처지의 60대 여성을 만나, 두 달 만에 살림을 합치기로 했다. 이씨는 "주변에 서로 사랑한다고 당당히 밝혔고, 자식들도 결혼에는 반대했지만 '두 분이 서로 의지가 되고 행복하면 됐다'며 동거에 동의했다"고 했다.

    연세성건강센터 배정원 소장은 "요즘 노인들은 자신의 나이에 0.7을 곱해야 진짜 나이라고 믿는다"며 "이들은 예전에 비해 높아진 생활수준과 건강을 배경으로 자신의 삶을 다양하게 즐기려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제 막 노년기에 들어선 60대의 경우, 고졸 학력이 30% 이상인 데다 경제력을 갖춘 경우가 많아 자신을 윗세대 노인들과 차별화하려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남은 20~30년의 삶을 재설계하고, 자기 인생은 자기가 꾸려야 한다는 의식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프리랜서 기자, 숲 해설, 자원봉사 상담, 철학강의 수강, 판토마임 공부, 블로그 운영, 단전호흡, 노인 모델…' 자녀들이 "엄마를 보려면 예약을 해야 한다"고 할 정도로 장명자(여·68)씨의 하루는 아침 6시부터 새벽 1시까지 쉴새 없이 돌아간다. 그의 일은 대부분 무보수로, 오히려 자신이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장씨는 "자기 인생을 즐기는 법을 찾지 못하면 나뿐 아니라 자식들에게도 짐이 된다"고 말했다.

    최근 노인복지센터와 실버타운을 중심으로 '동아리' 만들기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서울노인복지센터 임태리 사회복지사는 "관심사가 비슷한 노인들이 자발적으로 동아리를 만들어 주 2~3회 외국어나 시사토론 등을 한다"고 했다. 현재 이 센터에서 활동 중인 동아리는 28개로, 일어·영어 동아리는 인사동 길안내와 외국어 안내문 번역도 맡고 있다.

    영어회화 동아리를 운영 중인 김상기(71)씨는 "동아리에서 내가 어린 축에 속할 만큼 나이가 들었다고 공부 욕심까지 없어지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10년 후 노인이 되는 현재 50대 베이비붐 세대들을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싸이월드 신희정 과장은 "50대의 미니홈피 이용률이 2004년 3만8000명, 2007년 95만명, 올해 150만명으로 급격히 늘고 있다"며 "이들은 60대, 70대가 돼서도 자신의 홈피를 관리하고 클럽·카페를 통해 동호회나 동문회를 조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실버산업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현재 60대 이상 노인들은 돈 쓰는 법, 노는 법을 몰라 이들 대상으로 하는 실버산업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10년 후만 되면 '와인세대'(45~64세)를 중심으로 시장이 급격히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예비 노인인 50대가 퇴직한 후, 20~30년의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큰 숙제가 됐지만, 이에 대한 국가 차원의 준비는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 대부분의 노인들은 지자체의 노인복지관이나 노인대학에서 여가를 보내는 것이 현실. 이들 복지관의 프로그램도 건강관리와 춤·노래 등에 한정돼 있고, 노인 수에 비해 시설이나 프로그램 수도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의 한 노인복지센터에서 서양철학강의를 듣는다는 김문식(78·퇴직교사)씨는 "복지관 프로그램이 천편일률적이라, 나처럼 배우고자 하는 노인들은 자기 계발할 기회가 거의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노인들은 '지하철 유랑(流浪)'에 나서기도 한다. 임모(73·서울 성수동)씨는 오전 10시만 되면, 1000원짜리 김밥 두 줄과 그날 신문을 들고 지하철에 오른다. 그는 "경로당도 하루 이틀이지, 화투 치다 100원 때문에 멱살잡이하는 노인들 보기 싫어 공짜 지하철을 타고 오이도, 인천, 천안을 떠돌다가 오후 늦게 돌아온다"고 말했다.

    임씨처럼 소위 '공지족'(공짜 지하철 이용자)이라 불리는 노인들은 매년 증가해, 서울지하철 공사에 따르면 올해 9월 65세 이상 무임권 비율은 10%에 달했다.

    무위고(無爲苦)·고독고(孤獨苦)에 시달리다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노인들도 늘고 있다. 65~69세 노인 인구 10만명 당 자살자 수(자살률)는 1995년 19.2명에서 2005년 62.6명으로, 70~74세 노인은 24.8명에서 74.7명으로 늘었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자살자 수도 늘어 75~79세 노인은 27.5명에서 89명으로, 80~85세 노인은 30.2명에서 127.1명으로 증가했다.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임춘식 교수는 "노인들의 즐기고자하는 욕구를 다양한 레포츠나 문화활동으로 풀어줄 필요가 있고 개개인도 젊을 때부터 '잘 노는 법'을 익혀야 한다"며 "물론 경제력이 우선 뒷받침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입력 : 2008.11.01 03:01 / 수정 : 2008.11.01 09:00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11/01/2008110100007.html 

     

     

    [노인 500만 시대-노인이길 거부한다 ] '은퇴' 잠시… 다시 세상 속으로

     

    <3> "내가 벌어 쓴다"
    풍부한 지식·경험 바탕… 노동시장에 새 바람
    인력가뭄 중소기업엔 '은퇴 과학자' 귀하신 몸
    전문가들 "노인고용 의무화 등 적극 대책 필요"

    <특별취재팀>


     

    경기도 성남의 한 사무실에서 송화자(여·66)씨는 컴퓨터 모니터에 '왕돋보기'를 들이댔다. 블로그·카페에 올라온 동영상에 작은 글씨로 새겨진 방송사 로고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송씨와 나란히 앉은 직원 7명. 이들 연령은 64~71세다. 종일 잡담 없이 마우스를 눌렀다. 점심시간도 30분만 쓰고, 얼른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NHN서비스라는 회사에 채용된 이들의 업무는 인터넷을 검색해 저작권 침해 동영상을 찾는 것. 인터넷은 물론 엑셀, 파워포인트까지 능숙하게 다룬다. 모두 나이 예순이 다돼 컴퓨터를 배웠다. NHN서비스 측은 "예전엔 20대 직원 5명이 월 4만3000건(검색 페이지 수)을 처리했는데, 노인들은 집중력·책임감·세심함이 뛰어나 월 11만건 이상 처리한다"고 했다.

    노인 인력이 노동시장에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건강, 학력, 전문성에 풍부한 경험까지 갖춘 이들은 향후 노동시장의 판도를 바꿀 기세다. 현재의 40~50대가 노인 대열에 들어서는 10~15년 뒤엔 경쟁력을 갖춘 노인 인력이 대거 쏟아져나올 것이다. 정년으로 '잠시' 은퇴했던 노인들이 세상을 돌리는 '동력(動力)'으로 다시 나서는 시대가 오는 중이다.


    ▲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에 있는 성남 시니어클럽의 한 회원이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게시된 사진에 돋보기를 들이대고 저작권을 위 반한 불법 게시물인지를 확인하고 있다. 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

    돌아온 '실버'

    서울 강남시니어클럽에서는 63~76세 노인 10명이 영어·일본어를 통·번역한다. 외국계 회사 임원, 영어 교사, 무역회사 간부급 출신들이다. 대학원·복지기관 등에 편지·이메일을 보내 일거리를 따낸다. 번역은 A4 1장에 1만원~1만5000원, 통역은 1일 5만원. 시중 가격의 절반쯤 되는 저렴한 비용이 경쟁력이다.

    지난해 9월, 은퇴 4년 만에 산학협력업체 연구원으로 '컴백'한 오병두(67)씨는 현역 시절의 활약을 계속 이어간다. 그는 22년간 한국해양연구원에서 근무하며 한국 최초의 6000m 무인잠수정 제작을 주도했었다. 오씨가 근무하는 ㈜슈퍼센추리 지용진 사장은 "고급인력 고용이 어려운 중소기업에서 은퇴 과학자들의 풍부한 지식·경험이 귀하게 쓰인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31.3%(150만7000여명)가 경제 활동을 하고 있다. 노인들의 학력은 초등학교 졸업 34.2%, 중졸 10.1%, 고졸 11% 등 대체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대졸(4년제)은 4.5%로 적다.

    그러나 2020년을 전후해 현재 45~53세의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이 되면 '고학력 노인'들이 대거 배출된다. 800만명에 달하는 이들은 고졸이 절반이고(47%) 대졸도 19%나 된다. 중졸은 13.8%, 초졸은 5.9%뿐이다.

    남기철 동덕여대 교수는 "건강 상태·학력 수준이 현재의 노인들보다 매우 높은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층에 진입하면 노인 일자리도 '맞춤형'으로 가야 한다"며 "일자리에 노인 개개인을 끼워 맞추는 지금의 형식이 10년 내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은 "월 20만원도 좋다"

    그러나 아직은 저임금·단순노동의 '3D 직종'으로 생계를 꾸리는 노인세대들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공적연금(국민연금·공무원연금·사학연금)을 받은 노인이 10명 중 2명에 불과(22.4%)했을 정도로,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채 덜컥 노년을 맞고 있다.

    서울 월곡동에 사는 권모(67)씨는 요즘 밤마다 코피를 쏟는다. 기초생활수급자인 권씨는 정부 보조금만으로 생계를 꾸리기 어려워져, 택배 일에 뛰어들었다. 민간 택배업체에 수수료 40%를 떼어주고 남는 돈은 하루 1만2000원 정도다. 몸이 아파 한달에 열흘은 일을 못 나가기 때문에, 월 수입은 24만원쯤 된다.

    그는 "중졸 학력에 젊었을 때 변변한 직업도 없던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뿐"이라며 "민간 택배업체에서는 지하철 요금이 공짜인 노인 고용을 선호하지만, 40~50%의 수수료와 보증금이 노인들에게 큰 부담이 된다"고 했다.

    현재 노인들의 절반 이상(52.3%)은 '본인·배우자 부담'으로 생활비를 마련한다. 자녀·친척의 지원을 받는 노인은 그에 못 미친다(42.1%). 정부가 추진 중인 노인일자리사업은 대부분 한달 임금이 20만원 선이지만, 그마저도 자리가 모자라 대기자가 줄을 선 형편이다.

    지난해 노인인력개발원이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한 3000여명의 노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노인들 4명 중 3명꼴로 생계비(54%)·용돈(21%) 등 경제적인 이유로 취업을 했다고 답했다. '사회참여'(12%) '건강증진'(7%) 등은 부차적인 이유였다.

    우리보다 '고령화 고민'을 먼저 겪은 외국에서는 노인들이 능력껏 일해 자립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있다. 스위스 패션회사 '타잔'은 할머니들의 양말·벙어리장갑 뜨개질을 사업화했다.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할머니를 선택하고 색상·디자인을 주문하면, 2주 뒤 그 할머니가 뜨개질한 양말·장갑이 배달되는 식이다.

     


     

     

    자동차 등에 쓰이는 판금을 제작하는 일본의 가토제작소는 사원의 30%가 60세 이상이다. 평일엔 일반 직원, 휴일엔 노인 직원이 일해 연간 350일 공장을 가동하며 주문량을 100% 소화하고, 매출액도 2배 이상 늘었다.

    일본은 기업들에 2013년까지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도록 의무화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정년 60세 이상 연장을 권고할뿐 의무화는 못하고 있다. 사원 70여명의 평균나이가 67세인 울산의 선박 하청업체 창우산업은 아직 국내에선 예외적인 사례다.

    박민서 목포대 교수는 "우리나라도 특정분야에서 노인 고용을 의무화하거나 노인 임금의 30~50%를 정부가 보전해주는 등 적극적인 방식을 통해 각자의 상황에 맞고 '자존심'도 높여주는 노인 일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입력 : 2008.11.03 03:14 / 수정 : 2008.11.03 16:01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11/02/2008110200828.html

     

     

    [노인 500만 시대-노인이길 거부한다] 문자 날려볼까?… 마음은 '청춘'

     

    [4] 세대차이 허물기
    컴퓨터 수강 인기… 봉사활동에도 적극적
    '노인 공경' 사라진 젊은층들 풍조엔 서운

    특별취재팀

     

    "나이가 벼슬이냐" "대낮부터 술 먹고 욕하는 노인들이 한심스럽다" "어른 대접 받게 (행동)해야 공경하는 거다"


    지난 7월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은 '노인 성토(聲討)'로 뜨거웠다. 임신 6개월인 한 여성이 지하철 노약자석에 앉자, 한 노인이 '자리를 양보 안 한다'며 침을 뱉으며 욕을 했다는 글 때문이었다. 하루 만에 이 게시판에는 2300개가 넘는 댓글과 160개 토론 글이 달렸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노인에 대한 부정적 글이 뜨면 젊은층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공격적인 댓글을 단다"며 "신구(新舊) 세대 간 이해 부족으로 편견과 비방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 노약자석 추가 설치 좌절

    올 초 서울지하철공사는 노약자석을 전 노선에 추가 설치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1호선 구간 16대에 한해 시범실시를 시작한 지 열흘도 안 돼 젊은 네티즌들이 서명운동까지 하며 반대했다. 공사 측은 매년 6%씩 늘어나는 노인들을 수용하기에는 한 칸 12석의 노약자석이 부족하다고 판단, 26석으로 늘리려 했지만 반응은 냉담했다. 지하철공사 관계자는 "'노인공경'이라는 상식에 호소했는데 노인에 대한 반감이 이렇게 클 줄 몰랐다"고 말했다.

    노인 500만 시대에 접어들면서 새로 등장한 '노인 세대'와 젊은층의 갈등과 조화 문제가 새로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나이 먹었으니 대우 받아야겠다"는 노인들과 "그런 시대는 지났다"고 반박하는 젊은이들이 곳곳에서 충돌하는 양상도 벌어진다. 산업화·핵가족화가 진행되고 기존 가치관이 붕괴되면서 신구 세대 간 '커뮤니케이션' 통로가 붕괴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 지난 9월 26일 대전시 동구 다기능노인종합복지관 강의실에서 노인들이 SK텔레콤 대학생 자원봉사단‘써니(Sunny)’회원들로부터 핸드폰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 /SKT 대학생자원봉사단 제공

     

    고려대 사회학과 현택수 교수는 "현재 노인들은 대가족 제도하에서 6·25와 산업화를 겪어, 젊은 세대와 공유할 수 있는 경험이 거의 없다"며 "급격한 사회변화를 겪은 한국만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이 2006년 발표한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10~60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노인을 공경한다'는 응답은 39%, '공경하지 않는다'는 약 52%에 달했다.

    그러나 이제 막 노년층에 흡수된 60대의 경우, 자원봉사 등 사회참여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20~30년이나 남은 인생을 '노인'이라는 이유로 차별 받으며 살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서 조사한 결과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노인은 2004년 1만1064명에서 2007년 4만2624명으로 3년 동안 3.85배 늘었다.

    서울 용산노인종합복지관 홍태임 사회복지사는 "예전엔 공짜 밥 한 끼 아쉬워 오는 분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자원봉사 등 자기 역할을 찾아 오는 노인들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초등학생 한자 강의, 법원 민원실 도우미, 주례 봉사단, 원로 보이스카우트…. 퇴직 교사인 전달구(71)씨가 5년째 하고 있는 자원봉사 목록이다. 고궁(古宮) 가이드 등 외국인 상대 자원봉사도 욕심 나, 독학으로 영어와 일어까지 공부하고 있다.

    그는 "집에서 할 일 없이 죽을 날만 세고 있으면 어느 누가 와서 대접해주냐"며 "나를 기다리고 필요로 해주는 사람들을 보면서 사는 의미를 느낀다"고 했다.

    해외로 자원봉사를 떠나는 노인들도 등장했다. 10년 전 은행에서 은퇴한 유돈규(65)씨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일원으로 르완다행을 앞두고 있다. 가족들과 떨어져 2년간 타지 생활을 해야 하지만, 유씨는 다시 사회와 어울릴 수 있다면 어디든 상관없다는 생각이다.

    국제협력단 관계자는 "고된 일임에도 2~3년 전부터 60대 이상 노인들 참여가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며 "경험 많은 은퇴 노인들이 봉사 질을 한층 높여 젊은 친구들도 환영한다"고 했다.

    FC서울 팀 '서포터'인 장종수(61) 씨는 3년 전부터 빨간색 유니폼을 입고 아들·손자 또래의 축구팬들과 '대~한민국'을 외치는 골수 축구 팬이다. 장씨는 "먹고 살기 바빴던 지금 노인들은 젊었을 때 자신만의 취향이나 취미를 가지지 못해 젊은 층과의 틈새가 더 컸다"며 "앞으로 노인이 될 40~50대들은 지금과 많이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노인들 사이에 불고 있는 'IT 붐'도 노인들의 사회참여를 반영하고 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60대 이상 노인들이 보내는 문자메시지 개수는 2005년 12월 2422만 건에서 지난해 12월 4248만 건으로 2년간 75.4% 증가했다. 1인당 보낸 문자메시지도 평균 66건에서 71건으로 증가했다.

    ◆ 촛불 시위 때 거리 나서기도

    2004년 0.98%에 불과했던 야후코리아의 65세 이상 회원 비율은 올해 들어 1.64%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네이버, 네이트 등 포털사이트를 운영하는 NHN 관계자는 "최근 들어 노인들이 블로그를 운영하거나 UCC를 올리는 등 인터넷에 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인복지센터와 노인대학에서도 최근 3~4년간 인터넷 강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용산노인종합복지관의 경우, 50개 강의 중 컴퓨터 교육이 20%가 넘고 수강신청도 가장 빨리 마감된다.

    세상과 통하고자 하는 욕구는 '광장(廣場)' 진출로 표출되기도 한다. 지난 여름 촛불시위대와 맞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찬성" "정연주 사장 퇴진"을 외친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의 경우, 750명의 회원 평균연령이 75세에 이른다. 2006년 9월에 정식 발족한 어버이연합은 매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에서 안보강연회와 토론회를 연다.

    지난달 8일 부산에서는 노인들의 권익 향상을 위한 '노인권리연대'라는 단체도 출범했다. '노인권리연대'는 이날 발표한 선언문을 통해 "지금의 노인 세대가 험난했던 지난 반세기 동안 국가와 민족을 위해 공헌했다"며 "국가로부터 행복한 노후를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강남대 노인복지학과 윤찬중 교수는 "요즘 새롭게 노인이 되는 세대는 이전과 달리 사회참여에 적극적"이라며 "세대 간 갈등이 늘어날 수 있으므로 다른 세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입력 : 2008.11.04 03:01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11/04/2008110400034.html 

     

     

    [노인 500만 시대-노인이길 거부한다] "사회가 자발적으로 노인채용 시스템 만들어야"

     

    [5·끝] 전문가 좌담
    노인 하루 13명씩 자살… 사회적 배려 절실
    스스로도 은퇴·노후에 대해 철저한 준비를

     


     

    우리나라 노인 인구가 폭발적 속도로 늘고 있다. 올해 500만명을 넘어 10명당 1명 꼴이지만, 2026년이 되면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이 된다.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과제와 도전에 우리 사회는 직면하게 될 것이다. 누구나 세월이 가면 '노인'이 된다. 그래서 노인 문제는 바로 '나 자신의 문제'로 귀착되는 것이다. 황진수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배정원 연세대 성건강센터 소장, 강성추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교육연구센터장, 박하정 보건복지가족부 저출산고령사회정책국장이 '노인 500만 시대' 시리즈를 마치면서 자리를 함께 했다.


    강성추=노인은 과거 '보호의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행위의 주체'가 되고 있다. 요즘 노인들은 육체적·정신적으로 옛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월등하다.

    배정원=노인들이 '노인'이란 말을 싫어해서 강의할 때 '중노년'이란 말을 쓴다. 노인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본다.

    황진수=국가마다 노인 기준이 달라 인도는 60세, 아프리카는 55세, 북한은 60세다. 우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에 맞게 65세로 하고 있는데 이제 70세로 해도 될 것 같다.

    박하정=문제는 노인 기준을 높였을 때 퇴직 연령과 간격이 너무 벌어진다. 연금과 건강보험 등의 문제를 함께 봐야 한다.


    ▲ 3일 조선일보 편집국에서 배정원 연세대 성건강센터 소장(왼쪽부터), 박하정 보건복지가족부 저출산고령사회정책국장, 황진수 한성대 교수, 강성추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교육연구센터장이 노인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노후가 됐을 때 어디서 사느냐 문제도 중요한데, 농촌 지역에선 월 60만원이면 살 수 있다. 국가적 차원의 귀향(歸鄕) 운동도 필요하다고 본다.

    =귀향은 좋은 방식이지만 뒷받침할 의료·문화 시스템, 인간관계 등 갖춰져야 할 것이 많다.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란 개념이 있다. 늙었을 땐 자기가 그 동안 살아왔던 집과 동네에서 계속 사는 게 좋다는 것이다. 요양이 필요한 경우는 예외다.

    =노인 일자리와 관련해서도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일본은 기업들에 전체 직원의 6%를 노인으로 고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우리의 고령자고용촉진법은 2~6% 고용을 '권고'하는 수준이다. 향후 법적인 강제조항이 마련돼야 한다.

    =산업구조가 생산직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가고 있어 노인들이 일자리를 찾기가 매우 어렵다. 국가가 강제하기보다 사회가 자발적으로 노인 일자리를 만들고 채용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현재 300인 이상 사업장 96%는 정년이 57세로 돼있지만, 정년 전에 퇴직하는 사람이 97%다. 30년 이상을 놀아야 한다. 국가가 향후 10년, 20년을 대비하는 큰 계획표를 짜야 한다.

    =노인과 젊은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려면 지금부터라도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노인, 어린이, 장애인 등 모든 연령과 계층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주거·교통 등 기반시설을 갖추는 것을 뜻한다.

    =우리 사회에는 어른다운 노인상이 없다. TV 드라마에서도 노인은 잔소리나 하고 문제만 일으키는 식으로 묘사되고 있어 문제다.

    =노인들이 하루 13명씩 자살하고 있다. 빈곤과 질병, 가족과의 갈등 등이 원인이다. 노인들은 사회와 가정에 대해 분노와 서운함, 소외감을 갖고 있다. 노인이 심리적 안정을 찾도록 사회적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

    =노인 대상 성(性)특강을 할 때마다 150~200명씩 몰린다. 70세 이상 노인들도 주 1~2회 정도는 성관계를 갖고 싶다고 말한다. 요즘은 성관계가 바로 건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황=서울 시내에 콜라텍이 82개 있다고 한다. 예전엔 청소년들이 다니던 이곳에 요즘은 노인들이 몰려들어 춤도 추고 이성도 만난다고 한다. 우리 사회엔 노인들의 성 문제를 풀 수 있는 장치가 전혀 없다. 한 대학교수 출신 75세 노인이 "머릿속 90% 이상이 성관계 생각"이라고 털어놓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다.

    =외국에선 노인 대상 성인영화관이 있다. 일본엔 포르노방이 있는 양로원도 있다고 하다. 노인을 '무성(無性)적' 존재로 봐서는 안 된다.

    =2050년엔 일본보다 노인 비율이 더 많아진다. 일본에선 주민의 절반 이상이 노인인 기초단체가 등장하고 있다. 우리도 그렇게 될 것이다. 지역에 따라 노인 비중이 70%에 이르는 지자체도 나올 것이다.

    =일본에서 자녀와 함께 사는 노인과 따로 사는 노인의 자살률을 비교했더니 전자가 더 높다는 결과가 있었다. 신구 세대 간 조화는 가족이 함께 산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 노인들은 자식들에게 모든 걸 바쳐 키웠고 부모도 부양했지만, 정작 자식에게 부양 못 받는 첫 세대다. 열심히 일했는데 남는 게 없다는 박탈감과 분노가 클 것이다.

    =호주에서는 노인이 동네 스포츠클럽에 주 4회 출석만 해도 일주일에 우리 돈으로 2만5000원 정도를 주고 간단한 식사도 준다. 노인이 아프면 정부의 의료비 부담이 더 크다는 계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도 그런 대책이 필요하다.

    =지금 노인들은 산업화·민주화에 공헌했고 여건상 국가의 보조가 필요하지만 앞으로는 스스로 은퇴와 노후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곧 노인이 사회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게 될 텐데, 무조건 '보호 대상'으로만 여긴다면 사회가 유지될 수 없다.

    =1·3세대를 함께 아우르는 복지관 건립 등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또 노인과 다른 세대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한다는 공감대 형성이 절실하다. 당장 교과서부터 바꿔야 한다. 지금은 초등학교 저학년 이외엔 노인에 대한 내용이 교과과정에 전혀 없다.

     

    입력 : 2008.11.05 03:19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11/05/200811050007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