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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화학에서 의학까지] 2) 여러분의 비타민

산포로 2024. 9. 28. 09:13

  [노벨상: 화학에서 의학까지] 2) 여러분의 비타민

 

이번 글에서는 비타민에 대해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비타민 연구가 노벨상을 받았다는 말은 들어보셨을 텐데, 혹시 몇 번 받았는지도 아시나요? 무려 6번에 걸쳐 9명이 비타민 연구로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그럼 한 명씩 알아보겠습니다.


1. 1928년 노벨화학상 – 아돌프 빈다우스(Adolf Windaus) 

 

첫 번째는 스테롤과 비타민 D의 관계를 발견한 빈다우스입니다. 구루병은 비타민 D 결핍으로 인해 뼈가 굽는 병인데, 빈다우스는 스테롤의 일종인 Ergosterol로 구루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Ergosterol이 자외선(UV)에 의해 비타민 D로 전환된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진균과 동물에서 비타민 D의 생합성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Vitamin_D_biosynthesis_in_fungi_and_animals.svg 

 

뼈가 굽는 병의 치료법이 햇빛을 쐬는 것이라고 한다면, 정말 마법 같은 일일 겁니다. 빈다우스는 그 햇빛이 어떻게 구루병을 나을 수 있는지 기전적 토대를 제안했습니다. 훗날 인체의 피부에서도 이와 유사하게 7-dehydrocholesterol이 자외선에 의해 비타민 D3로 전환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2. 1929년 노벨생리의학상 – 프레더릭 홉킨스(Frederick Hopkins) & 크리스티안 에이크만(Christiaan Eijkman) 

 

두 번째는 비타민의 존재를 예측한 홉킨스와, 비타민 B1(티아민)을 발견한 에이크만입니다. 먼저 홉킨스는 순수한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무기질, 물을 동물에게 주었을 때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않는 것을 관찰하여, 또 다른 영양소(비타민)가 존재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홉킨스는 아미노산 중 하나인 트립토판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에이크만은 각기병(베리베리병)이 비타민 결핍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각기병은 근육 감소와 마비 증상으로 다리를 사용할 수 없는 병인데, 우연히 도정된 쌀만 먹는 말에서 비슷한 증상을 관찰했습니다. 그 이후 쌀 껍질에서 각기병을 막아주는 물질인 비타민 B1을 찾아냈습니다.

 

비타민 B1의 화학적 구조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Thiamin.svg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세계 최초로 비타민을 발견한 과학자는 스즈키 우메타로입니다. 1910년 겨 안에서 오리자닌(비타민 B1)을 최초로 분리하고 항 각기병 인자로 제시하여 도쿄화학회지에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당시 일본에서도 각기병 때문에 수만 명이 죽었거든요. 그런데 왜 노벨상을 받지 못했을까요?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들이 있습니다. 첫째로 스즈키의 논문이 일본어로 출판되었기 때문에 독일어로 번역되는 과정 중에 주목을 받기 어려웠다는 설입니다. 둘째로 스즈키가 도쿄대 농대 출신이었기 때문에, 각기병의 세균 원인설을 지지했던 도쿄대 의대에서 지원해 주지 않았다는 설입니다. 마지막으로, 당시의 과학계에서 일본인에게 노벨상은 아직 이르다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일본에서 노벨상은 스즈키의 발견 39년 이후 1949년 물리학에서 나왔습니다(유카와 히데키, 교토대 물리학과 졸업). 다른 상은 훨씬 더 오래 걸려서 화학상은 1981년(후쿠이 겐이치, 교토대 공업화학과 졸업), 생리의학상은 1987년에(도네가와 스스무, 교토대 화학과 졸업) 나왔습니다. 도쿄대 의대 출신은 아직 없습니다. 


3. 1937년 노벨생리의학상 – 얼베르트 센트죄르지(Albert Szent-Györgyi) 


4. 1937년 노벨화학상 – 노먼 하워스(Norman Haworth) & 파울 카러(Paul Karrer) 

 

세 번째와 네 번째는 비타민 C의 기능을 밝힌 센트죄르지, 비타민 C의 구조를 밝힌 하워스, 비타민 A와 B2를 규명한 카러입니다. 매우 이례적으로, 같은 해에 생리의학상과 화학상 모두 비타민 연구가 받았습니다. 

 

괴혈병(Scurvy)은 잇몸 출혈로 잘 알려져 있지만 추가적으로 무기력감, 출혈성 질병, 빈혈 등이 나타날 수 있는 병입니다. 센트죄르지는 최초로 hexuronic acid(지금의 비타민 C)를 분리했고 이를 복용하면 괴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추가로 퓨마르산의 대사에 대해서도 연구했습니다. 

 

이름에서 보듯 hexuronic acid는 hexose(육탄당)에서 비롯된다는 것은 알았지만 화학적 구조는 알 수 없었습니다. 하워스는 파프리카에서 비타민 C를 추출한 뒤 정확한 화학 구조를 발표했습니다. 이후 센트죄르지와 하워스는 공동으로 비타민 C의 이름을 항 괴혈병 인자(anti-scorbutic factor)에서 따온 ascorbic acid로 지었습니다.

 

포도당에서 비타민 C의 공업적 합성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The_industrial_synthesis_of_ascorbic_acid_from_glucose.svg
 

 

사실 인간 외에 많은 동물들은 비타민 C를 포도당에서 생합성할 수 있기 때문에 따로 섭취하지 않아도 됩니다. 대신 인간은 포도당에서 비타민 C를 공업적으로 합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이후에도 다양한 합성 방법이 개발되어서, 파프리카에서 추출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습니다. 

 

1931년 카러는 간유(생선의 일종인 대구의 간에서 추출한 기름)를 이용하여 지용성 비타민 A를 분리했습니다. 비타민 A는 carotene이라고도 불리고 당근에 많이 들어있습니다. Carotene 이름의 유래는 보시다시피 Carrot의 라틴어 어원 Carota에서 나왔습니다. 비타민 A의 명칭은 Retinol과 Retinal, Retinoic acid 등을 포함하는데 이때 어원은 망막을 뜻하는 Retina에서 나왔습니다. 당근 먹으면 눈에 좋다는 얘기가 여기서 나온 겁니다.

 

비타민 A(Retinol)의 화학적 구조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Retinol.png

 

그런데, 비타민 A를 최초로 분리한 사람은 카러가 아니라… 스즈키 우메타로 연구실의 다카하시 가쓰미였습니다. 카러보다 17년 앞선 1914년 분리에 성공했지만 앞서 스즈키 우메타로의 사연과 비슷한 이유로 널리 알려지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카러는 중요한 연구를 하나 더 했습니다. 바로 뒤에서 이어질 비타민 B2의 구조를 밝힌 것입니다.

 

비타민 B2 (Riboflavin)의 화학적 구조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Structure_of_riboflavin.png

 

5. 1938년 노벨화학상 – 리하르트 쿤(Richard Kuhn) 

 

당시 비타민 연구가 얼마나 파급력이 있었냐면, 바로 다음 해에 쿤에게 노벨상을 또 줬습니다. 다만 내부 선정 과정에 갈등이 있었는지(비타민 또 줘?) 1938년에는 선정이 유보되었다가 1939년에 수상을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당시는 나치 독일 시대였고 1935년 평화상을 독일의 반-나치 평화운동가인 카를 폰 오시츠키가 받는 바람에 히틀러는 자신의 통치 기간 중 독일인의 노벨상 수상을 금지했습니다. 그래서 쿤은 1945년 히틀러의 자살 및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야 메달을 받았다고 합니다.

 

비타민 얘기를 하고 있었지요. 쿤은 비타민 A, B2, B6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비타민 B2는 리보플라빈이라고도 하는데 flavin은 라틴어로 노란색이라는 뜻입니다. 혹시 국수는 흰색인데 라면은 왜 노란색인지 아시나요? 라면의 영양을 보충하고 색을 예쁘게 넣기 위해서 비타민 B2를 넣는다고 합니다. 종합비타민을 먹고 나서 소변이 유독 노랗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에도 비타민 B2 때문이라고 합니다. 

 

리보플라빈은 세포 내에서 대사가 되면 FAD(Flavin Adenine Dinucleotide)로 변합니다. FAD는 시트르산 회로(크렙스 회로, 1953 노벨생리의학상)를 통해서 FADH2로 환원되고 이후 전자전달계를 통해 ATP가…. 더 지루한 내용은 생화학 교과서에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6. 1943년 노벨생리의학상 – 헨리크 담(Henrik Dam) & 에드워드 도이지(Edward Doisy) 

 

다음은 비타민K를 발견하고 기능을 밝힌 담과 도이지입니다. 이분들도 1943년에는 선정이 유보되었다가(아니 비타민 또 준다고?) 1944년에 수상을 결정했습니다. 비타민 A, B, C, D 이야기를 하고 있다가 갑자기 K로 건너뛰게 되는데 일단 비타민 E까지는 있습니다. 다만 그다음이 K가 되는 이유는 비타민K의 기능과 관련이 있습니다. 

 

비타민 K1의 화학적 구조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Phytomenadione_Structure.svg 

 

비타민K는 혈액응고 인자 생성에 관여합니다. 혈액 응고는 영어로 coagulation이고 독일어로는 koagulation이라서 앞 글자를 따 비타민K가 되었습니다. 비타민K의 발견으로 인해 어린이들의 출혈이나 멍을 다루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도이지는 비타민K의 구조를 규명해서 공업적으로 합성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다만 일반적으로는 장내 미생물이 섭취한 음식물로부터 비타민K를 합성할 수 있기 때문에 결핍이 많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요새는 비타민이 너무 흔하고 누구나 쉽게 구매할 수 있지만, 이런 세상이 되기까지는 많은 연구가 필요했습니다. 앞선 노벨상 수상자들은 그동안 몰랐던 질병의 원인을 규명하고 명료한 해결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즉, 특정 물질이 부족하면 병에 걸리고, 보충하면 병이 낫습니다. 심지어 자연에서 추출할 필요도 없고 저렴하게 합성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많은 약들이 비타민처럼 접근성이 높아지는 세상이 오기를 희망합니다. (최근 개발된 유전자편집 치료제 카스게비의 가격은 29억 원이라고 합니다.) 


다음은 병원 관련 내용을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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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C(ibric.org) Bio통신원(김광은) 등록 2024.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