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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티스·로슈, ‘WRN 억제제’ 내성 극복할까…英 연구팀, 유발 유전자 규명

산포로 2024. 10. 28. 09:09

노바티스·로슈, ‘WRN 억제제’ 내성 극복할까…英 연구팀, 유발 유전자 규명

- WRN 단백질, MSI 암세포의 주요 약점으로 확인
- 노바티스·로슈, WRN 억제제 후보물질 임상1상 연구 중…GSK도 뛰어들어

 

출처 : ‘EORTC-NCI-AACR’ 심포지엄 홈페이지

 

[더바이오 성재준 기자]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Novartis)와 로슈(Roche) 등이 최근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새로운 항암신약 후보물질인 ‘베르너증후군 단백질(a RecQ helicase, WRN) 억제제’에 대한 내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청신호를 켠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영국 연구팀은 지난 23일부터 26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EORTC-NCI-AACR’ 심포지엄에서 WRN 억제제에 대한 내성 유발 유전자를 규명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EORTC-NCI-AACR은 유럽암학회, 미국암연구소, 미국암연구학회(AACR)가 공동으로 주관해 유럽과 미국을 오가며 개최되는 국제학회다.

 

영국 케임브리지 웰컴생어연구소(Wellcome Sanger Institute) 연구팀은 특정 암세포가 WRN 억제제에 저항성(내성)을 보이는 주요 돌연변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특히 DNA 복구 기능에 결함이 있는 현미부수체 불안정성(Microsatellite Instability, MSI) 암세포에서 WRN 단백질이 생존에 중요한 약점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WRN 억제제에 장기간 노출된 대장암 세포에서 WRN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해 약물의 결합과 작용을 방해하는 저항성 메커니즘을 확인했다. 이후 현재 MSI를 가진 암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통해 해당 물질을 평가 중이다.

 

MSI 암은 DNA 복구 기전 중 하나인 ‘불일치 복구(Mismatch Repair, MMR) 시스템’에 결함이 생겨 발생하는 암이다. 이 시스템이 손상되면 DNA 복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작은 염기서열 반복 구간인 ‘현미부수체’에서 오류가 제대로 복구되지 않고 축적된다. 이러한 오류는 세포의 유전자 불안정성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

 

MSI 암은 주로 대장암ㆍ자궁내막암ㆍ위암에서 많이 발견되며, ‘고빈도-현미부수체 불안정성(MSI-H)’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MSI-H 암은 기존의 치료에 저항성을 보일 수 있지만, 특정 항암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도 있어 면역치료제나 표적치료제가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연구팀은 또 암세포에 있는 WRN 단백질이 MSI 암의 취약점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면역요법을 포함한 표준 치료요법에 내성이 있는 암이 생존을 위해 WRN에 크게 의존한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연구팀은 다양한 WRN 억제제를 교차 실험하며 대체 약물의 효과를 탐색 중이다. 저항성 발생 시 차세대 WRN 억제제나 면역 치료와의 병용 전략도 고려하고 있다.

 

연구 책임자인 가브리엘레 피코 박사는 “액체생검을 통해 저항성 돌연변이를 추적하는 방법도 치료 모니터링 전략으로 유망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돌연변이는 WRN 억제제 저항성을 이해하고 이를 극복할 새로운 약물 개발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WRN, MSI 양성 암 DNA 복구…WRN 억제제는 MSI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

 

WRN 단백질은 DNA 복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헬리카제(helicase, 효소의 일종)’로, DNA의 이중가닥 구조를 풀고 손상된 DNA를 복구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특히 WRN은 텔로미어 유지와 게놈 안정성에 관여해 세포의 정상적인 증식과 생존을 돕는다.

 

WRN 억제제는 2가지 유전자 변이나 결함이 동시에 존재할 때 세포가 죽는 ‘합성치사성(synthetic lethality)’ 기전을 통해 작용한다. 개별적으로는 세포 생존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두 변이가 함께 있을 때 치명적인 효과를 나타낸다. 이 기전을 활용하면 특정 암세포의 변이를 표적으로 삼아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죽일 수 있다. 암세포에서 DNA 복구 기전의 결함으로 인해 발생한 WRN이 억제되면 이 세포는 DNA 손상을 복구할 수 없어 사멸하지만 건강한 세포는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WRN 단백질은 특히 MSI 암종에서 필수적이다. 대장암ㆍ자궁내막암ㆍ위암 등의 MSI 양성 암에서 암세포가 WRN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게 나타났다.

 

◇노바티스ㆍ로슈ㆍGSK 등 MSI 고형암 대상 WRN 억제제 후보물질 연구 중

 

여러 다국적 제약사들이 WRN 억제제 개발에 나섰지만, 아직 대부분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노바티스와 비비디온테라퓨틱스(Vividion Therapeutics, 이하 비비디온)는 MSI 또는 불일치 복구 결함(dMMR) 암 환자 327명을 대상으로 경구용(먹는) WRN 억제제 후보물질인 ‘HRO761’의 임상1상을 진행 중이다. 이 후보물질은 ‘키트루다(Kyetruda, 성분 펨브롤리주맙)’나 ‘이리노테칸(irinotecan)’과 병용 또는 단독으로 안전성과 최적 용량을 시험하고 있다.

 

로슈 또한 비비디온과 MSI 고형암을 대상으로 WRN 공유결합 억제제(WRNi) 후보물질인 ‘RG6457’시리즈를 개발 중이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미국 아이데이아바이오사이언스(IDEAYA Bioscience)와 고빈도-현미부수체 불안정성(MSI-H) 고형암을 대상으로 WRN 억제제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참고> WRN 단백질의 역할과 WRN 단백질 억제제의 기전

 

WRN 단백질 억제제는 암세포가 WRN 단백질을 사용해 DNA 손상을 복구하는 과정을 방해한다. 이로 인해 암세포는 DNA 손상을 복구할 수 없게 되고, 결국 사멸하게 된다. 특히 MSI(현미부수체 불안정성) 암세포는 WRN 단백질에 의존해 생존하므로, WRN 억제제는 이러한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다. 즉, WRN 단백질을 억제하면 암세포가 DNA 손상을 복구하지 못해 결국 사멸하는 구조다.

 

더바이오 성재준 기자 2024.10.28 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