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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 찾아가는 벌레 담은 ‘웜온어칩’ 폐암도 탐지한다

산포로 2022. 3. 22. 09:28

냄새 찾아가는 벌레 담은 ‘웜온어칩’ 폐암도 탐지한다

 

연구팀이 개발한 웜온어칩. 장나리 연구원 제공.

 

개는 놀라운 후각을 사용해 사람의 호흡과 혈액·소변 샘플에서 다양한 암을 감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과학자들이 이와 유사하게 개보다 훨씬 단순한 생물이지만 냄새의 흔적을 찾아 꿈틀대며 암세포 쪽으로 나아갈 수 있는 선충을 이용해 폐암세포를 탐지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다. 

 

최신식 명지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연구팀은 토양에 기생하는 선충을 이용해 폐암세포를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21일(현지시간)부터 열리는 미국 화학회(ACS) 춘계 학술회의에서 연구결과를 공개한다. 작은 칩 형태로 만들어진 데서 ‘웜온어칩(Worm on a chip)’으로 불리는 이 기술을 이용하면 향후 초기 폐암세포 진단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암의 조기 진단은 효과적인 치료와 생존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현재 영상이나 조직 검사를 통해 폐암을 진단하지만 종종 초기 진단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연구팀은 토양에서 기생하는 선충을 이용하기로 했다. 이 선충은 길이가 1mm보다 작은 벌레로 실험실에서 쉽게 자라고 후각이 매우 뛰어난 게 특성이다. 최신식 명지대 교수는 “폐암 세포는 정상 세포와 다른 냄새 분자를 만들어낸다”며 “토양에 기생하는 선충은 특정한 냄새에 끌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선충을 폐암 진단에 활용하려는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최 교수 연구팀은 앞서 2017년 은 나노입자를 검출해 생체 독성을 파악할 수 있는 선충을 활용한 칩을 개발해 공개한 바 있다. 선충이 은 나노입자를 흡입하게 해 선충의 몸이 보이는 반응을 칩 상에서 쉽게 판별하는 기술이다. 고가의 분석 장비 없이 특정 물질의 생체 독성을 측정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폐암세포 조기 진단에 활용했다. 양쪽 끝이 폴리다이메틸실록산 탄성 중합체로 이뤄진 유사한 형태의 칩을 만들고 한쪽 끝에는 폐암세포를 배양한 용액을, 다른 한쪽 끝에는 정상 폐 섬유아세포를 배양한 용액을 떨어뜨리고 중앙에 선충을 배치한 뒤 1시간 관찰한 결과 더 많은 선충이 폐암세포 쪽으로 이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선충의 후각 수용체 유전자 ‘odr-3’에 변이가 생긴 선충은 이같은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알아냈다. 

 

연구팀이 자체 개발한 웜온어칩으로 테스트한 결과 폐암세포 탐지 효과가 약 70%인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폐암세포 특유의 냄새 분자를 선충이 기억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내 감도와 정확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미 선충을 폐암세포 쪽으로 유인하는 특정 냄새 분자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의료진과 협력 연구를 통해 폐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아사이언스 (dongascience.com)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2022.03.21 1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