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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식습관이 내 자식 건강 좌우한다

산포로 2010. 12. 31. 10:06

내 식습관이 내 자식 건강 좌우한다

 

 

유전정보 아닌 식생활 정보 자손에게 유전
 
생물학에서 멘델의 법칙은 유전에 대한 명확한 원칙을 제시한다. 내 생리적 특성과 질병의 위험도는 정확히 내 DNA 염기서열을 통해 읽을 수 있다는 원칙이다. 생리적 특성과 질병의 발병 등 외형적 특성을 표현형(Phynotype)이라고 부르며 DNA 염기서열을 유전형(Genotype)이라고 부른다. 모든 생명현상과 개인 질병의 원인은 출생 전 미리 결정된 유전자 특성에 따라 좌우된다는 것이다. 이를 유전자결정론이라고 지칭한다.

 

인간유전체프로젝트(Human Genome Projcet)로 밝혀진 사실 가운데 하나는 DNA 염기서열이 유전질환이나 개인의 생리적 특성에 대해 모든 정보를 말해줄 수 없다는 점이다. 타입2 당뇨병의 경우 36개 이상의 변이 유전자가 관련돼 있지만 이들 유전자는 당뇨병에 대해 단지 10% 가량만 설명해 줄 뿐이다.

 

후성유전학, 유전자 정보 이외 생명현상 규명

 

나머지 90%의 정보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일까. 후성유전학(Epigenetics)은 이에 대한 해답을 찾는 학문이다. 후성유전학은 DNA 염기서열의 변화가 생기지 않으면서 대물림되는 유전자 발현을 연구한다. 즉 DNA 염기서열의 변화가 없는데도 유전자 발현이나 기능의 변화가 어떻게 발생하고 유전되는지를 밝힌다.

 

후성유전학자들은 DNA 정보만으로 생명현상을 충분히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일란성 쌍둥이도 다른 생활환경에서 산다면 DNA 정보가 같더라도 다른 질병에 걸릴 수 있다. DNA 정보 이외에 생명현상에 영향을 주는 기타 요소들이 있다는 얘기다.

 

후성유전물질은 DNA 유전정보 이외에 생명현상에 개입하는 기타 요소들 가운데 하나이다. 현재까지 후성유전물질로는 히스톤이라는 단백질과 메틸기, 아세틸기라는 화학물질이 꼽히고 있다. 이런 후성유전물질들은 DNA에 결합해 부모세대와 다른 표현형을 나타내도록 한다. 

 

DNA 메틸화(methylation)는 후성유전학 연구의 핵심 분야이다. DNA 메틸화는 DNA 염기 중 시토신(C)에 ‘메틸기’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을 말한다. 메틸기와 같은 화학물질이 DNA에 붙는 것을 DNA의 화학적 조정이라고 일컫는다. 화학적 조절이 일어나면 DNA 염기서열 자제는 부모세대와 동일하지만 염기에 메틸기와 같은 꼬리표가 붙음으로써 표현형에 차이가 발생한다.

 

후성유전학에 따르면 아버지의 식생활 정보가 자식에게 유전될 수 있다. 메사추세츠 의대 올리버 란도 교수 연구팀은 최근 쥐 동물모델 실험에서 아비 쥐들의 식생활 습관이 자식의 생리대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후성유전학에 대한 증거들은 그간 동물과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보고된바 있다. 1944년 네덜란드의 기근으로 인해 신생아들의 체중저하와 당뇨병 증가는 인간도 후성유전학에 자유롭지 못하다는 증거의 하나이다. 하지만 이 사례는 사회적, 경제적 요인이 작용했다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의 이번 연구결과는 사회적, 경제적 요인이 아니라 식생활이라는 환경적 요인에 기인했다는 점에서 차이를 띤다. 아비 쥐들은 자식 쥐들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연구팀은 아비 쥐의 색생활 습관에 따른 어떤 종류의 영양정보가 아비 쥐의 정자를 통해 후손들에게 전달돼 자식 쥐의 대사체계가 변한 것으로 설명했다.

 

아비 쥐의 식생활 정보 유전, 자식 쥐의 대사과정에 영향

 

이는 후성유전학에 따른 유전자의 조정이 환경정보를 후손에 전달하는 중요한 기작이라는 기존의 근거를 지지한다. 이번 연구는 식생활 환경정보가 다음 세대로 유전된 경우이다. 연구결과는 과학저널 ‘Cell’ 12월 23일자 이슈로 게재됐다.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식습관이 자식세대의 대사에 영향을 주는 것은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올해 초 또 다른 연구팀은 쥐 모델 연구에서 높은 지방 식이요법의 아비 쥐가 건강상의 문제를 딸 쥐에게 전달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란도 연구팀은 환경 정보가 다음 세대에 전달될 수 있는지 여부를 포유동물에게서 확인하기 위한 실험을 고안했다. 연구팀은 쥐들의 유전자의 발현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수행했다. 이 쥐들의 아비 쥐들은 젖 먹이를 데고 교배를 할 정도 성숙할 때까지 단백질 영양이 부실한 식생활에 노출됐다. 단백질 부족에 시달린 아비 쥐들의 자식 쥐들은 수백 개의 유전자의 변화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식 쥐들의 간에서 아비 쥐의 식생활 정도에 따라 수많은 차이점이 발견됐다. 이를테면 간에서의 콜레스테롤과 지방 합성에 영향을 주는 DNA의 화학적 조절이다. 아비 쥐의 단백질 식생활 패턴에 따라 아들 쥐의 DNA 메틸화에 차이가 나타났다. 이는 결과적으로 콜레스테롤의 생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발현을 증가시켰으며 콜레스테롤 에스테르는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와 기존의 결과를 종합해볼 때 부모의 식습관이 자식세대의 지방과 콜레스테롤 대사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평했으며 환경 요인으로 인한 세대 간 유전자 발현의 차이를 연구하는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란도 교수는 “부모가 굶주렸을 때 자식들이 칼로리를 비축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기존의 아이디어와 일치하는 연구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콜레스테롤 대사과정의 변화가 저단백질 식이요법에 이익이 될 것인지는 비록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은 명확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는 당뇨병, 심장질환과 같은 복잡한 질병에 대한 역학조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란도 교수는 손자 쥐의 대사변화에 대한 연구를 계획 중이다. 인간을 대상으로 한 기존의 후성유전학 연구에서 조부의 환경요인이 손자 세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됐기 때문이다.

 

DNA 메틸화, 유방암 등 암 연구에 응용

 

유전학의 원칙인 멘델의 법칙을 따르지 않으면서도 유전현상의 원인을 설명할 수 있는 후성유전학은 암과 같은 질병 연구에도 응용되고 있다. 이를테면 암세포에서 후성유전학적으로 DNA 메틸화가 일어난 기능이 소실된 유전자를 찾아내는 것이다. 지난 9월 서울의대 강대희 연구팀은 유방암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메틸화 유전자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연구팀은 에스트로겐 호르몬 수용체와 프로게스테론 수용체가 양성인 12명의 유방암 환자 조직과 음성인 12명의 환자의 조직을 이용해 DNA 메틸화가 발생한 4개의 유전자를 발견했다. 연구팀은 유방암에서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유무에 따라 4개 유전자의 메틸화 정도가 차이가 있음을 규명했다. 연구결과는 과학저널 ‘Human Molecular Genetics’에 게재됐다.

 

유방암은 호르몬 수용체 여부에 따라 예후와 치료방침이 달라지는데 호르몬 수용체 양성인 암은 호르몬 요법에 반응하며 예후가 좋은 편이고 음성인 유방암은 예후가 나쁜 것으로 알려졌다. 강 교수는 “DNA 메틸화는 발암의 조기단계에 나타나는 주요한 후성학적 유전자 변이이며 호르몬 수용체 여부에 따라 관여하는 후생유전자가 다름을 밝힌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성규 객원기자 | henry95@daum.net  2010.12.31
http://www.sciencetimes.co.kr/article.do?todo=view&atidx=0000047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