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 슈퍼박테리아 퇴치할 수 있는 원리 밝혀
국내 연구진이 패혈증을 일으키는 포도상구균 외 폐렴막대균, 탄저균, 결핵균의 자살 유도 작용을 밝혀 새로운 항생제 개발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였다.
한국연구재단은 이봉진 교수(서울대학교), 이상재 박사(포항가속기연구소), 김도희 교수(제주대학교), 강성민 교수(덕성여자대학교) 공동 연구팀이 새로운 독소-항독소 단백질의 삼차원 구조를 규명 및 해석하여 독소 활성화를 통한 병원균 사멸 유도 원리를 확인했으며, 이를 통해 항생제 내성 슈퍼박테리아를 박멸할 수 있는 차세대 약물 설계의 실마리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최근 포도상구균, 결핵균 등의 내성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항생제 개발은 전 세계적으로 정체된 실정이다. 2020년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에 따르면 대부분의 신규 항생제들은 슈퍼박테리아에 취약하며, 새로 개발된 항생제들은 그람 음성 병원균을 주 대상으로 개발되었다. 따라서, 패혈증을 일으키는 항생제 내성 포도상구균이나 다제 항생제 내성 결핵균에 대한 신규 항생제의 개발이 시급한 실정이다.
연구팀은 그람 양성균인 포도상구균 유래의 독소단백질인 PemK와 독소-항독소 결합체 단백질인 PemIK의 삼차원 구조를 X선-결정학법을 이용하여 해석에 성공하였다.
※ X선-결정학법 : X선 회절을 이용하여 단백질 원자 배열을 분석하는 방법
이 과정에서 항독소단백질 PemI가 독소단백질 PemK의 일부 구조를 모방하는 독특한 작용을 이용하여 상호 결합함을 관찰하였다.
또한, 생물리학 분석을 시행하여 독소단백질의 활성화 부위를 확인, 활성 유지를 통해 병원균의 전령알엔에이(mRNA)를 분해하는 것을 밝혔다.
※ 전령알엔에이(mRNA) : 단백질을 합성하는 유전정보가 담긴 핵산류
이에 두 단백질의 강제적인 결합 방해를 통해 독소단백질 PemK가 지속적인 독소 활성능을 나타내게 함으로서 포도상구균, 폐렴막대균, 탄저균, 결핵균을 사멸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본 연구 결과를 통해 두 단백질 PemK와 PemI의 결합을 방해하는 물질을 설계할 수 있는 삼차원 구조정보를 밝혔으며, 병원균들이 스스로 자멸하게 유도할 수 있는 신개념 항생제 설계의 토대를 제시하였다.
이봉진 교수는 “본 연구팀의 결과물을 활용하여 구조기반 약물 설계법을 이용한 빠른 약물 개발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슈퍼박테리아 중 빠른 대처가 필요한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 뿐만 아니라 폐렴막대균, 탄저균, 결핵균에 대처할 수 있는 약물 설계의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구조기반 약물설계법(Structure-based drug discovery) : 단백질 구조정보를 이용하여 신약 설계의 실마리를 찾아 약물을 찾는 방법
연구팀은 전 세계에서 5개국만 보유하고 있는 포항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하여 실온 상태의 약물 결합 단백질 연구와 항생제 개발을 병행할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기초연구사업(기본연구 및 중견연구) 등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의 성과는 국제학술지 ‘뉴클레익 액시드 리서치(Nucleic Acids Research)’에 2월 10일 게재되었다.
주요내용 설명
<작성 :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이봉진 교수>
논문명
Role of PemI in the Staphylococcus aureus PemIK toxin-antitoxin complex: PemI controls PemK by acting as a PemK loop mimic
저널명
Nucleic Acids Research
키워드
Toxin-antitoxin(독소-항독소), Staphylococcus aureus(포도상구균), X-ray crystallography(X-선 결정학법), antibiotics(항생제), 구조기반신약설계법(structure-based drug discovery)
DOI
미정
저 자
이봉진 교수(공동교신저자/서울대학교), 이상재 박사(공동교신저자/포항가속기연구소), 김도희 교수(공동1저자/제주대학교), 강성민 교수(공동1저자/덕성여자대학교)
1. 연구의 필요성
○ 연구동향과 선행연구의 한계 : 현재 코로나 범유행으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으며, 코로나바이러스의 계속된 돌연변이로 인해 제약업계가 새로운 의약품을 개발하는 중이다. 그러나 포도상구균, 결핵균의 내성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항생제 개발은 전 세계적으로 정체된 실정이다.
○ 안타깝게도 2020년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신규 항생제들은 슈퍼박테리아에 취약하며, 최근 개발 중인 신규 항생제들은 그람 음성 병원균이 주 표적이므로 항생제 스펙트럼이 넓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 따라서, 사망률이 매우 높은 패혈증 등을 일으키는 그람 양성균인 메티실린 내성 포도상구균(MRSA) 이나 세균학상 그람 음성균이 아닌 다제내성 결핵균 (MDR TB)에 대한 신규 항생제 개발이 시급한 실정이다.
○ 본 연구팀은 병원균의 항생제 내성 문제를 우회하기 위해 병원균에 내재한 독소 단백질의 제어를 방해하여 세포자살을 유도하는 기작을 토대로 하는 약물 개발의 중요성을 인식하였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독소-항독소 단백질 연구를 수행하였다.
○ 본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기존의 항생제와는 완전히 다른 신규 항생제 개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2. 연구내용
○ 연구방법 및 연구절차 :
1) 포도상구균 유래의 독소단백질 PemK와 항독소단백질 PemI에 대하여 결정화 테스트 및 최적화 작업을 통해 고질의 결정을 성장, 포항방사광가속기의 X-선을 이용하여 두 종류의 단백질 (독소 단백질과 독소-항독소 결합단백질) 의 삼차원 구조를 해석함.
2) 확보한 단백질 구조들을 비교, 분석하여 독소단백질의 효소활성화 부위 및 항독소단백질의 기능을 밝히고자, 돌연변이법 (mutagenesis) 을 이용하여 다양한 돌연변이 단백질을 생산한 뒤 효소활성화 분석법을 통해 독소단백질의 중요 아미노산들 (amino acids) 의 정보를 밝혀냄.
3) 독소단백질의 구조변화를 세밀히 분석하고자 핵자기공명법 (NMR) 및 시뮬레이션분석법 (MD simulation)을 활용하여 수용액 상태에서의 단백질의 구조 변화를 관찰하고 예측함.
4)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독소단백질이 항독소단백질과 결합할 때 구조 변화가 갖는 의미를 분석하여, 열림 형태/닫힘 형태의 독소 단백질의 특징과 항독소단백질과의 결합 부위를 밝힘.
○ 기존 연구와의 차이점 :
1) 최초로 포도상구균 유래의 독소단백질 PemK와 독소-항독소 결합단백질 PemIK의 삼차원 구조를 해석함.
2) 독소단백질 PemK는 플라스미드를 통해 병원균에 옮겨다니는데, 특히 폐렴막대균(Klebsiella pneumonia), 탄저균(Bacillus anthracis), 결핵균(Mycobacterium tuberculosis)에서 발견되었으며, 독소 단백질의 지속적인 활성화는 병원균의 자살 유도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표적 단백질의 연구 가치가 크다.
3) 병원균에는 다양한 독소단백질과 항독소단백질이 존재하는데, 본 연구팀이 밝힌 표적 단백질인 항독소단백질 PemI의 경우 매우 독특한 방법으로 독소단백질 PemK와 결합함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 이러한 결합 방법은 항독소단백질 자체 구조를 독소단백질의 형태를 모방하여 결합하는 방식이므로, 기존에 개발된 약물과는 매우 다른 형태로 약물 설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들과 차이가 매우 크다.
3. 연구성과/기대효과
○ 연구 핵심내용
1) 제2유형의 독소-항독소 그룹에 속한 PemIK 복합 단백질의 제어체계를 밝혔는데, 이는 항독소단백질 PemI가 독소단백질의 효소활성화 부위와 직접 결합함으로써, 독소단백질의 전령알엔에이(mRNA) 분해를 차단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2) 독소단백질 PemK은 이중복합체(dimer)로 효소로 작용하는데, 이때 독소단백질의 구성요소 중 L12 두 개가 서로 맞물려 닫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 평상시에는 병원균 내에서 항독소단백질인 PemI가 독소단백질 PemK와 결합 시 L12는 열림 구조를 취하게 되는데, 놀랍게도 항독소단백질의 일부가 복제 열쇠로 문을 열 듯 독소단백질의 L12 구조를 흉내 내며 독소단백질을 열림 구조로 유도하여 독소단백질과 단단하게 결합함을 밝혀내었다.
3) 독소단백질 PemK는 전령알엔에이(mRNA)의 특정서열인 ‘UAUU’를 분해하는데, 이러한 분해로 포도상구균의 성장이 억제되며 결국 사멸에 이르게 된다.
4) 또한 독소단백질 PemK의 역할에 아미노산 Glu20, Arg25, Thr48, Thr49, Arg84이 중요 역할을 함을 밝혔다.
5) 종합적으로, 인체에는 존재하지 않으면서, 중요 병원균인 메티실린 내성 포도상구균, 폐렴막대균, 탄저균, 결핵균에 내재된 독소-항독소단백질 PemIK의 결합을 방해할 수 있는 구조생물학적 연구 정보는 새로운 항생제 개발에 큰 단서를 제공한다.
○ 본 연구결과의 지식증진 측면에서의 파급효과
1) 포도상구균 유래의 독소단백질 PemK와 독소-항독소 결합 단백질 PemIK의 삼차원 구조를 세계 최초로 규명하였다.
2) 독소단백질과 결합하기 위해 항독소단백질이 독소단백질구조의 일부 형태를 동일하게 만드는 전략 (loop mimic) 으로 결합하는 등 생명체의 생존 전략을 새로 밝혀내었다.
3) 독소단백질의 효소 활성화 부위에 결합한 항독소단백질의 구조를 밝혀 항독소단백질이 어떠한 방법으로 독소단백질을 제어하는지를 밝혀냈다.
4) 전체적으로, 본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인체 병원균의 생존 기작, 감염 후 기작 등에 관한 후속 연구 등을 수행하는데 밑바탕이 될 수 있다.
○ 본 연구결과의 실용화 측면에서의 파급효과
1) 현재 전 인류는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바이러스로 유래한 거대한 위험을 실감하고 있다. 한편,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병원균에 의한 사망자 수는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항생제 개발은 매우 느린 실정이다.
- 특히 기존 항생제로 죽일 수 없는 슈퍼박테리아에 의한 사망자 수는 2017년에는 70만명 (WHO보고서) 이상으로 알려졌는데 그 수는 급증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2019년 기준 슈퍼박테리아 감염자는 9,000명이며 이 중 40%인 3,600명이 사망했다.
- 세계보건기구(WHO)는 향후 2050년도에 슈퍼박테리아로 인한 사망자 수를 1,000만 명 이상으로 예측한다. 따라서 국가 보건 문제를 대비하기 위한 새로운 항생제 개발은 매우 시급한 실정이다. 또한 신약개발을 통해 국가의 위상이 향상되고, 국가의 수입을 증가시킬 수 있는 등 경제적인 효과가 상당할 것이다.
2) 현재 개발 중인 신규 항생제들은 그람 음성 병원균이 주 표적 대상이므로, 사망률이 매우 높은 패혈증 등을 일으키는 그람 양성균인 메티실린 내성 포도상구균(MRSA) 이나 세균학상 그람 음성균이 아닌 다제내성 결핵균(MDR TB)에 대한 신규 항생제에 대한 항생제 개발이 필요하다.
- 본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독소단백질 PemK와 독소-항독소 복합체인 PemIK의 삼차원 구조정보 및 결합력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 빠른 시간 내에 약물 후보군을 찾아 신약을 개발하는데 큰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 또한 기존의 항생제 내성을 유발시킬 수 있는 약점 없이 병원균의 자살 유도를 한다는 점에서 완전히 다른 신규 항생제 개발이 가능하다.
(그림1) 독소단백질 PemK와 항독소단백질 PemI의 결합 모드
- 루프12가 빗장처럼 닫힌형태인 독소단백질 PemK는 항독소단백질 PemI와 결합할 때 루프12가 열린 형태를 취하며 PemI와 단단하게 결합한다. 이때, 독소단백질과 항독소단백질의 결합을 방해할 수 있는 약물을 넣어주면 독소단백질 PemK는 지속해서 병원균 속에 있는 전령알엔에이(mRNA)를 분해하게 되며, 결국 병원균은 자살 유도되어 사멸된다.
※ 루프12 : 독소단백질의 구성요소로 첫 번째와 두 번째 베타 스트랜드 사이에 존재하는 긴 루프
- 그림에 있는 독소단백질 PemK와 독소단백질-항독소단백질 결합체 PemIK의 구조정보는 약물을 설계하는데 큰 단서를 줄 수 있다.
그림설명 및 그림제공 :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이봉진 교수
연구 이야기
<작성 :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이봉진 교수>
□ 연구를 시작한 계기나 배경은?
슈퍼박테리아의 출현으로 병원균의 내성문제가 심각한 실정이지만, 최근 개발 중인 신규 항생제들은 그람 음성 병원균이 주 표적이므로 그람 양성균인 내성 포도상구균(MRSA)에 대한 신규 항생제 개발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본 연구진은 병원성균 유래의 독소-항독소 단백질이 인간에게는 없다는 사실과, 병원균의 내성 문제를 우회하기 위해 병원균에 내재한 독소 단백질의 제어를 방해하면 세포자살을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또한 이들의 분석을 통해 새로운 항생제 개발의 가능성을 확인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포도상구균 유래 제2유형의 독소-항독소 단백질인 PemK-PemI의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 연구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장애요소는 무엇인지? 어떻게 극복(해결)하였는지?
독소-항독소의 작용기전 규명에 있어서 PemK-PemI의 복합체 구조 규명은 필수적이었지만 결정화가 쉽지 않았고, 독소 단백질의 단독 구조만으로는 독소-항독소 시스템의 작용기전을 예측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다양한 시도를 해오던 중 단백질 엔지니어링기법을 활용하여 독소 단백질에 결합하는 부분 위주로 된 항독소 절편을 만들어 결합시킨 후 복합체 구조를 규명할 수 있었습니다.
□ 이번 성과, 무엇이 다른가?
병원성균 유래 독소-항독소 단백질은 병원균의 독성 및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함으로 여러 방면으로 연구가 되어 왔습니다. 현재까지 구조적인 관점에서의 연구는 독소 단백질 단독연구이거나 독소-항독소 복합체 구조 단독연구에 그쳐 두 구조간의 비교연구는 어려운 실정이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독소단백질 단독 구조와 독소단백질의 효소 활성화 부위에 결합한 항독소단백질의 구조를 동시에 규명한 것이 이번 연구의 일차적인 성과이며 나아가 독소 단백질의 효소 활성화 부위 규명 및 항독소단백질이 독소단백질구조의 일부 형태를 동일하게 만드는 전략(loop mimic)으로 결합하는 등 생명체의 생존 전략을 새로 밝혀낸 것이 기존 연구와는 차별화되는 중요 성과입니다.
□ 실용화된다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 실용화를 위한 과제는?
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실용화된다면 신규 항생제 개발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향후 필요한 실용화를 위한 과제는 항독소단백질이 어떻게 독소단백질을 무력화하는지의 구조정보에 기반한 저분자 약물 유도체 및 펩타이드 유사 화합물을 도출하고, 효능시험 및 병원성균에 작용하는지에 대한 후속연구를 추진하는 것입니다.
□ 꼭 이루고 싶은 목표나 후속 연구계획은?
본 연구가 논문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개념의 항생제로 개발로 이어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구조기반 약물 설계법(structure-based drug discovery)을 활용하여 병원성균의 독소-항독소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약물 후보물질을 도출 및 규명하는 연구를 후속연구로 진행하고자 합니다. 이에 포항 4세대방사광가속기 (PAL-XFEL)을 통해 실온 상태의 약물결합 단백질 구조 해석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의학약학 한국연구재단 (2022-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