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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서 '베타'에 '오미크론' 변이까지..."에이즈 환자가 원인일 가능성"

산포로 2021. 11. 29. 14:02

남아공서 '베타'에 '오미크론' 변이까지..."에이즈 환자가 원인일 가능성"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의 새 변이인 오미크론 변이가 발견되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올해 초 백신을 회피하는 능력을 가진 베타 변이가 발견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남아공을 비롯한 아프리카에서 새로운 변이가 발생하는 이유로 면역력이 부족해 장기간 감염되는 환자들이 다수 존재하는 상황에서 바이러스 변이도 자주 일어나기 때문으로 추정한다.

 

툴리오 드 올리베이라 남아공 전염병 대응 및 혁신센터(CERI) 소장을 비롯한 남아공 과학자 5명은 26일 기고매체 '컨버세이션'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우려 변이가 등장한 이유에 대해  “면역 체계가 심하게 손상된 사람들과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없어 장기간 감염을 겪는 이들이 새 변이 바이러스의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남아공에서 새로운 변이가 확인되는 것은 아프리카 내 다른 국가들보다 남아공이 강력한 바이러스 변이 감시 시스템을 갖춘 것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영국과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시점인 지난해 4월 코로나19 전국 게놈감시 프로젝트를 가동한 국가다. 남아프리카 게놈 감시 네트워크(NGS-SA)로 불리는 게놈감시 프로젝트는 2020년 말 남아공에서 백신을 회피하는 능력을 갖춘 베타 변이를 확인하기도 했다.

 

이번 변이도 NGS-SA의 분석으로 빠르게 발견됐다. 남아공 북부 가우텡 지역에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자 사설 연구기관인 랜싯연구소는 이 지역의 중합효소연쇄반응(PCR) 검사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S 유전자가 감지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바이러스 검체 8개의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바이러스가 너무 심하게 변이됐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랜싯연구소는 23일 NGS-SA와 게놈을 공유했고 검증을 거쳐 올리베이라 소장이 25일 오미크론 변이의 존재를 알렸다.

 

남아공의 전문가들은 새로운 변이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된 상태로 코로나19에 감염된 이들에게서 나타났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HIV 감염으로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에 걸린 환자들은 면역체계가 심하게 손상돼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없어 오랜 기간 감염을 겪으며 새 바이러스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면역 결핍 환자들은 바이러스를 제거할 만큼 충분히 강하지는 않으면서 바이러스가 진화할 정도의 ‘면역 압력’을 가해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이른바 ‘진화 체육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면역 압력이란 인간의 면역계에 저항하기 위해 바이러스가 진화하도록 유도받는 압력을 의미한다. 

 

아프리카 지역은 에이즈가 가장 확산하는 대륙이기도 하다. 남아공은 인구 5930만 명 중 820만 명이 HIV에 감염된 국가로 성인 중 71%만 치료를 받는 상태다. 샤론 피콕 케임브리지대 공중보건 및 미생물학과 교수는 “오미크론 변이의 유전적 차이는 감염됐지만 바이러스는 제거할 수 없는 사람에게서 진화했을 수 있다는 가설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HIV 환자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진화 사이 연관성을 분석하고 있다. 올리베이라 소장 연구팀은 올해 6월 의학논문 사전공개사이트 ‘메드아카이브’에 6개월 이상 코로나19에 감염된 HIV 환자의 코로나19 바이러스 게놈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베타 변이에서 나타난 백신의 효능을 떨어뜨리는 E484K 변이는 감염 6일 후 나타났고, 알파 변이와 베타 변이에 동시에 나타난 감염력을 높이는 N501Y 변이가 감염 190일 후 나타났다.

 

동아사이언스 (dongascience.com)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2021.11.29 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