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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생식능력, 뼈 속에 답이 있다

산포로 2011. 2. 25. 09:15

남성 생식능력, 뼈 속에 답이 있다

뼈 호르몬, 남성 호르몬 분비 증가시켜

최근 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부부 7쌍 중 1명꼴로 불임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불임의 원인이 분명치 않은 경우가 44.5%나 되는 등 불임의 명확한 원인을 찾는 것은 여전히 요원한 실정이다.

▲ 뼈는 생식기관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humanbody3d
이런 가운데 불임과는 별 관련이 없어 보이는 뼈가 남성의 생식능력을 조절한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보고됐다.

정소에서 만들어지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이나 난소에서 만들어지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estrogen)이 건강한 뼈의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은 이미 밝혀진 바 있다.

때문에 뼈와 생식기관에 대한 연구는 ‘생식기관이 뼈의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는 일방통행의 연구가 주류를 이뤘다. 거꾸로 ‘뼈가 생식기관에 어떤 작용을 할까’라는 의문은 좀처럼 연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컬럼비아대 연구팀, 뼈 호르몬의 남성호르몬 생산 증가 규명

미국 컬럼비아대 의학센터 제라드 카젠티 (Gerard Karsenty) 연구팀은 최근 뼈에서 분비하는 호르몬인 오스테오칼신(osteocalcin)이 수컷 생쥐의 생식능력을 조절하는 조절자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과학저널 ‘Cell’ 온라인판에 보고했다.

연구팀은 새로운 뼈를 형성하는 조골세포(Osteoblast)를 쥐의 정소와 난소의 배양세포에 처치했다. 조골세포의 처치를 받은 정소는 처지하지 않은 정소보다 3배 이상 늘어난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을 생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난소 세포는 에스트로겐 생산량에 어떠한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연구팀은 조골세포에서 생산되는 호르몬인 오스테오칼신에 주목했다. 생쥐의 정소 세포에 오스테오칼신을 처치한 결과 정소 세포는 테스토스테론을 분비했으며 오스테오칼신의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정소 세포가 만들어내는 테스토스테론의 양도 증가했다.

반대로 오스테오칼신을 처치하지 않자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감소했으며 정자 수 역시 줄어들었다. 살아있는 생쥐에 오스테오칼신을 주입했을 때도 앞서와 비슷하게 생쥐의 혈관에서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늘어나는 것으로 관찰됐다.

오스테오칼신과 테스토스테론의 상관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넉 아웃(knock out)’ 기술을 적용했다. 오스테오칼신을 만드는 유전자를 한 그룹의 생쥐들에게서 제거했다.

오스테오칼신, 테스토스테론 생산 신호전달 촉발

이 넉 아웃 생쥐들은 정상 생쥐들에 비해 현저하게 적은 정소 세포와 낮은 수치의 정자 수를 보였다. 넉 아웃 생쥐를 정상 암컷들과 관계를 맺게 하자 정상적인 수컷과 암컷들이 관계를 맺었을 때보다 적은 수의 분비물을 배출했으며 분비물 당 정자의 수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 뼈가 생산하는 호르몬인 오스테오칼신이 정소의 테스토스테론 생산 신호전달을 촉발한다  ⓒCell
오스테오칼신은 어떤 기작으로 테스토스테론의 생산을 증가시키는 것일까. 연구팀은 이를 뼈의 내분비(endocrine) 기능으로 설명했다.

내분비는 인체의 기관에서 형성된 특유한 호르몬이 직접 혈액 속으로 분비해 다른 특정기관이나 조직에 형태적, 생리화학적 작용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오스테오칼신의 경우 뼈에서 분비돼 정소 세포에 작용해 테스토스테론의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셈이다. 이는 테스토스테론 생산 신호전달 체계에 오스테오칼신이 방아쇠를 당김으로써 촉발됐다.

정소 세포는 레이디히 세포(Leydig cells) 또는 간질 세포(interstitial cells)와 정세관의 두 가지 구조로 이뤄져있다. 오스테오칼신은 레이디히 세포막에 위치한 수용체에 달라붙음으로써 테스토스테론 생산 신호전달 체계를 촉발한다.

오스테오칼신이 레이디히 수용체에 달라붙으면 테스토스테론 합성에 필요한 효소가 활성화되고 이후 효소의 작용으로 정자 세포의 생존 및 정자의 생산이 촉진되는 것이다.

뼈가 정소 세포에 테스토스테론을 만들라고 오스테오칼신을 통해 메시지를 보내는 이유는 테스토스테론이 뼈의 발달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과거 연구에서 테스토스테론이 뼈의 미네랄 밀도를 증가시키며 낮은 테스토스테론은 골다공증과 골절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됐다.

아직 인간의 경우에는 오스테오칼신과 테스토스테론의 상관관계가 밝혀지지는 않았다. 연구팀은 다만 생쥐와 인간 호르몬의 유사성을 기반으로 인간에게서도 비슷한 특징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만약 오스테오칼신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생산을 촉진시킨다면 낮은 수치의 오스테오칼신은 불임 남성의 풀리지 않는 원인을 설명하는 하나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연구팀은 오스테오칼신이 불임 남성의 위한 치료제가 될 수 있는지 가능성 여부를 연구할 계획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연구가 테스토스테론 보충제가 남성의 생식능력을 증가시킨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을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인체가 자연적으로 만드는 테스토스테론이 비록 생식능력을 증가시키더라도 지나친 양의 테스토스테론은 오히려 생식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호르몬 에스트로켄. 뼈 호르몬 영향 받지 않아

흥미로운 점은 이번 연구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뼈에 대한 연구에서 비롯됐음에도 불구하고 뼈가 여성의 생식능력에는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에스트로겐은 뼈를 조절하는 강력한 호르몬으로 간주됐다. 폐경기 이후 에스트로겐 생산이 멈추면 뼈는 빠르게 쇠퇴하며 골다공증을 유발할 수 있다.

카젠티 박사는 “우리는 왜 뼈가 남성의 생식능력은 조절하면서 여성을 그렇지 않는지 그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없다”면서 “아마도 종의 번식이 목적이라면 남성의 생식능력을 촉진하는 것이 여성의 경우보다 더 쉬운 방법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짐작한다”고 말했다.

뼈는 전형적으로 칼슘의 덩어리이며 딱딱한 구조물로 생각되지만 뼈가 호르몬을 분비하는 사실은 이미 밝혀진 바다. 카젠티 연구팀은 앞서 지난 2007년 오스테오칼신이 인슐린 분비, 글루코스 대사작용, 몸 무게 등을 조절한다는 점을 최초로 규명했다.

뼈는 췌장의 베타(β)세포 조절, 인슐린 분비 그리고 인슐린 감수성 등 3단계의 복합작용을 통해 에너지(글루코스) 대사 작용을 조절했다. 베타세포는 인슐린을 생산하는 세포이다. 대개의 경우 인슐린의 분비가 증가되면 인슐린의 감도가 떨어지지만 오스테오칼신은 인슐린의 분비와 감도 모두를 좋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뼈 호르몬, 글루코스 대사작용도 조절

오스테오칼신은 베타 세포의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면서 동시에 지방세포의 아디포넥틴(Adiponectin)이라는 호르몬의 생산도 촉진시켰다. 아디포넥틴은 인슐린의 감도를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오스테오칼신이 생쥐의 2형 당뇨병의 진행과 비만을 막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밝혔다. 2형 당뇨병 환자들은 낮은 오스테오칼신 수치를 보였으며 이는 오스테오칼신이 잠재적인 당뇨병의 치료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성규 객원기자 | henry95@daum.net

저작권자 2011.02.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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