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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실험실 이야기 시즌 2] 미국과 벨기에 대학의 문화 차이와 자유의 의미

산포로 2024. 9. 25. 09:53

  [나의 실험실 이야기 시즌 2] 미국과 벨기에 대학의 문화 차이와 자유의 의미

 

저의 글은 정확한 지식이나 권고를 드리기 위해 쓰인 것이 아닙니다. 제가 연구실/강의실에서 경험한 것을 여러분과 글로 나누고, 일에 매진하시는 우리 연구자들에게 잠깐의 피식~하는 웃음 혹은 잠깐의 생각, 그 이상은 바라지 않습니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시면(3초 이상) 안 그래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여러분의 뇌세포가 안 좋아지니, 가볍게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 글을 가끔씩 찾아 주시는 여러분,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한 달 전에 데스크에서 담당자님께서 이메일을 보내셨습니다. "6월 이후에 연재가 진행되지 않아 연락을 드립니다." 이젠 양심이 굳어진 것인지, 초심을 잃은 것인지, 예전처럼 당황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그만 연재를 마감하고, 스트레스를 그만 받을까'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아무튼, 애써 태연한 척하면서 며칠이 지나니 가을학기가 시작하게 되었고, 언제나 그렇지만, 학기 초는 초긴장 상태로 지냈습니다. '이제 역량이 안되면 그만둬야지."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고, 맞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그만 두기엔 조금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오랜 시간을 계속해서 학계에 머물고 있고, 또 많은 시간을 외국에서 보내고 있는 제겐 사실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많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그럼 시원하게 해 봐라.' 하시겠지만, 미국의 문화와 법이 한국의 것들과 달라서 속 시원하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이러던 차에, Bio통신원이신 송유라 님의 최근 글, "[해외 연구실 실전편] 10. 학교가 종교와 정치적 견해에 대해 칼을 꺼내든 순간 -  또 다른 싸움의 서막" (https://www.ibric.org/s.do?tqNLzJEaLo)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그 내용에 대해 잠시 생각하다가, 송유라 님이 언급하신 벨기에의 대학과 제가 일했던 미국 대학의 문화 차이에 대해서 글을 써 보기로 했습니다. 굳이 유럽이라고 하지 않고 "벨기에"라고 한 것은, 제가 송유라 님이 벨기에 대학에 대해 쓰신 내용을 유럽 전역의 대학으로 확대, 적용할만한 근거가 없음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야기를 이어 나가기 전에 먼저, 여러분들이 생각하시기에, 이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나라는 어디일까요? 프리덤 하우스라는 단체에서 집계한 글로벌 자유 점수(Global Freedom scores) 결과를 보면*, 핀란드가 100점으로 단독선두를 달리고, 뉴질랜드와 스위스가 99점으로 그 뒤를 따릅니다. 앞선 언급된 벨기에도 96점으로 무척 높은 점수입니다. 놀랍게도 상위 20개 국가 중 비유럽 국가는 일본, 우루과이, 칠레, 단 3개국입니다. 미국은 83점으로 한국과 동점을 이루며 58과 59번째에 위치해 있습니다. (동률이 많기 때문에, 이 숫자가 순서는 아닙니다.) 이 결과가 정확히 어떤 자유를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일했던 미국의 대학은 송유라 님의 글에서 언급된 대학과는 정반대입니다. 대학에 새로 지은 가장 좋은 건물에, 깨끗하게 기도실을 만들어서 학교 관계자들 모두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기도실이라고 붙어있지만, 정확하게 어떤 종교의 기도실인지는 언급되어 있지 않아서, 사용하고 싶은 종교인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저도 호기심에 살짝 들여다보았는데, 특별한 실내 장식은 전혀 없고, 덩그러니 방만 있습니다. 이것은 미국의 수정헌법 제1조에 명시된 종교의 자유 때문인데, 개인이 자신의 종교를 자유롭게 믿고 실천할 권리를 보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에도 여러 번 기도의 시간을 지켜야 하는 종교인들에게 공간을 제공해 주는 것은 정당한 요구에 대한 응답입니다. 송유라 님의 글에 있는 내용처럼, '특정 종교나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표현하는) 것'을 학교가 제한한다면 생각보다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저는 이와 관련해서 몇 년 전에 제가 일했던 학교에서 실제로 생긴 일이 기억납니다. 미국에는 '바이블 벨트'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것은 남부와 중서부를 포함하는 주들을 가리키며, 이곳들은 복음주의적 개신교의 영향력이 강한 곳입니다. 실제로 선거철이 되면, 홍보문구에, 나는 교회를 다닌다는 표현이 없어서는 안 될 정도입니다. (실제로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제가 있던 지역도 바이블 벨트에 포함이 되어 있어서, 도시의 인구 중, 68%가 기독교인이라고 하고, 실제로 일요일 아침이면 30% 정도가 교회에 참석한다고 합니다. 2019년 9월 24일, 학교에 기독교 복음전도자들이 등장해서 그들의 주장을 펼쳤습니다. 그랬더니, 몇 몇의 대학생들이 그들을 둘러싸고 논쟁을 시작하기 했습니다. 가장 진보적인 사고(동성애, 낙태와 같은)를 갖는 대학교에서 기독교를 전파하니, 당연히 예상된 일이었지만, 생각보다 일이 커졌습니다. 논쟁은 너무 가열되었고, 그 주변으로 100명이 넘는 학생이 모여, 논쟁을 구경하게 되었고, 결국 경찰들이 출동했습니다. 여기서 경찰의 역할은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질서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흥분한 학생들이 설교자들의 활동을 방해했고, 결국 시간이 지나 설교자들은 자리를 떠났습니다.

 

미국의 수정헌법 1조는 종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모두 포함됩니다. 즉, 설교자들은 학교 내에서 그들의 종교 활동을 할 수 있고, 학생들은 그들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기에, 자유와 자유가 충돌한 것입니다. 결국 대학 총장의 서한이 캠퍼스 구성원들에게 전달되었고, 총장은 캠퍼스 내에서는 종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다 허락되지만, 모든 것이 합법적이고 질서를 따라야 한다는 내용을 피력했습니다. 저는 이 표현이 조금 애매했는데, 결론은 누구나 자유를 누릴 수 있지만,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위의 사례에서는 학생들이 설교자들의 활동을 방해했기 때문에, 이 부분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지난주에 미국 대선 토론회가 있었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올해도 뜨겁습니다. 특히나, 이슈를 계속 생산하시는, 전 세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등판하는 바람에 더욱 그렇습니다. 미국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에, 가끔씩 집 앞에 자신이 지지하는 내용을 표현합니다. 주로 작은 현수막 같은 수단을 이용해서 '2024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표현, 혹은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를 지지하는 내용이 집 앞에 게시됩니다. 저는 한국인이라 그런지, 굳이 저렇게 자신의 정치색을 드러낼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제가 자랄 때는 정치와 종교 얘기는 공공의 장소에서 하지 않는 것이 미덕이라고 배웠기 때문에, 일부 미국 사람들의 행동이 특이합니다. 예전에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 우리 연구실에 공화당과 민주당을 지지하는 학생들이 있었는데, 이 둘이 한 번 맞붙기 시작하면 정말 오랫동안 정치얘기를 합니다. 하지만, 배우는 학생들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사적인 감정 없이, 상대의 의견을 들으면서, 자신의 의견을 정확하게 피력하는 모습이 지금도 제 기억에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정치 이야기를 할 때나 그렇지 그 외에는 너무나 친한 친구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제 친구들처럼 예의 바르지는 않습니다. 다들 기억하시겠지만, 2021년에 있었던 미국 국회의사당 난입 사건(2021 United States Capitol Riot)처럼 과격하게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제 글을 맺어야겠습니다. 미국에 살면서 느끼는 한 가지, 미국은 정말 자유의 나라입니다. 비록 순위는 높지 않지만, 그래도 제가 보기엔 매우 자유로운 나라입니다. 그리고 헌법이 보장하는 그 자유를 누구나 차별 없이 누릴 수 있는 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자유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그것도 엄격하게 말입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 책임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부족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Freedom house (https://freedomhouse.org/countries/freedom-world/scores?sort=desc&order=Total%20Score%20and%20Sta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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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C(ibric.org) Bio통신원(김종현) 등록 2024.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