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실험실 이야기 시즌 2] 내 연구의 유통기한은?
저의 글은 정확한 지식이나 권고를 드리기 위해 쓰인 것이 아닙니다. 제가 연구실/강의실에서 경험한 것을 여러분과 글로 나누고, 일에 매진하시는 우리 연구자들에게 잠깐의 피식~하는 웃음 혹은 잠깐의 생각, 그 이상은 바라지 않습니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시면(3초 이상) 안 그래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여러분의 뇌세포가 안 좋아지니, 가볍게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최근에 뉴스를 들으니, 미국의 JP모건이라는 최대의 은행회사에서 대규모로 AI 전문가들을 고용한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전체 금융권에 있는 AI 전문가들 중, 약 11% 이상을 이미 고용했고, 계속해서 고용을 늘린다고 합니다. 저는 이 뉴스를 듣고, '왜 은행이 AI 전문가를 고용하지?'라고 생각을 했으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자본주의라는 큰 틀에서 움직이고 있으니, 당연히 새롭고, 유용한 기술들은 자본의 증식을 위해서 사용되는 것이, 어쩌면 상식적이겠구나'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AI가 붐입니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AI 이야기입니다. 과학계도, AI를 이용한 약물 후보군의 탐색, AI를 이용한 데이터 분석, AI를 이용한 다양한 기술들 등등, 모든 것에 AI라는 두 글자가 접두어처럼 붙여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 현상을 지켜보면서 예전 생각이 났습니다. (혹시 "라떼"가 포함되더라도 양해를 바랍니다. 스토리의 흐름상,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겠습니다.)
1985년에 버크민스터풀러렌(Buckminsterfullerene, C60)이 미국 텍사스의 라이스대학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이 발견은 계속해서 과학자들 사이에서 회자되기 시작했고, 1996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합니다. 처음에는 그냥 작은 "나노" 화합물 분자였지만, "나노"라는 이름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붐이 일었고, 다양한 분야에서 "나노"는 필수적인 단어가 되었습니다. 이어서, "바이오"라는 단어 역시, 언젠가부터 연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거론되더니, 나중에는 "나노"와 더불어, 많은 연구실의 접두어가 되었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공부할 때는, 연구실 이름에 "나노" 혹은 "바이오"라는 단어가 포함되는 것은 너무나 흔한 일이었고, 결국은 "나노-바이오"로 융합되었습니다. 분명한 것은, 나노와 바이오 모두, 허상이 아니라 실상이었다는 것입니다. 2024년 현재도 계속해서 나노와 바이오는 실제적이고, 많은 연구들이 수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운 여름날, 얼음이 동동 떠 있는 콜라의 첫 모금이 제일 시원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지금은 나노/바이오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예전에 느꼈던 그 정도의 신선-짜릿함은 느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아이러니한 것은, 어쩌면 나노 붐의 일등공신일 수 있는, 앞서 언급한 C60를 발견한 연구 분야는, 과거의 영화를 뒤로 하고 지금은 점점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다시 AI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저는 최근에 AI를 연구하는 교수님을 만날 일이 있었습니다. 예전에 박사과정을 공부할 때, 같은 학교에서 공부하던 분인데, 컴퓨터와 언어학을 공부하셨고, 컴퓨터와 언어학의 융합, 그 정도로 자신의 일을 설명하셨는데, ChatGPT의 인기로 인해, 졸지에 떡상을 하신 분입니다. 예, 정확하게 딱, 그 일을 하시는 분입니다. 원래도 바쁘게 일을 하시는 교수님이신데, ChatGPT로 인해서 딱히 더 바빠졌다기보다는 그저 하던 대로 일을 계속하시는 모습이었습니다. 어쨌거나, 그분은 앞으로 오랫동안은, 핫(hot)한 연구주제로, 할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지금 하시는 여러분의 연구는, 여러분이 공부를 마치는 시점에서도 계속해서 승승장구할 주제인가요, 아니면, 혹시라도 사그라질 가능성은 없는 분야인가요?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이 속물스럽고, 우습지만, 연구는 순수한 마음만 가지고 하기도 어렵고, 계속해서 연구비의 조달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고려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문제라고 보여집니다.
대부분의 석박사 학생들은 열심히 일합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한국의 학생들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열심히 일할 것입니다. 그렇게 수년 간 모든 열정을 쏟아붓고, 기쁘게 졸업장을 받았는데, 나의 연구 분야가 갑자기 사라진다면, 그래서 일자리뿐만 아니라, 포닥자리도 없다면, 정말 아찔하지 않겠습니까? 지금은 시간이 지난 이야기지만, 예전에 연료전지라는 분야가 한참 인기를 얻었습니다. (제가 이쪽 전공이 아니라, 예전을 기준으로 말씀을 드립니다.) 많은 사람들이 연료전지 분야로 유학을 갔고, 한국에서도 많은 연구를 했고, 기업들도 이 흐름에 가세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인가부터, 이 분야가 시들해졌습니다. 제 지인들도 이 분야에서 공부하던 분들이 제법 계셨는데, 나중에는 분야를 옮겨서 일을 하시는 것을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그럼,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 당장 구글을 열어서 앞으로 5년 후, 10년 후의 유망한 직업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관련된 공부를 해야 할까요? 이건 제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데, 생각보다, 잘 안 맞습니다. 제가 학부에 있을 때부터, 이런 주제에 관심이 있어서 해마다 검색을 해 보는데, 사람들의 예측과 다른 결과가 제법 많았습니다. 아니면, 영원한 베스트 직업, "사"짜 자격증을 얻기 위해 공부하던 것을 중단해야 할까요? 저는 이 현상을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심심치 않게 보았습니다. 대학원에서 멀쩡히 공부하는 학생이, 갑자기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옮기거나, 혹은 PhD를 취득한 후에, 치대, 의대, 법대로 옮겨서 다시 공부하는 분들을 봤습니다. (MD-PhD는 제외입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내가 하는 이 일의 유통기한이 얼마인가?'라는 질문에 앞서, '왜 내가 이 일을 선택했고, 내가 이 공부를 통해서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저는 지금도 같은 생각인데, 어떤 분야이던, 한 우물을 깊이 파서 전문가가 되면, 다른 분야에 진입할 때, 나름의 노하우가 생겨서, 자기 나름대로 그 분야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다고 말입니다. 예, 저의 목표는, 좋은 직장이 아니라,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앞의 질문에 대한 제 나름대로의 답변이 있었기 때문에, 선택의 순간에 머뭇거리지 않았습니다. 이런 저를 보고, 어떤 사람들은 제가 부유한 집의 자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선택의 기로에서 거침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틀렸습니다. 저희 집은 부자도 아니었고, 저 역시 선택의 순간마다 깊은 고민들이 왜 없었겠습니까? 하지만, 그때마다 선택의 이유를 생각했고, 내가 원래의 계획대로 잘 가고 있는지를 계속해서 점검했기에, 주저함이 덜했을 뿐입니다.

사진: Unsplash의Yosef Futsum
공부하고 연구하는데, 어려움이 많으신가요? 동료와의 갈등, 교수님과의 갈등, 혹은 내 미래에 대한 불안함, 그리고 인생의 여러 가지 질문들.. 등등 말입니다. 분명한 목표가 있다면, 가는 길이 잘 닦인 길이던, 혹은 울퉁불퉁 비포장길이건, 그것은 문제가 아닙니다. 목표가 분명하다면, 그 길을 따라가면 됩니다. 가다가 막히면, 돌아서 가면 되고요. 물론 인생의 여정이 고속도로처럼 곧게 뻗어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가는 것을 포기하시겠습니까? 저는 우리 모두가 다 자신의 목표에 다다르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오늘도 부족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BRIC(ibric.org) Bio통신원(김종현) 등록일2024.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