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과학자들이 인류가 지속적으로 기근과 전염병에 노출되며 우유를 소화하게 됐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영국 브리스톨대와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연구팀은 인류가 처음 우유를 마시기 시작한지 한참 후에 우유를 소화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을 고고학 연구와 유전 형질 분석을 통해 알아냈다고 27일 밝혔다.
우유를 소화하지 못해 설사나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유당불내증이라고 한다. 주로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 락타아제가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하는데, 한국인 중 75%가 앓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연구팀은 고고학 유적지 554곳에서 채취한 1만 3181개 도자기 조각을 수집했다. 여기서 얻은 7000여 개의 유기 동물성 지방 잔류물을 분석해 과거 인류가 우유를 섭취한 시대와 장소를 추정했다. 그 결과 선사시대였던 약 9000년 전부터 유럽 지역에서 우유를 광범위하게 섭취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처음 인간에겐 우유를 소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연구팀이 선사시대 유럽인과 아시아인 1700명 이상의 유전자를 분석해 보니 락타아제 지속성 유전 형질은 약 5000년 전에서야 처음 등장했다. 락타아제 지속성 여부는 유당불내증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 이는 선사시대 인류가 우유를 소화하지 못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섭취했다는 의미다.
물론 락타아제 지속성이 없는 사람이 우유를 먹으면 약간의 불편함을 느끼는 정도다. 하지만 만약 심각한 영양실조나 설사가 있는 경우 생명을 위협하는 문제가 된다. 당시 열악한 위생 시설과 전염병 등이 유행하는 상황에서 락타아제 지속성을 가진 인간이 자연선택에 유리했다는 의미다.
조지 데이비 스미스 브리스톨대 교수는 "전염병과 기근이 나타났을 때 유당을 분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취약하고 사망률이 높았을 것"이라며 "특히 위생이 열악한 상황에서 이들이 먼저 전염병에 노출되며 락타아제 지속성을 가진 인류의 비중이 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7월 27일자에 발표됐다.
동아사이언스 (dongascience.com) 이영애 기자 yalee@donga.com 2022.07.28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