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지·폐 섬유화증의 분자생물학적 기전 알아내
폐는 몸에 산소를 공급하고 몸 밖으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기관이다. 외부와 제일 먼저 접촉하는 기관이라 바이러스를 비롯한 다양한 병원균에 끊임없이 노출된다. 그럼에도 폐가 항상성을 유지하는 이유는 폐에 손상이 생길 때마다 곳곳의 성체줄기세포가 분화해 손상된 세포를 보충하기 때문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웰컴 - MRC 줄기세포연구소의 이주현 교수(2020년 서경배과학재단 신진과학자 선정) 연구진은 한국과학기술원 임대식 교수 연구실과 함께 기관지의 곤봉체 세포(club cell)가 1형 폐포 세포로 변형되어 폐섬유화증을 일으키는 분자생물학적 기전을 밝혔다. 연구는 올해 4월 국제학술지 ‘엠보 저널 The EMBO Journal' 에 발표됐다 (논문명: Airway secretory cell fate conversion via YAP-mTORC1-dependent essential amino acid metabolism, The EMBO Journal (embopress.org)).
곤봉체 세포는 기관지에 존재하는 분비 세포이자 성체줄기세포이다. 호흡계 내면에 손상이 발생하면 다양한 세포로 분화해 조직을 재생한다. 그러나, 곤봉체 세포가 어떤 기전으로 분화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형질전환 생쥐 모델을 개발하여 곤봉체 세포에서 지속적으로 YAP/TAZ 단백질이 활성화되면 곤봉체 세포가 비정상적 분화과정을 거쳐 1형 폐포 세포로 변형되고 주변의 폐섬유화를 유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단일 세포 전사체 분석을 통해, 곤봉체 세포가 분화 과정 중 ‘DATP’ (Damage-Associated Transient Progenitor, 손상성 단기 전구 세포) 과정을 거쳐 1형 폐포 세포로 분화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DATP 세포는 이주현 교수 연구진이 2020년 최초로 발견한 세포 상태이다. 폐가 손상될 때 줄기세포인 2형 폐포는 단기적으로 DATP 세포를 만든다. DATP 세포가 1형 폐포 세포로 분화하며 폐가 회복된다(관련 논문: Inflammatory Signals Induce AT2 Cell-Derived Damage-Associated Transient Progenitors that Mediate Alveolar Regeneration, (cell.com)).
연구진은 곤봉체 세포로부터 폐 오가노이드(organoid, 유사 장기) 모델을 개발하여 DATP 와 1형 폐포 세포로의 분화 과정 중에 지속적 YAP/TAZ 활성화가 mTORC1 신호 경로를 거쳐 세포 대사를 조절하는 기전을 검증했다. 아울러 실제 폐색성 세기관지염(BOS, Bronchiolitis obliterans) 환자의 폐 조직을 비교 분석하여 이번 연구에서 찾아낸 분자생물학적 기전의 임상 활용 가능성을 전망했다.
이주현 교수는 “폐색성 세기관지염은 비가역적인 만성 폐쇄성 폐질환으로 아직까지도 원인과 치료 방법을 모른다.”며, “이번 연구는 이러한 만성 폐질환이 성체줄기세포의 분화 기작이 잘못되어 폐 재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때 유발될 수 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준 중요한 발견이다.”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의학약학 서경배과학재단 (2022-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