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 구조조정 바람…"조직 효율화·파이프라인 정리"
- 노바티스, 美 연구시설 폐쇄·직원 해고…유전자치료제 주로 생산
- BMS 등 글로벌 빅파마, 대규모 인원 감축으로 구조조정 나서
- 중소형 바이오텍, 파이프라인 실패 여파로 구조조정 불가피
- 구조조정 통한 비용 절감 필요성 절실과 핵심 사업 집중 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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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바이오 성재준 기자] 올해 해외 제약·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자 행보가 다시 살아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구조조정 또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상당 수 빅파마와 중소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조직 슬림화'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스타트업 정보업체인 크런치베이스(Crunchbase)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상위 20개 헬스케어 중심 바이오기업이 조달한 금액은 29억달러(약 4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161% 증가했다. 이와 함께 기업 간 인수합병(M&A) 라이선스도 회복세다.
하지만 아직 세계 경제가 크게 회복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조직을 효율적으로 개편하고, 성과가 없는 파이프라인을 정리하는 등 비용 절감이 여전히 중요한 이슈로 주목받고 있다.
◇노바티스, 美 기술연구·개발 시설 인력 29명 해고…해당 시설 폐쇄 후 통합
노바티스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기술연구 및 개발 시설에 근무하는 직원 29명을 해고했다. 노바티스는 오는 2025년말까지 해당 시설을 폐쇄할 예정이다. 이 시설은 유전자치료제를 주로 생산했으며, 직원 약 100명이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바티스는 미국에서 기술 연구개발(R&D) 역량을 통합할 예정이다.
노바티스는 지난 4월 전 세계적으로 680명 규모의 직원을 정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440명은 스위스 본사의 개발 직군에서, 나머지 240명은 미국 법인에서 해고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노바티스는 지난 2022년에도 전체 직원의 약 7% 수준인 8000명 규모의 일자리를 줄이고, 핵심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빅파마도 예외 없는 구조조정 이유, '비용 절감'
최근 대형 다국적 제약사 중 가장 큰 규모로 직원 구조조정에 나선 곳은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다. BMS는 지난 4월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직원 약 2200명에 대해서 구조조정을 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지난해부터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단행한 여파로 급격히 늘어난 비용으로 인해 2025년말까지 15억달러(약 2조원) 절감하겠다는 계획이다.
다케다(Takeda) 미국법인은 지난 6월말 관할 근로자 조정 및 재교육 통지(WARN)에 직원 220명을 해고할 예정이라고 고지했다. 다케다가 '조직의 민첩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감축한다고 밝힌 직원만 벌써 1300명이 넘는다. 다케다는 2025년 3월까지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9억달러(약 1조2000억원) 이상을 절감할 계획이다.
대규모 구조조정 중인 바이엘(Bayer)은 지난 1분기에만 경영진을 포함해 직원 1500명을 줄였다. 이 중 약 3분의 2가 관리직이다. 빌 앤더슨 바이엘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소비자 건강 부문도 조직을 정비하고 있다"며 "올해는 5억유로(약 7500억원), 2026년에는 20억유로(약 3조원)의 지속 가능한 비용 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 메신저 리보핵산(mRNA) 개발기업인 큐어백(CureVac)은 지난 3일 다국적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협업 계획을 공개하면서 전체 인력의 30%를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큐어백은 이번 인력 감축을 통해 기술 혁신, R&D에 초점을 맞춘 간결하고 민첩한 조직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큐어백은 이번 정리 해고로 2028년까지 현금 유동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사노피의 원료의약품(API) 사업 부문에서 분사한 (EuroAPI)는 2027년까지 직원 약 550명을 해고할 방침이다. 유로에이피아이는 영국과 이탈리아의 제조시설을 매각하고, 13개의 원료의약품 제조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파이프라인 개발 실패 후 구조조정 통해 비용 절감
중소 제약바이오 기업은 조직 효율화뿐만 아니라 주력 파이프라인 개발이 좌절된 경우에도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기도 한다. 카라테라퓨틱스(Cara Therapeutics, 이하 카라)는 중등도에서 중증 감각이상 소양증 치료제 후보물질인 '디펠리케팔린' 임상2·3상(KOURAGE-1)에 실패한 지 이틀 만에 전 직원의 70%를 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카라는 지난 1월에도 임직원 중 최대 50%를 감축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스위스 바이오기업 지뉴로(GeNeuro)는 최근 개발하던 '롱 코비드(코로나 장기 후유증)' 후보물질 임상2상이 실패하면서 직원 2명을 제외한 모든 직원을 해고했다. 지뉴로는 "모든 직원과 관리자는 앞으로 며칠 동안 이사회가 정의할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최대 6개월의 통지 기간을 통해 일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구글과 유전체학과 단백질 연구 등을 위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던 징코바이오웍스(Ginkgo Bioworks, 이하 징코)는 전체 직원 중 35%를 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지난달 매사추세츠주 지역에서 158명, 캘리포니아주에서 47명을 해고했다. 징코는 올해 안에 몇 명을 더 해고할지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번 정리 해고로 인건비를 최대 25% 절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스위스 제약사 옵세바(Obseva)는 지난 2월 스위스증권거래소(SIX Swiss Exchange) 상장 유지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며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해 모든 임직원을 해고하고 운영을 종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옵세바는 자궁수축 개선제 후보물질인 '놀라시반(nolasiban)'의 상업화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뒤 기업 청산을 발표했다.
로슈 산하 유전자치료제 개발기업인 스파크테라퓨틱스(Spark Therapeutics, 이하 스파크)는 최근 일부 파이프라인을 정리하면서 구조조정도 함께 진행 중이다. 구조조정 규모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더바이오(thebionews.net) 성재준 기자 입력 2024.07.15 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