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직업 엄마 과학자] #80. 슬기로운 미쿡 생활 (43) - 미국 집 구매 후기
이제 미국살이가 어느 정도 정착기에 접어들었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3년 전만 해도 은퇴하면 꼭 한국에 가서 살아야지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 그런 생각은 잘 안 하고 산다. 이번 연재에서는 어마어마한 월세 살이를 극복하고 내 집 마련한 후기에 관하여 공유해보려 한다.
막연하게 집을 사야지 하며 살다 보니 34개월이 지났다. 중간에 계약 갱신도 했는데, 친절한 한국 집주인 할아버지께서 많이 올리지 말라고 하셔서 시세보다 매우 저렴하게 살게 되었다.(렌트를 준 집이 여러 채인 경우에는 그것을 관리해 주는 업체가 있다. 보통은 리얼터들이 그런 것을 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동네 다른 집들의 렌트시세가 올라가니 그 수준을 맞춰야 한다면서 우리 보고 빨리 집을 구매하는 것이 어떠냐며 공개되지 않은 매물을 어디서 구해오셨다. 그래서 힘들지 않게 그 집을 구매하게 되었다.
좋은 집을 찾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아니 복불복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리 좋은 집이 나와도 내가 준비가 안되어 있고, 금액이 안 맞으면 무용지물이다. 내가 원하는 조건은 딱 두 가지였다. 1) 지금의 학군과 같은 곳(지금의 집과 가까운 곳), 2) 가격은 500K 전후면 적당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딱 그런 집이 나왔다. 사실 쇼잉(집 보러 다니는 것)을 몇 번 해보면 미국집 스타일이 대충 비슷하게 느껴진다. 가운데 층이 현관과 연결되어 있고, 거실과 주방으로 사용하며, 위층은 침실 방 3개(혹은 4개) 정도, 지하는 다용도로 세탁실도 있고, 영화관으로 쓰거나 오피스로 쓰면 딱 좋게 되어 있다. 밖으로 나가는 문이 있는데, 잔디밭으로 연결된다.
집 보기 단계--본격적으로 일을 저질러 보기로 했다. 지난 3월 16일에 집을 보러 갔다. 주인집은 이사를 나갔고, RENOVATION을 위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여기서 또 한국과 미국의 차이를 살펴보자면, 집주인이 집을 비우고, 일부 혹은 전체를 수리를 하고, 가전제품을 새것으로 교체하고 청소를 깔끔하게 해서 새 주인이 이사하여 바로 생활할 수 있게 해 놓는다. 보통 한국에서는 나가는 날과 들어오는 날을 기가 막히게 조율하여 동일한 날에 복잡한 프로세서를 해결하는 것과 다르게 미국은 좀 더 여유가 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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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APPROVED 받아내기 단계— 집을 보고 난 후, 바로 구매 의사를 결정했고, LOAN 하는 지인과 통화를 했다. 한국에서는 은행에서 돈과 관련된 상담을 하는데, 미국에서는 LOAN을 하는 곳이 따로 있다. LOAN이 성공적으로 성사되면 그 계약을 MORTAGE 회사나 은행에 바로 팔아버린다. 아직 잘 이해는 안 가지만 우리는 FAIRWAY ASSET이란 곳에서 LOAN을 받았고, 클로징이 끝나고 2주쯤 지나서 ROCKET MORTAGE로 팔렸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일단 LOAN 하는 분에게서 PRE-APPROVED라는 서류 한 장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작년에도 받아서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 이미 알고 있었고, 항상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날 바로 그 서류를 받아냈다. 또한 LOAN APPLLICATION 사이트에 접속하여 하나하나 입력을 마쳐야 한다.
*필요한 서류:TAX 보고 (2022 소득, 2023 소득), W2라는 서류(2022년, 2023년 해당, 일하는 기관에서 세금보고하라고 보내주는 서류인데, 23년도에 남편이 기관을 옮겨서 우리는 총 3장을 준비했다.), 가장 최근의 PAYSTUB 2개(회사의 PORTAL에 로그인하면 항상 다운이 가능), 주거래 은행의 STATEMENT(BANK OF AMERICA 어플에서 항시 다운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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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 작성하는 단계—계약서를 작성해야 집사는 맛이 나는데, 어쩐 일인지 소식이 없다. 실제로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에 내가 더 수리를 요청하는 부분이 있는지, 있다면 그 가격이 다소 올라가면서 최종 계약 하는 가격을 결정하고 간다. 처음에는 465K로 하자고 했는데, 수리를 하다 보니 무슨 파이프를 교체해야 한다고 하면서 470K로 올라가 버렸다. 그리고 전부 수리한 느낌을 받으려면 창틀 교체를 전체적으로 해야 했고, 지하 부분에 세탁실이 너무 커서 좀 줄이고 화장실을 만들라고 요청했다. 주방에서 DECK으로 나가는 공간에 문을 새것으로 교체할 것을 요청하면서 1만 불이 더 늘어났다(창틀교체만 개인이 하려고 해도 만불은 넘는다.). 그래서 최종가격을 480K로 하기로 하고 3월 27일에 남편과 사인을 하러 갔다.
돈을 준비하는 단계— 집 사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금 확보이다. 한국의 부모님이나 지인에게 돈을 바로 빌려서 다운페이를 바로 할 수는 없는 구조이다. 자금의 출처가 정확해야 한다. 다운페이라는 것은 전체 가격에서 20퍼센트 정도를 실제 출금 가능한 돈으로 갖고 있어야 한다. 더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만, 돈을 준비하는 시점에 환율이 1400대를 돌파했고, 은행금리가 7.12퍼센트를 넘나들 때여서 여러 가지로 악조건이었다. 만약에 다운페이가 20퍼센트가 안되어도 집은 살 수 있다. 그러나 모기지 insurance라는 비용이 약간 더 발생한다. 우리는 집을 사려고 모아둔 돈을 CD로 두 곳으로 분산하여 갖고 있었다. 내 이름으로 만든 계좌지만, 부부끼리는 GIFT MONEY로 써도 상관없다고 하여 CD를 해지하고 남편과 공동명의로 된 통장으로 옮겨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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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페이와 함께 클로징 비용을 준비해야 한다. 집을 살 때는 크게 이 두 가지를 준비해야 한다. 클로징 비용은 모기지 대출 수수료, 에스크로 수수료 등 주택 거래 시 발생하는 세금 등 여러 부대 비용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전 주인이 낸 재산세가 6.30일까지 납부가 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런 경우 일할 계산하여 내가 돌려드려야 한다. 상수도 요금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어떤 비용에 대하여는 내가 받을 것이 있다. 이런저런 비용을 다 정산하여 내가 내야 할 정확한 금액은 클로징을 하기 2-3일 전에 나온다. 다운페이와 그 금액을 클로징 하기 전날에 은행에서 wire 송금으로 타이틀 회사로 보낸다(송금비용도 은행마다 다르다 BOA는 30불, M&T는 32불, CHASE는 35불). 여기에서 타이틀 회사는 이 모든 거래를 주고받는 일을 대행하는 일을 하며, 보통 변호사가 한다. (어떤 주에서는 buyer 측, seller 측 타이틀변호사를 따로따로 하기도 한다고 한다.)
*클로징 내역에 관한 포스팅은 아래를 참고(https://brunch.co.kr/@whatisreal/403)
*CD에 넣은 돈을 깰 때 벌어지는 일들...(https://brunch.co.kr/@whatisreal/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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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준비하는 단계—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공사가 빨리 끝나서 이사가 한 달 당겨졌다. 미국에서 집을 살 때 계약서에 사인하고 한 달도 안 되어서 클로징과 이사를 마무리하는 것은 흔한 케이스가 아닌데, 우리가 그렇게 해냈다. 이사를 마음먹으면 일단 비우기를 시작해야 한다. 여기저기서 주셔서 살 사용하던 물건들, 언제 필요하겠지 하면서 늘어난 살림들이 어마어마했다. 필요한 분에게 나눠주거나 이들을 폐기해야 한다. 가까운 동네에 LANDFILL NEAR ME이라고 검색을 하면 다양한 물건들을 버릴 수 있는 장소를 알려준다. 거기로 가면 이건 저기로 가라, 이런 저쪽으로 가서 버려라 안내를 해준다.(조건은 그 동네에 거주하는지 신분증 검사를 한다.) 미국에 오래 사셨던 분들도 잘 모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다음으로는 BOX 구하기 단계이다. 한국처럼 포장이사를 하는 것은 힘들고, 본인이 다 담아놓고 이사업체는 그냥 날라만 주는 일을 한다. 이사박스를 사기도 하지만, 일주일 전에 지인이 이사를 마치셔서 거기서 35개를 얻어왔다. 나중에는 더 부족하여 홈디포에서 10개 정도를 더 샀다. 이제 이사업체에 전화를 해서 예약을 해야 하는데, 우리가 원하는 날은 오후 2시에만 가능하다고 하여 그렇게 예약을 했다. 26일부터 미니밴으로 이사는 했지만, 월세를 내는 날이 1일이라서 4.30일 날 이삿짐을 빼고, 마지막날로 지정했다.(가장 저렴한 업체로 3시간 500불, 팁은 인당 20불, 4명이 오셨다.) 주말에 아이들과 틈틈이 중요한 물건들을 날랐다. 이사의 마지막은 살던 집을 깔끔하게 청소해 주는 것으로 끝이 난다. 이것도 보통일은 아니다. 그냥 업체를 쓰면 되는데, 우리 다섯 명이 힘을 합쳐서 한번 해보자 하여 셀프로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이사를 마친 저녁에 청소를 했기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 나는 냉장고와 주방을 담당했고, 다이슨으로 정리하는 것은 큰아이가, 벽에 붙여놓은 것들 떼어서 정리하는 것은 둘째가, 막둥이는 이것저것 잔심부름을 했다. 나중에 집주인분이 페인트칠이나 더 손질을 해야 하는 부분은 다 하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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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이사를 한지 한 달이 되는 날이다. 두 달 전부터 일어난 일들을 다시 기억해 내며 작성하다 보니 시간은 참 빠르게 지나는 것 같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본다. 30년 모기지를 어느 날 다 PAYOFF 하는 날이 오겠지... 하면서.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BRIC(ibric.org) Bio통신원(김만선) 등록일2024.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