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실험실이 좋습니다] 우리의 주변은 항상 전기로 가득하다
현대 실험실에서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실험실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실험실에는 다양한 전자제품이 존재한다. 실험을 보조하는 기구부터, 중요한 결과를 도출하는 분석기기까지. 비싼 기기는 UPS가 당연히 함께 부착되어 있고, 정전이 일어나게 된다면 그 시점에서 진행하는 연구는 일단 모조리 중단되거나 다시 실험을 해야 하는 경우까지 발생한다.
전기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이 있었다. 화재와 같은 규모가 큰 사고는 사실 거의 일어나지 않지만, 자잘한 사건 사고가 많이 일어났다. 가장 크게 겪었던 일은 바로 누전과 정전이었다.
수조에서 배양할 때 광배양을 위해 형광등 판을 구비했었다. 문제는 학교 연구실이 대부분 그러하듯, 실험실의 자리가 비좁았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좁은 장소에서 GFC (Gas flow controller)를 가동하고 배양을 위해 형광등 판을 놓으면 어디선가 누전이 자꾸 일어났다. 분명 이전에 같은 배양 시스템을 쓴 선배들이 있었을 텐데, 누전이 어디에서 일어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선배들을 향한 아주 작은 원망과 걱정을 뒤로하고, 우선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설과에 연락했다. 그런데 아뿔싸, 시설과에 배양기의 구조를 설명할 수 없었다. 아무리 어떤 말을 해도, 생물 실험을 하지 않는 분에게는 생소한 조명판이었다. 결국 직접 방문해서 조명판의 생김새를 확인하고 두 번 방문하여 전기가 빠져나가도록 선을 만들어주셨다. 간단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기에 이후 배양하는데 큰 불편함은 없었다.
형광판에서만 누전이 일어났다면 참 다행이었게도, 그 배양 시스템은 한번 더 전기로 인한 문제가 있었다. 배양을 하면서 가스 조합을 위해 부품을 바꿔야 할 상황이 생겼다. 공구를 다루는 게 익숙하지 않았던 나는 혼자 할 수 없어 연구실의 남자 선배와 후배, 두 분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해당 부품이 내 키보다 높이 위치해 있었고, 사람 두 명이 동시에 확인할 수 없는 좁은 공간에 있었기에 옆에서 공구들을 조달하는 역할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호다닥 내려왔고 나는 바로 창문을 열었다. 다행히도 화재가 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해당 부품이 타버려서 새로 구매해야 했다. 거기다 그 당시 업체에서 교체해 주셔서 무사히 실험을 할 수 있었지만, 순간적으로 뉴스를 타게 되나 심각하게 고민했던 정말 아찔했던 경험이었다.
이상하게도 배양 시스템에서 누전이 많이 되었다. 전기사고는 안전교육의 동영상에서만 보던 나였지만, 배양기에서는 심심찮게 겪었다. 퍼멘터를 운전할 때도 누전을 겪었는데, 일반적인 배양 시스템을 돌릴 때는 누전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광배양을 위해 조명판의 전원을 켤 때면 누전이 발생했다. 퍼멘터를 운전할 당시 여름이었는데 더워서 실험복을 팔까지 걷어 실험을 할 때면 어김없이 팔뚝으로 따끔한 전기가 느껴졌다. 처음 운전하는 것이었기에 불안한 마음에 업체로 전화를 드려 꼭 한번 와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오셔서 올바른 운전법을 배우고 유지보수를 받았지만 왜인지 그 당시에는 누전을 잡지 못했다. 누전이 된다고 이야기해도 엔지니어분은 느끼지 못하니 어쩔 수 없이 돌아가셨다. 하지만 계속되는 누전에 한번 더 엔지니어를 불러 설비를 처리해야 했다.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누전을 잡지 않으면 실험하면서 계속 불안에 떨었어야 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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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서 보이는 빛이 나는 구성품에서 누전이 되었다.
정전은 자주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한 번 발생할 때마다 굉장히 큰일이었다. 학교에서 큰 전체 정전이 두 번 기억난다. 한 번은 저녁에 일어났다. 학교 밖에서 저녁을 먹고 연구실원들과 복귀했는데, 정전이 일어난 것이다. 게다가 나는 실험이 없었지만 다른 연구원들은 실험이 예정되어 있었다. 밤 중이라도 어떻게든 실험을 마무리하겠다는 마음으로 핸드폰 손전등 기능과 여분 손전등을 모두 동원하여 어떻게든 실험을 마무리했다. 클린벤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알코올램프도 두 개 정도 켜고 일했던 것 같다. 당시 배양기도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 겨울이 아니었어서 하루 정도는 버텨주지 않을까 라는 마음을 가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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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8시쯤 정전이 된 복도
당시에 기기들이 모여있는 기기실이 있었는데, 우리 연구실의 분석기기뿐만 아니라 다른 연구실의 기기들이 많았고, 그중에는 고가의 기기들도 있었다. 다행히 우리 연구실의 기기들은 분석 중이 아니었지만, 분석 중이었던 기기들은 온갖 경고음을 내며 멈추거나 꺼져있었다. 옆 연구실의 문을 두드려 상황을 알리고 우리 역시 실험실의 반응기, 배양기를 확인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또 다른 연구실 중 한 곳은 다른 상황을 맞이했다. 당시에 유전자 관련해서 실험을 하는 연구실이 있었는데 -20℃ 냉동고에서 보관하던 샘플들은 조금이라도 열에 취약하여 조치를 취해야 했다. 그렇다고 언제 정전이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다행히 캠퍼스에서 우리 건물을 포함한 옆건물 정도만 정전이었기에, 그 연구실 분들은 자연대 생물학 연구실에 샘플을 옮겨갔다. 노력이 무색하게도, 그날 시간이 많이 지나지 않아 다시 전기가 들어왔고, 통학하던 나를 제외한 자취생들은 다시 학교로 돌아가 이것저것 정리하고 마무리를 했었다. 나중에 그 연구실의 동료에게 들었는데 가져갔다가 금방 다시 가져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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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이 복구된 후 다시 학교로 돌아가던 연구실원들
두 번째 정전은 랩미팅을 앞두고 일어났다. 당시에 보고 자료를 다 작성하지 못했기에 서둘러하는 중이었는데, 갑자기 연구실의 모든 컴퓨터가 꺼졌다. 절규 속에서도 어떻게든 미팅 준비를 마무리해야 했기에 랩미팅용 노트북을 급하게 가져와서 미팅 준비를 서둘러 마쳤다. 다행히 랩미팅 전이라 실험을 급하게 하던 연구실원이 없어 분석 기기나 연구의 지장은 크게 없었지만, 미팅 직전 아찔했던 경험이었다.
현장에서도 정전은 가끔 일어났다. 아무래도 현장 실험실은 더 많은 분석 기기를 보유하고 있고, 고가의 기기도 많이 보유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인 UPS가 연결된 기기가 많고, 정전으로 인한 사고에도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연계부서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피해는 거의 비슷했다. 어떤 기기는 정전 이후로 다시 전원이 들어왔을 때,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그럼에도 빠르게 대처 방법을 찾고 수리를 비롯하여 각자의 역할을 담당자가 나누어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마음이 놓였는지 모른다.
일상에서 이제 전기가 없는 생활은 상상할 수 조차 없다. 아마 실험실뿐만 아니라 많은 곳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편리하게 해주는 전기를 조심해서 사용하지 않으면 언제고 큰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편리한 일상속에서 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를, 전기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를 언제나 주의하는 수밖에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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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C(ibric.org) Bio통신원(김틸다(필명)) 등록일2024.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