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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실험실이 좋습니다] 실험실 현장 관리는 어렵다

산포로 2024. 5. 30. 17:19

[그래도 실험실이 좋습니다] 실험실 현장 관리는 어렵다

 

실험실이라는 현장은 다양한 분석기기를 포함하여 실험에 사용되는 모든 소모품, 흄후드와 같은 커다란 설비까지 모든 것이 들어가 있는 그야말로 가득 찬 공간이다. 학부생 때는 처음 셋업하는 실험실부터, 대학원 실험실, 그리고 몇 가지 현장의 실험실을 겪어오면서 느낀 점은 생각보다 실험실의 규모는 굉장히 많은 영향을 미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기본적인 설비와 구성은 비슷하다는 것이다.

 

실험실 현장 관리는 굉장히 손이 많이 가는 과정이었다. 관리에는 소모품의 구매부터 청소, 분석기기의 정도관리, 고장 난 기기의 점검 및 수리, 시약 관리 등.. 다양한 항목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실험실을 관리하는 방법 중에 소모품의 정기적인 구매는 중요한 업무였다. 매일 사용하는 코니컬 튜브, culture flask, filter cup, 등등 중요한 소모품들은 반드시 재고가 넉넉하게 확인을 해야 했다. 필요한 소모품이 없으면 실험을 하는 중간에 멈춰 분석이나 실험을 다시 하거나 혹은 기약 없이 미뤄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문제는 지난 몇 년간 코로나 시즌을 겪으면서 실험 소모품의 수입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생물 실험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국내에서 생산되는 소모품이 아닌 해외에서 필수적으로 수입해서 사용해야 하는 몇몇 소모품의 항목이 있을 것이다. 우리의 경우 배지롤 제조하여 최종적으로 멸균된 필터컵을 이용하여 여과 후 사용했는데, 이 필터컵의 수입이 원활하지 않았던 시기가 있었다. 문제는 공학계열의 학과여서 미생물 실험을 하는 실험실이 단 두 곳이었고, 그마저도 우리 연구실에서만 필터컵을 사용했기에 수급이 되지 않으면 꼼짝없이 다른 대안을 찾아야 했다. 다행히도 검색 끝에 국내에서 생산하는 재고를 구해 실험은 근근이 이어갈 수 있었지만, 그 당시에는 아찔했던 경험이었다.

 

일상적인 소모품의 재고 확인은 정말 중요했다.

 

기기들의 유지 관리 또한 일상적으로 매번 확인해야 했던 중요한 일이었다. 올바른 이용법으로 기기를 사용하고, 이후에 적절한 청소나 워싱을 통해서 오염되지 않도록 뒷정리를 철저하게 해야 했다. 다음에 사용하는 사람을 위한 배려이기도 했지만, 분석이 끝난 후 다음 사용까지 사용하지 않는 기간이 있다면 그 기간 동안 기기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해 주는 기본적인 방어벽이었다. 특히나 내가 사용할 차례에 기본세팅이 아닌 직전에 누군가 사용한 세팅이 되어있거나, 워싱이 제대로 되지 않아 분석 값이 흔들린다면 그때부터 실험시간은 배가 된다. 나 한 명쯤이야 하고 그냥 넘어간다면 다른 동료들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으니 항상 주의해야 한다.

 

이 현장에서 단시간 동안 모든 걸 뒤집어엎었던 경험이 있는데 바로 실험실 안전인증제에 참가했을 때였다. 당시 학교에서 안전인증을 받는 연구실이 몇 개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우리 연구실이었다. 문제는 인증을 받기 위해 고쳐야 할 점이 정말 1부터 100까지 굉장히 많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관련 서류까지. 당시에 박사 언니들과 서류를 담당하던 행정 선생님이 없으셨다면 정말 해낼 수 없을 일이었다. 서류를 담당하지 않았던 나를 비롯한 다른 동료들은 다른 방면으로 굉장히 고생을 많이 했다.

 

먼저, 실험실 바닥에 방수페인트를 바르고 하수구멍을 내기 위해서 실험실 내 모든 물건들을 이동시켜야 했다. 무거운 실험대는 학교 측에서 도와주셨지만 많은 소모품과 배양기, 몇몇 실험기자재들을 옮기기 위해 소매를 걷어 올리고 건물 이곳저곳으로 옮기는 일을 며칠에 걸려서 진행했었다. 특히, 실험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공감할 내용이지만 실험실은 소모품이 정말 많다. 지금 사용하는 소모품부터, 예전에는 사용했지만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것들, 그리고 자주 사용하지는 않지만 간간히 사용하기에 실험실에 구비되어 있는 다양한 소모품까지. 언제 누가 샀는지 모를 물건들이 구석구석에서 나올 때마다 과감하게 버리거나 필요한 다른 연구실에 기부하여 소모품을 한번 싹 물갈이를 했다.

 

시약도 안전 인증을 기회로 새롭게 정리했다. 시약장에 MSDS를 기준으로 위험물질별로 구분하여 보관하여야 했지만, 오랜 시간 실험실에서 여러 시약을 구매하고 사용하면서 어쩔 수 없이 이리저리 뒤죽박죽으로 시약이 섞여 보관되고 있었다. 어떤 시약은 2000년대에 구매된 시약도 있었다. 이는 그나마 나은 경우였는데, 현장에서 근무할 당시 시약실이 따로 있던 시약실의 시약을 모두 꺼내 분류하고 폐기하는 과정에서는 1990년대 시약, 어떤 시약은 나보다 더 나이가 많은 시약도 간간이 나오곤 했었다. 성상별로 분류하여 다시 알파벳 순으로 시약장에 넣으면서 시약 리스트를 만들어 정리하는 동안 중복되는 시약이 굉장히 많음을, 그리고 생각보다 위험한 시약이 많음을 알 수 있었다.

 

더불어 배양기 운전을 위해 CO2와 N2 가스도 사용하던 연구실은 가스 설비와 관련된 관리도 계속해서 확인해야 했다. 기왕 시설을 뒤집어엎으면서 따로 가스 보관하는 곳에서 라인으로 배양기가 설치된 곳에만 가스가 배출되도록 모든 설비를 다시 마련했다. 학교의 관계자들과 업체, 실험실 안전관리센터가 함께 해주셔서 우리는 가스 배관을 설치할 장소를 제시하고 설비의 확인만 하면 됐었기에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 과정은 전후의 변화를 가장 극적으로 느꼈었는데, 당시 배양을 하거나 purging을 할 때마다 가스통의 위치가 다 다른 곳에 있어 라인을 연장하거나 다른 팩에 넣어서 실험을 진행해야 했었는데, 사전에 실험할 위치를 정해서 라인을 설치하고 나니 그런 일들이 모두 사라졌다. 단 하나, 가스가 떨어지면 새 가스로 교환하는 작업만 진행하면 되었다.

 

실험실을 전체 뒤집어엎던 날, 고생했지만 훨씬 나아진 환경이 되었다.

 

한 번 현장을 뒤집어엎은 후로는 관리가 좀 더 쉬워졌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깨끗한 상태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 걱정했지만, 우려와 다르게 이 환경을 조금이라도 더 유지하기 위해 좀 더 신경을 쓰며 실험실을 사용했다. 여담으로 바뀐 실험실에서 1년 이상 연구하지 못하고 졸업을 하게 되어, 정말 아쉽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현장 관리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리고, 또 그동안 연구가 약간 뒤로 밀리게 되더라도, 제대로 된 현장에서 연구하는 효율과 안전성은 그 이상이라고 생각하기에 한번쯤 제대로 된 현장관리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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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C(ibric.org) Bio통신원(김틸다(필명)) 등록일2024.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