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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선 최다 확진인데 코로나 팬데믹 종식 논의 '스멀스멀'

산포로 2022. 3. 7. 10:03

국내선 최다 확진인데 코로나 팬데믹 종식 논의 '스멀스멀'

 

게티이미지뱅크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 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에 대한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이후 3개월마다 WHO 전문가자문위원회가 소집돼 PHEIC 선언을 유지해야 하는지 논의했다.

 

만장일치로 선언 유지에 동의해왔으나 최근 미국과 영국 등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했던 국가들을 중심으로 확산세가 줄어들며 상황이 변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전세계적 대유행병) 종식 선언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 팬데믹 종식 선언 논의 부상...영국, 네덜란드 등은 이미 종식 선언


6일 과학 학술지 '네이처' 보도에 따르면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Public Health Emergency of International Concern)는 전세계 대규모 질병감염 사태가 우려될 경우 선포된다. 특히 전염병이 발원지 국가를 넘어 다른 국가들의 공중 보건에 위험하다고 인정돼야 한다. 코로나19 이전에 2009년 유행한 신종인플루엔자 A(H1N1)와 2014년 소아마비와 서아프리카 에볼라, 2016년 지카바이러스, 2019년 콩코민주공화국 에볼라 사태 때 선포한 바 있다. 


PHEIC가 선포되면 WHO 주도로 국제사회는 전염병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이게 된다. 우선 WHO는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발발한 국가에 출입국 제한을 권고할 수 있다. 196개 WHO 회원국은 전염병 사태가 확인되면 24시간 이내에 WHO에 통보하며 전파 방지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할 의무를 갖는다. WHO는 전 세계 정부 및 조직에 질병을 봉쇄하기 위한 대응을 강화하도록 요청한다. PHEIC 선언을 통해 회원국들이 WHO 권고를 따르도록 법적으로 구속한다.


이런 법적 구속에서는 회원국들이 가지고 있는 인력과 자금, 기타 자원들이 포함된다. 가령 제약사들은 PHEIC 선포 때 코로나19 알약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데 동의하는 계약에 서명했다. 진단키트와 백신도 마찬가지다. 또 미국 제약사 모더나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기 전까지 현재 시판되고 있는 여러 백신의 근간이 된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술에 대한 특허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 화이자는 WHO가 PHEIC 종료 선언 전까지 제네릭 제약사들이 코로나19를 표적으로 약을 만드는 것을 허용하기로 합의했다. 수십개 회사가 중저소득 국가에서 코로나19 치료제인 머크의 몰누피나비르나 화이자의 팍스로비드를 제조하고 공급하기 위해 서명했다. 


WHO가 PHEIC 선포를 종료하게 되면 이런 협력들이 모두 끝난다. 백신 공동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나 코로나19 진단검사도구 공동 발굴 프로젝트 ‘국제 분자진단 평가공급기구(FIND)'의 활동도 멈출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미 국가 단위에서 실질적인 코로나19 종식 선언을 한 국가들이 많다. 덴마크와 네덜란드, 영국과 같은 국가는 팬데믹의 종식을 선언했으며 뉴질랜드와 홍콩, 한국 등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함에도 미국을 포함해 많은 국가들이 팬데믹 종식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18인으로 구성된 WHO 전문가자문위원회는 PHEIC 선언과 해제에 3가지 기준을 제시한다. 해당 감염병이 심각하거나 갑작스럽거나 예상치 못한 것이어야 하며 국제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그에 따라 즉각적인 국제적 조치가 필요한지 여부도 따진다. PHEIC 해제 때 예방 접종력이나 확진 사례 수와 같은 지표도 고려 대상이다. 

 

● 또다른 변이 출현 우려에 '경각심' 가져야 한다는 견해도


위원회가 우려하는 것은 델타나 오미크론 외에 또다른 변이의 출현이다. 감염병 역학자인 마이클 오스터홀름 미국 미네소타대 의대 교수는 "바이러스가 숙주로 삼는 약 20종의 동물을 포함해 잠재적으로 유해한 변이가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끝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WHO의 PHEIC 해제 여부 결정에는 정치적 입장도 반영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캐롤라인 버키 미국 하버드대 공중보건학과 교수는 “정치적 의견에 기반한 동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가이아나의 오라스 콕스 공중보건부 벡터매개질병국장은 “영국과 미국이 ‘우리는 코로나19가 더 이상 문제가 아니라 생각한다. 이미 우리는 자체의 결정을 내렸다’고 말하고 있다”며 “WHO는 반드시 전 세계에 이로운 것이 무엇인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WHO의 PHEIC 해제 결정이 그리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아마 올해 2~3분기 사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오스터홀름 교수는 다시 한번 경각심을 강조했다. 그는 “과학자와 정책 입안자들은 코로나19에 대해 겸손해야 한다”며 “팬데믹이 무엇이고 어떻게 시작하고 전개되고 어떻게 이해하는 지는 완전히 미지의 영역에 있다”고 말했다.

 

동아사이언스 (dongascience.com)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2022.03.06 1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