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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의 최초 원인 질병은 ‘스크래피’

산포로 2008. 5. 16. 20:33

광우병의 최초 원인 질병은 ‘스크래피’
 
광우병 공포의 진실 (상)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인간 광우병으로 사망한 환자 수는 207명으로 확인되었다. 이 수치는 이제껏 3천만명에 가까운 사망자를 기록한 채 지금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에이즈에 비할 바가 못 된다. 또 우리나라에서 오염된 어패류를 먹고 비브리오패혈증에 걸려 사망하는 사람만도 매년 10여명 이상이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유독 광우병에 대한 공포가 그 무엇보다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에 본지는 광우병에 대한 정확한 실상을 조명해보는 ‘광우병 공포의 진실’이란 기사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註]
 
1720년대 영국에서는 우량종의 양을 생산하기 위해 좋은 품종의 양끼리 교배시켰다. 그러자 정말 성장이 빠르고 질 좋은 털을 가진 양이 태어났다. 그런데 이스트앵글리아 지역의 양떼 중에서 이상한 증상을 보이는 양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양들은 몸이 가려운 듯 자꾸 담장에 대고 긁어대는가 하면 걸음걸이도 불안정해 비틀대기 일쑤였다. 그렇게 안절부절못하며 발작적인 증세를 보이다 결국 죽어버렸다. 이 이상한 양들의 괴질에 ‘스크래피(scrapie)’라는 병명이 붙여졌다. ‘문지르다’는 뜻의 scrape를 차용해 지어진 명칭이었다.

 

그로부터 200여 년이 흐른 1985년 영국 켄트 주의 한 목장에서 이상한 소가 발견되었다. 그 소는 마치 미친 듯이 심한 경련을 일으키며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주저앉곤 했다. 그렇게 죽은 소의 뇌를 해부해본 결과, 스크래피로 죽은 양처럼 뇌 조직이 녹아내려 스펀지같이 구멍이 송송 뚫려 있었다.

 

그 증상이 꼭 미친 소와 같다고 해서 광우병(mad cow disease)라는 병명이 붙여졌다. 의학적 용어로는 ‘소해면상 뇌병증(BSE)’이라고 불렸다.

 

어떻게 해서 양들과 똑같은 병이 소에게도 전파되었을까. 영국 정부가 추적에 나선 결과, 사료에서 문제가 발견되었다. 당시 유럽의 축산업자들은 1970년대부터 양을 도축해서 만든 동물성 사료를 소들에게 먹이고 있었다.

 

따라서 영국 정부는 스크래피에 걸린 양으로 만든 사료를 소들이 먹음으로써 그 같은 병이 전파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영국 정부는 1988년부터 동물성 사료를 소와 양에게 먹이는 것을 금지시켰다. 그 후부터 광우병에 걸리는 소들이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1993년 영국에서 특이한 질병이 발생했다. 낙농업자에게서 발견된 그 질병은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과 흡사했다. CJD는 독일의 신경과학자인 크로이츠펠트와 야콥에 의해 1920년대에 처음 보고된 질환으로서, 급격히 진행하는 치매 증상을 보인다.

 

인지 기능이 저하되고 손발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등의 증세를 보이다가 혼수상태에 빠져 사망하는 신경계통의 질환이다. 그런데 낙농업자에게서 발견된 CJD는 기존의 CJD와는 다른 특징을 보였다.

 

기존의 CJD는 주로 55세 이상에서 발병하는 것에 비해, 새로운 CJD의 환자 중에는 20대와 30대의 젊은이도 포함된 것이다. 더구나 환자 중에는 소를 기르는 목장에서 일하는 농부가 많이 포함되어 있을 뿐더러, 광우병이 발생한 지역에서 생산된 쇠고기를 오랫동안 먹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서둘러 조사에 착수한 영국 정부는 1996년 소의 광우병이 인간에게 전파되어 새로운 형태의 CJD를 발생시켰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럼 광우병은 어떻게 종간의 장벽을 쉽사리 뛰어넘어 양에게서 소로, 소에게서 인간으로 전파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의문을 처음으로 파헤친 이는 미국 국립보건원의 가이두섹 박사였다.

 

그는 1957년 3월 우연히 뉴기니의 포레 부족에서 주로 발병하는 ‘쿠루’ 병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웃는 죽음’이란 뜻의 쿠루는 다리가 약해지고 말을 잘 못하며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는 증상을 보이다 죽는 괴상한 병이었다.

 

이 병의 원인을 조사하던 가이두섹 박사는 쿠루가 여성과 아이들에게서만 나타나는 점에 주목하고, 포레 족의 식인 풍습이 바로 그 원인임을 알아냈다. 당시 포레 족은 사람이 죽으면 친지인 여자와 어린 아이들이 그 시신을 나누어 먹는 엽기적인 장례의식을 지니고 있었다.

즉, 쿠루에 걸려 죽은 사람의 뇌와 골수를 먹어서 병이 다른 이에게로 전파된 것이다. 가이두섹 박사는 쿠루를 옮기는 인자를 찾아내지 못했지만, 잠복기가 수년에서 수십 년이나 되는 그 새로운 유형의 인자를 ‘슬로우(slow) 바이러스’라고 생각했다.

 

그 후 미국 캘리포니아대 스탠리 프루시너 교수는 그 전염 입자가 슬로우 바이러스가 아니라 프리온이라는 단백질임을 밝혀냈다. 그로써 그동안 발병 원인이 불분명했던 스크래피와 광우병, 쿠루병, 크로이츠펠트-야콥병 같은 프리온 질환의 정체가 드러나게 되었다.

 

요즘 인터넷에 떠도는 괴담 중 우리나라에서도 인간 광우병 환자가 발생했다는 소문이 있다. 허나 그것은 CJD 환자의 발생이 와전되어서 전해진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인구 100만 명당 1명 정도로 발병하는 CJD는 4가지 형태로 분류된다. 첫 번째가 CJD 중 85%를 차지하는 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sCJD)으로서, 아직 발병 원인이 알려져 있지 않다.

 

프리온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함으로써 생기는 가족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fCJD)은 전체 CJD의 10~15%를 차지하며, CJD에 걸린 사람을 수술했던 수술도구나 그 뇌하수체에서 유래된 성장 호르몬 등에 의해 유발되는 의인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iCJD)은 1~2%를 차지한다.

 

마지막으로 소해면상 뇌병증, 즉 광우병에 걸린 소를 섭취함으로써 발생하는 새로운 형태의 CJD가 바로 인간 광우병이다. 따라서 우리가 흔히 인간 광우병이라 일컫는 병의 정확한명칭은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이다.
 
이성규 기자 |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08.05.15
http://www.sciencetimes.co.kr/article.do?todo=view&atidx=0000025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