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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에게도 쉼표가 필요하다] 좋은 과학자, 좋은 멘토

산포로 2024. 5. 13. 10:07

[과학자에게도 쉼표가 필요하다] 좋은 과학자, 좋은 멘토

 

Post-doc이 끝나갈 때쯤 가장 많이 생각했던 주제였다. 과연 어떤 과학자가 좋은 과학자인가, 어떤 멘토가 좋은 멘토인가, 나는 어떤 과학자나 멘토가 되고 싶은가? 과학자로서 혹은 멘토로서 내가 닮고 싶은 모델은 만났다. 물론 같은 사람은 아니었다.

 

대학원생 때는 지도교수의 성격에 따라 크게 쪼는 형과 방목형 두 가지로 나눠진다 생각했다. 대학원이 끝나갈 때쯤, 학생의 성격에 맞게 그 두 개를 적절히 해주는 지도교수가 정말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때까지는 지도교수를 과학자다 멘토다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의 post-doc 때 보스는 과학자로서 내가 존경하는 닮고 싶은 모델이었다. 정말 순수하게 궁금해서 연구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타입이 내가 생각했던 것과 잘 맞아서였는지, 나는 보스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할 때마다 똑똑하다 생각했고 나의 생각과 일치하면 즐거웠다. 그래서 한 가지 프로젝트도 한 가지 가설로 빨리 논문을 내는 것보다, 많은 가설들을 다 검토하느라 시간이 다소 오래 걸려 논문을 못 내고 나간 사람도 있지만, 논문은 꽤 좋은 곳에 나가는 편이었다. 헌데 다른 보스의 눈에는, 논문을 빨리 내지 않아 밑에 사람의 미래는 생각하지 않는 보스로 보더라. 보는 관점에 따라 그도 사실이기에 나는 너무 놀랐다. 그 다른 보스는 멘토로서 함께 일 하게 되는 사람이 몇 년 동안 함께할 것인지 그 사람의 미래의 목표가 무엇인지에 따라 필요한 논문 개수나 다른 경험치를 충족시켜 주려 함께 노력했다. 맞다. 그 사람은 정말 좋은 멘토였다. 

 

© Pixabay

 

어디에선가 꼰대 짓 안 하는 좋은 보스가 되려면 개인 사를 알고 싶어 하지 말고 필요할 때 도움만 주면 된다더라. 그렇게 치면 우리 보스는 꼰대 짓 안 하는 좋은 보스였는데, 관점에 따라 아닐 수도 있었다. 그렇게 내가 닮고 싶은 과학자는 post-doc때 나의 보스였다. 하지만 그렇게 연구하는 과학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이미 어느 정도 본인의 입지가 굳건하고 연구비 걱정도 없어야 하며 함께 일하는 사람이 그 궁금증을 같이 궁금해해야 한다. 주변에서 사실 그런 과학자는 많이 못 본 것 같다. 같은 기관 내에서도 연구비 때문에, 정규직 보장 때문에, 혹은 본인의 명예 때문에 빨리빨리 논문 내기를 강요하는 경우를 더 많이 본 것 같다. 처음 미국으로 갔을 때 그곳 과학자들은 다 그렇게 궁금해서 연구하는 줄 알았기에, 사람 사는 것 미국이라고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궁금해서 구글에 찾아봤다. 좋은 과학자가 되기 위한 방법이란. 

 

호기심이 많고 관찰력이 좋고 끈기가 있어야 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며 다른 의견도 잘 받아들여야 하고 등... 그렇다. 모두가 다 아는 내용이다. 그런데 과연 지금 과학제도는 정말 궁금해서 실패해도 계속 도전하는 과학자를 얼마나 믿어주고 밀어주고 있는가? 시스템적으로 그렇게 되어야 보스들의 마인드도 바뀌고, 그래야 그와 함께 일하는 연구원들이 같은 마음으로 실패해도 우울해하지 않고 논문이 없어도 궁금한 것을 계속 탐색할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유의미한 데이터 개수 혹은 논문편수로 말고, 실험을 시도한 횟수나 얼마나 그 분야에서 오랜 연구를 해왔는지 그 자체로 가치를 평가해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혹은 모든 가설에 성공한 논문 말고, 가설에 실패했던 데이터들로도 논문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그들의 시도도 인정이 되고, 똑같은 실패로 시간 버리는 사람이 덜 생기지 않은가. 방법이 있어 언젠간 그렇게 평가해 주는 날이 오면 큰 걱정 없이 더 열심히 할 것 같다.  

 

Coronavirus의 mRNA백신으로 202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탄 커털린 커리코 교수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아 연구비까지 깎이고 학교에서조차 등 떠밀려 조교수직에서 일반연구직으로까지 내몰렸던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그 후 그를 믿어주는 멘토인 와이스먼 교수를 만났고 그렇게 20년간 한 우물을 파 받게 된 상이자, 그렇게 coronavirus pandemic으로부터 세계를 구해준 것이었다. 또 일본은 어떻게 종종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그들은 장인 정신 때문에 가업을 물려받는 일도 많을 만큼 누군가는 하찮다고 생각할지라도, 한 가지 일을 세대가 변해도 꾸준히 하는 것이 받아들여지는 문화지만, 대부분 어떠한가? 어떤 직업이 돈 혹은 명예를 더 많이 쉽게 버느냐에 따라 희망직업이 의사로 몰리기도, 유투버로 몰리기도 하지 않는가? 과학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번에는 뇌 과학으로 연구비가 몰린다 하면 너도나도 뇌 과학으로 갈아타고, 또 언제는 면역학으로 연구비 몰린다 하면 너도나도 면역학으로 갈아타지 않는가. 

 

실패해도 궁금한 것을 계속해서 믿고 지원해 주는 제도가 있어야 세대를 거쳐 완성되는 큰 발견을 할 수 있을 확률이라도 높아지지 않을까? 또 일본이나 유럽은 해외로 유학 가 있는 본 국민들에게 많이 배워 다시 자기 나라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길이 많았다. 지금은 한국도 해외과학자유치와 같은 제도가 생기긴 했지만, 일본과 유럽은 이미 post-doc을 나가면서도 돌아올 때 그 자리를 다시 줄 거라는 등의 보장이 오래전부터 있었고, 그렇게 걱정 없이 수많은 도전을 해보고 배우며 돌아가는 경우를 더러 보았다. 요즘 박사졸업생들은 고생하기 싫어 post-doc 안 나간다고 앉아서 불평이나 하지 말고, 그 길이 고생길이 아니게 보장해 주면 될 것 아닌가. 나 또한 해외로 post-doc을 나가는 것보다 그 이후에 한국으로 자리 잡고 들어가는 것이 바늘구멍에 들어가기 수준으로 힘들 다는 것을 느끼고 나니, 괜히 나왔나 생각할 정도였다. 

 

과학에서뿐만 아니라 그 어떤 분야에서건 내 다음세대를 위한 이바지가 정말 중요하다 생각한다. 그래서 좋은 멘토가 우리 사회에서는 정말 필요하다. 꼰대라는 소리를 들어가며 내 시대에 갇혀 현재의 변화를 마주하지 못하면 결국 뒤처지게 되어있고, 그런 사람이 많을수록 젊은 사람들과의 거리만 멀어져 결국 사회변화가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좋은 과학자와는 별개로 좋은 멘토들이 꼭 필요하다. 허나 좋은 멘토들이 좋은 성과가 항상 있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아까 말했던 그 보스처럼 함께 일 하는 사람 챙겨주고 함께 성장하기 위해, 오랜 정성을 들여 큰 논문을 내는 것쯤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니 말이다. (물론 포기를 하는 것인지, 그럴 능력이 안 되는지는 본인만이 알터.) 그래서 요즘엔 한국에도 미국처럼 연구만 하는 교수, 수업만 하는 교수를 나누어 뽑기도 한다고 들었는데, 어쩌면 그 방법이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 

 

똑똑한데 연구비도 넉넉하고 인성 좋은 교수를 몇이나 보았는가. 

 

미국의 기관에서는 상사에 대한 평가를 더러 했었다. 보장해 준다는 익명이 얼마나 보장되는 줄을 모르겠으나, 직장 내의 괴롭힘이나 부당한 처우에 관한 신고를 하고 마땅히 보상받는다고 한다. 기관이던 직장이던 그곳이 오랫동안 세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해 나가고 성장해 나가려면, 부하직원으로부터 상사의 평가는 꼭 필요하다 생각된다. 어디에나 밑의 사람의 능력을 나무라는 상사는 있다. 가만히 보면 그런 상사치고 본인 능력이 뛰어난 경우는 보지 못하였다. 자기 밑의 사람이의 능력이 부족하다 생각되면, 자신을 돌아보라는 말이다. 충분히 똑똑한 상사 밑에서는 부족한 사람도 얼마든지 성장해 나가기 때문이다. 

 

삶을 살아가는 방법은 다양하고 정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고는 하지만, 나는 나만의 정답을 찾았다. 나이가 들어 나의 자식이나 후세대가 나를 바라보았을 때, 그렇게 살고 싶다 생각하고 따른다면 그만한 삶이 없겠구나. 젊어서의 패기로 나는 세상에 대단한 업적을 남기고 싶고 그렇다 할  만한 부를 축적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깨달은 바, 나의 부모님은 부를 축적하는 것보다 아껴서 차곡차곡 쌓으셨고 대단한 업적 보다 순간 불평하지 않고 한 발씩 나아가 최선을 다했으며 은퇴하고 여유로운 지금도 성장하는 것을 보며, 나에게는 여전히 닮고 싶은 발자취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나쁜 멘토, 나쁜 과학자라는 말이 아니다. 혹은 당장 좋은 멘토, 좋은 과학자가 되자는 말도 아니다. 

 

어쩌면 후배에게 부담이 될까 다가가지 못하는 당신이, 어쩌면 상사가 시킨 일에 대해 토 달지 않고 자기가 궁금한 것은 시간이 날 때 조금씩 밖에 못하고 있는 당신이, 좋은 멘토이자 좋은 과학자 일 수도 있다. 때로는 잘해주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은 멘토이기도 하고, 대단한 일을 하겠다고 다른 사람과 맞서는 것보다 묵묵히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좋은 과학자 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저 다음 세대에게 비추어지는 나 자신이, 멘토로서 과학자로서 부끄럽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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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원고는 지극히 개인적인 불만과 위로이므로, 공감이나 또다른 경험과 의견을 함께 댓글로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참고문헌
Wikihow How to Be a Good Scientist 
https://www.wikihow.com/Be-a-Good-Scientist
나무위키 커털린 커리코
https://namu.wiki/w/%EC%BB%A4%ED%84%B8%EB%A6%B0%20%EC%BB%A4%EB%A6%AC%EC%BD%94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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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C(ibric.org) Bio통신원(닥터아모스(필명)) 등록일2024.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