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아델피대 연구팀, 10년간 공룡 화석 연구 결과
성장 속도-기간 등 다양한 전략 존재
"현대 동물처럼 조기-급속 성장한다는 통념 깨져"
공룡은 어떻게 티라노사우루스처럼 덩치가 커지거나 혹은 조류처럼 작게 진화했을까? 그동안 과학자들은 현대의 동물과 공룡이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큰 공룡들은 소형에 비해 더 일찍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해 덩치를 키웠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서 공룡들이 진화하면서 다양한 성장 전략을 통해 몸 크기를 조정해왔다는 결과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뉴욕 아델피대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출판된 논문을 통해 공룡들이 진화 과정에서 덩치를 키우거나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진화적 트릭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2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가 소개한 논문 내용을 보면, 그동안 과학계는 공룡 등 대형 동물은 소형에 비해 조기에 더 빨리 자라나면서 덩치를 키운다는 통념을 갖고 있었다. 이는 현대의 조류는 물론 포유류들에게도 적용됐다. 코끼리와 타조가 유전적으로 사촌 격인 치와와나 참새보다 덩치가 더 훨씬 큰 이유는 조기에 더 빨리 자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같은 악어과인 크로커다일과 앨리게이터는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성장해 덩치를 키우는 등 비슷한 성장 양태를 보인다. 그러나 고생물학자들은 공룡계의 '아이돌'격인 티라노사우루스를 포함한 현대 조류의 기원이 된 수각류 공룡들의 경우 큰 종류들은 현대의 동물들처럼 조기·급속 성장으로 덩치를 키웠다고 판단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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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델피대 연구팀은 이같은 통념을 깨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우선 아프리카 남동부 마다가스카르섬에서 발굴된 약 6600만년 전의 마준가사우루스 화석을 조사했다. 이 공룡은 약 7m 크기로 티라노사우루스와 친척 격인 대형 공룡이다. 연구팀은 이 공룡의 정강이뼈 화석의 성장 고리를 조사한 결과 급속한 성장을 나타내는 넓은 고리 대신 오랜 기간 천천히 성장한 것을 의미하는 좁은 고리들을 많이 발견했다. 반면 비슷한 크기의 대형 공룡인 케라토사우루스의 화석에선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성장기 초반에 넓은 고리가 다수 발견됐다. 즉 어린 나이에 빠른 속도로 덩치를 키운 것으로 추정됐다.
이렇게 연구팀은 지난 10년간 42개의 수각류 공룡들의 뼈 성장 고리를 측정했다. 약 2억3000만년 전부터 백악기 말기인 6600만년 전까지 살았던 공룡들이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연구팀은 각각의 공룡들의 뼈에 새겨진 성장 고리를 분석해 어떤 시기에 어떻게 얼마나 덩치를 키우거나 작아졌는지 확인했다. 결과는 제각각이었다. 수각류 공룡 42종 중 31%는 성장 속도를 더 높여 조상보다 덩치가 커졌고, 28%는 성장 기간을 늘려 큰 종으로 진화했다. 반면에 21%는 성장 기간을 단축하는 방식으로, 19%는 성장 폭을 둔화시키는 방법으로 각각 덩치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베라 와이즈베커 호주 플린더스대 진화생물학 교수는 "엄청나게 오랜 시간에 걸친 진화를 분석한 놀라운 연구 결과"라며 "공룡들이 진화 과정에서 크기가 작아지거나 커진 것에 다양한 경로가 존재했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