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 사이에서 불신감이 높아지고 있는 화학비료나 농약 등을 대신할 해충 방제 재료로서 천적 곤충과 미생물 농약이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무당벌레, 긴털이리응애, 쌀좀알벌, 곤충기생선충 등 이름도 생소한 수입천적과 국내산 천적 20여 종이 사용되고 있으며, 미생물 농약은 병해방제용과 해충 방제용, 잡초방제용을 포함해 30여 종이 등록되어 있다.
환경친화적 방제에 농민들 관심 집중
위해해충에 대한 방제 수단으로서는 최근까지 다양한 살충제를 활용하는 방법이 사용됐다. 하지만, 살충제의 사용은 자연생태계의 파괴와 함께 해충의 내성을 유발하고 위해해충의 천적생물도 무차별적으로 죽이는 부작용을 갖고 있어 최선의 방제 수단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자연계에 존재하는 먹이사슬을 활용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생물적 방제 방법이 필요하게 되었다.
생물학적 방제 방법은 효과는 느리지만 환경에 큰 영향을 주지 않으며, 농약의 사용을 줄여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어 다양한 천적을 개발해 수출까지 하고 있다. 인위적으로 천적 곤충을 대량 생산하여 살포하는 방법과 천적곤충이 좋아하는 식물을 작물 옆에 심어 천적곤충을 유인하는 방법 등이 있다.
녹색성장 시대 곤충산업이 뜬다
우리나라에서는 농촌진흥청에서 농업에 천적곤충을 활용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딸기와 고추, 토마토, 오이, 수박 등에 적용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서 딸기 수확기에 주로 발생하여 피해를 입히는 해충인 점박이응애는 칠레이리응애를 투입해 방제하고, 진딧물에는 무당벌레 등을 투입해 방제하는 방법을 들 수 있다. 농작물에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진딧물과 가루이류를 방제하는 데에도 무당벌레, 진디혹파리, 콜레마니진디벌, 호랑풀잠자리 등 다양한 천적곤충이 활용되고 있다.
이쯤 되자 누에나 벌을 제외하고는 퇴치 대상으로만 치부되던 곤충이 녹색성장 시대의 새로운 블루오션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까지는 애완용 곤충 시장이 가장 크지만, 최근에는 천적 곤충을 사용하는 경작 면적이 늘면서 기존에 주로 농촌진흥청에 의존하던 천적 곤충 개발에 민간 기업이 뛰어들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기업이 천적 곤충 분야 세계 3위의 기술력을 갖고 있는 (주)세실이다. 국내시장 점유율 95%를 자랑하는 세실은 지난 2003년 칠레이리응애 국내 출시를 첫 신호탄으로 올해 3월 복숭아혹진디벌 출시에 이르기까지 현재 상업화되어 있는 천적 40여 종 가운데 이미 31종을 개발, 천적곤충 분야 세계 1, 2위를 다투는 네덜란드, 벨기에 등지에도 수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세실 외에도 6~7개 업체가 국내 곤충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미생물 이용한 고부가 친환경농업 각광
곤충과 함께 미생물을 이용해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사업도 활발하다. 미생물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 생활에 알게 모르게 큰 역할을 해왔다. 인류가 오랫동안 사용해 온 빵과 알코올의 발효과정에도 미생물은 필수적이다. 0.1mm도 안 되는 작은 생물이 세상을 윤택하게 만들고 있다.
미생물은 자기가 살기 위해 숙주의 몸에 달라붙어 자란다. 미생물이 콩에 달라붙어 이를 먹으려면 큰 덩치를 잘게 쪼개야 하고, 이를 위해 효소를 분비해 분해물을 먹는다. 이게 발효다.
미생물을 농업에 이용할 수 있는 영역은 토양개량, 병해방제, 유기물 분해촉진, 양분흡수촉진, 생육촉진, 형배충 방제 및 제초 등이다.
미생물을 이용한 농약은 사람이나 가축,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을 뿐 아니라 내성이나 잔류 등의 문제도 없다. 또한, 국제적으로도 화학농약의 사용이 점점 규제되고 있어 앞으로 성장가능성이 높은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유기농을 중심으로 화학농약의 사용을 줄이는 것이 최근의 추세여서 미생물 농약을 사업 아이템에 올리는 바이오벤처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산학 연계 통해 미생물 농약 출시 활기
지금까지 국내에서 실용화시킨 미생물 농약은 몇 가지 안 되며 대부분 외국에서 개발한 원제를 도입해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행히 최근 미생물 관련 전문가의 수가 늘어나면서 연구에 체계가 잡혀가고 일반 기업에서도 독자적인 기술에 의해 개발된 미생물 농약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친환경유기농자재 전문업체인 고려바이오는 식물생장촉진 미생물을 이용한 신제품을 개발, 해외 시장에도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마에서 추출한 특허 미생물을 이용해 ‘홍두깨’, ‘MA-8’ 등 신제품 2종을 개발하고 친환경유기농자재 목록공시에 신청했다. 지난해 경북도농업기술원으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은 MA-8은 지베렐린의 생합성 능력은 물론 식물생장 효과가 우수하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고추역병용 살충제와 잿빛곰팡이용 살균제 원료 등록을 마친 그린바이오텍도 주목해야 할 미생물 연구 기업이다. 지난해 말에는 환경오염 문제가 없는 미생물인 아크레모니움 스트릭튬 비씨피 균주를 한국화학연구원으로부터 기술 이전받아 시제품 생산에 성공했다. 이 농약은 토마토 잿빛곰팡이병을 비롯해 토마토 풋마름병, 인삼 잿빛곰팡이병 등에서 우수한 방제 효과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작물 병해를 억제하는 미생물 균주도 상품화됐다. KG케미칼그룹 산하 친환경 농자재 전문 기업인 KG바텍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최근 농작물 병해에 적용 가능한 ‘스트렙토마이세스 아르젠테오스’ 와 ‘스트렙토마이세스 스포로클리바투스’ 등 2가지 균주에 대한 기술 이전 협약식을 가졌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노문철 박사팀이 개발한 이 미생물 균주들은 인삼뿌리썩음병을 비롯해 원예 및 수도작물의 각종 병해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KG바텍은 이 미생물 균주를 이용, 친환경유기농업에 적용할 수 있는 병해 관리자재 상품 개발은 물론 국내 미생물농약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현재 농약과 비료 시장에서 미생물이 제품이 차지하는 규모는 1%에 불과하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가까운 장래에 현재 1조 원에 이르는 국내 농약시장의 30%를 미생물 농약이 차지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 세계 어디서나 비슷한 제형으로 만들 수 있는 화학농약에 비해 미생물 농약은 지역별로 고유한 미생물에 대한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점도 국내 바이오벤처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안전한 먹거리의 중요성이 재차 강조되면서 무공해 작물에 대한 인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도 천적 곤충이나 미생물농약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밝혀주고 있다.
정재능 | [작성일 2010-11-08] |
http://tech.sbc.or.kr/newshome/mtnmain.php?mtnkey=articleview&mkey=scatelist&mkey2=39&aid=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