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방식 vs 일반식…장내미생물 어떻게 달라졌나 보니

죽상동맥경화증은 혈관의 가장 안쪽 막(내피)에 콜레스테롤이 침착되고 혈관 내피세포가 증식해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병이다. 마치 오래된 수도관 내부가 녹이 슬고 이물질이 침착해 점점 좁아지는 것 같은 현상으로, 결국 막히거나 터져 심뇌혈관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과 연관돼 있다.
파리시테대학 심혈관연구센터 루디빈 로랑스, 소르본대학 해리 소콜 등 프랑스 연구진은 고지방 식이가 장내미생물 군 다양성을 떨어뜨리고, 특히 섬유질 섭취가 부족할 경우 상황이 더 악화되며, 결과적으로 죽상동맥경화증 진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이들의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은 국제학술지 셀리포츠(Cell Reports) 10월 31일(현지시간)자에 실렸다.
연구에 따르면 고지방 식이로 인해 장내 미생물군에 불균형이 발생하고, 그 영향으로 장내 림프세포가 장간막 림프절에서 크게 증식한다. 증식한 림프세포는 장간막 림프절에서 말초로 이동해 죽상경화성 플라크(찌꺼기) 내에 T세포 축적을 유도한다. 그 결과 죽상동맥경화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진은 실험용 생쥐를 네 그룹으로 나눠 16주 동안 고콜레스테롤 식단, 보통 식단, 고지방 식단, 고콜레스테롤+고지방 식단을 먹였다. 그 결과 고지방 식단 또는 고콜레스테롤+고지방 식단을 먹인 쥐는 혈당지수와 인슐린 저항성, 인슐린 저항성 지수가 나머지 두가지 식단보다 높게 나타났다. 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보여주는 지방간 수치는 고콜레스테롤 식단과 고지방 식단에서 높게 나타나고, 고콜레스테롤+고지방 식단에서 가장 높았다.
연구진은 네 그룹의 실험용 쥐의 분변을 분석해 장내미생물 구성을 들여다봤다. 그 결과 그룹별로 큰 차이가 확인됐다. 흥미로운 것은 고지방식이를 먹인 그룹에서 장내미생물 다양성이 눈에 띄게 낮았다는 점이다. 고콜레스테롤 식단은 별 차이가 없었다. 이는 장내미생물 형성 과정에서 고지방식이가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또 고콜레스테롤+고지방 식단 그룹에서 유해균인 프로테오박테리아 중 장 면역반응 변화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나쁜 균인 '데설포비브리오(Desulfovibrio)10'이 많았다. 프로테오박테리아는 대사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장누수, 전신 염증반응 등을 일으킬 수 있다. 고지방 식단 그룹에서는 건강에 유익한 아세테이트나 부티레이트 수치가 현저하게 낮았다. 장 점막 항상성의 핵심 조절자이자 장내 면역활동을 돕는 인터루킨-22 단백질도 현저히 감소했다. 연구팀은 고지방식이를 하면서 섬유질 섭취가 적을 경우 죽상동맥경화증 위험이 높아지는 것도 확인했다.
연구진은 "연구를 통해 식이성 미생물군과 장내 면역세포, 죽상동맥경화증 사이의 병리학적인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식이성 미생물군이 죽상동맥경화증을 예방하는 타깃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