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둠 속에서 나와 밝은 빛을 보면 뿌옇다가 점점 밝아진다. 사람의 눈은 빛의 세기를 조절해 물체를 선명하게 인지하는 기능을 가졌다. 국내 연구팀이 이런 기능을 모사한 인공안구 시스템을 개발했다. 노화나 부상, 질병으로 손상된 안구를 대체하는 보형물을 위한 미래 기반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세대는 조정호 화공생명공학과 교수와 정소희 성균관대 에너지과학과 교수, 문홍철 서울시립대 화학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이 같은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9일 공개했다고 14일 밝혔다.
눈은 ‘동공 반사’와 ‘순목 반사’를 통해 빛의 세기를 조절한다. 동공 반사는 망막에 도달하는 빛의 강도에 따라 동공의 지름을 조절해 빛의 강도를 조절하는 것을, 순목 반사는 강한 빛이 들어왔을 때 각막을 보호하기 위해 눈을 깜빡이는 것을 뜻한다.
연구팀은 두 기능을 모사한 시스템을 개발했다. 우선 안구가 수용하는 빛의 강도를 자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인공 눈꺼풀을 제작했다. 그런 다음 빛을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 ‘광 시냅스 소자’를 개발했다.
조 교수는 “이미지 센서는 빛이 꺼지면 원 상태로 돌아오는 반면 광 시냅스 소자는 빛 신호를 축적해 실제 눈처럼 빛의 세기가 저장된다”며 “일정 양의 빛 신호가 쌓이면 홍채를 움직여 빛을 조절하도록 하는 신호를 보낸다”고 설명했다.
광 시냅스 소자에 양자점도 적용했다. 양자점은 수 nm(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의 초미세 반도체 입자로 크기에 따라 전기적 광학적 성질이 바뀐다. 빛의 흡수 특성도 제어가 가능하다. 홍채 역할은 전기 변색 소자가 맡는다. 자외선 농도나 빛의 자극에 의해 색상이 변하는 변색렌즈처럼 빛의 투과를 조절한다.
이번 연구는 기존 연구들보다 실제 눈에 가까운 시스템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 교수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빛을 인지하는 기존 연구에서 더 나아가 빛을 인지하고 외부 강도에 따라 유기적으로 반응하며 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 인공 안구”라며 “10~20년 후를 위한 기초연구”라고 밝혔다.
동아사이언스 (dongascience.com)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2022.11.14 1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