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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심해진 숙취, 알고 보니 '바이러스' 때문?

산포로 2024. 3. 8. 09:13

갑자기 심해진 숙취, 알고 보니 '바이러스' 때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에 걸렸다가 회복됐는데도 기침, 콧물, 가래 등 후유증을 4주 이상 겪은 '롱코비드' 환자는 숙취가 심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린다 겡(Linda N. Geng) 박사 연구팀은 롱코비드 증상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근육통성 뇌척수염/만성 피로 증후군(ME/CFS)' 환자에서 알코올 민감성이 증가했다는 보고를 보고, 롱코비드 환자를 대상으로도 알코올 민감성을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ME/CFS 환자 114명을 대상으로 한 영국 연구팀 관찰 연구 결과에서 실험참가자 65~80%가 숙취 증상 증가로 자발적으로 음주 소비량을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스탠퍼드대 롱코비드클리닉(PACS)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 4명을 심층 연구했다. 롱코비드 증상, 경과는 물론 음주 후 행동, 증상 변화 등도 기록했다.

그 결과, 모두가 숙취 증상이 극심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두통, 인지장애, 불안 등 롱코비드 증상을 5개월 동안 겪은 남성 A(60)씨는 코로나19에 감염되기 전 한 달에 적어도 두 번씩 술을 마셨다고 보고했다. 당시엔 한 번도 숙취를 경험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같은 양의 술을 마시자 정수리와 머리 뒷부분이 쥐어짜는 듯한 두통을 며칠간 겪어야 했다. CT와 MRI까지 찍을 정도로 고통스러웠고, 촬영 결과 뇌는 정상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앓고 있는 기저질환이 없었다.

콜라겐 결합에 이상이 생기는 유전질환 엘러스-단로스(Ehlers-Danlos) 증후군, 천식, 빈혈, 저혈압 등의 병력이 있고, 3개월 이상 인지장애, 호흡곤란 등 롱코비드 증상을 겪은 40세 여성 B씨는 코로나19에 감염되기 전 독주가 포함된 칵테일을 7잔 마셔도 취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소량의 술이라도 마시면 3일 동안 심각한 두통과 끔찍한 기분이 느껴진다고 보고했다.

제1형 당뇨병을 앓고 있고 유방암 병력이 있는 여성 C(49)씨는 코로나19 후유증으로 만성 피로, 감각 이상, 호흡곤란, 식욕 감소 등을 11개월 이상 겪었다. 코로나19에 걸리기 전에는 사회 활동을 위해 일주일에 몇 잔 정도는 마셨으나, 코로나19 감염 이후엔 와인 한 잔만 마셔도 다음날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숙취가 심해졌다고 했다. 두통, 졸음, 강한 피로감 등 매우 심한 숙취 증상이 나타나, 이 경험 후 7개월간 아예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손발이 차가운 레이노증후군, 수면 무호흡증 등 기저질환이 있는 36세 여성 D씨는 코로나19 후유증으로 피로, 수면부족, 브레인포그, 탈모 등의 증상을 1년간 경험했다. 마찬가지로 D씨도 이전에는 사회생활을 위한 음주에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코로나19 감염 이후 비슷한 양을 알코올을 마시면 홍조,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

연구팀은 "롱코비드 환자가 코로나19 감염 후 알코올 반응이 민감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사례보고 연구를 통해 알 수 있었다"며 "체내 바이러스가 유발하는 신경염증은 뇌혈관으로 외부 물질이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 혈뇌장벽을 약화하는데, 혈뇌장벽 약화로 알코올이 뇌에 더 많이 들어가면서 심각한 숙취가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어 "최근 롱코비드 환자에서 장내 미생물 총 변화가 관찰됐는데, 이 변화가 알코올 흡수도를 변화시켰을 수도 있다"고 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의학저널 'Cureus'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