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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자 주는데 치료제 쑥쑥...글로벌제약사 실적 성장 이끈 HIV 치료제

산포로 2023. 11. 28. 09:54

감염자 주는데 치료제 쑥쑥...글로벌제약사 실적 성장 이끈 HIV 치료제

평생 복용해야 하는 약
HIV 치료제 발전 속 기대여명 늘어
“조기 치료시 만성질환처럼 관리 가능”

 

길리어드와 GSK의 'HIV 치료제' 빅타비정과 도바토정. /각 사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가 글로벌 제약사들의 실적 성장을 견인하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HIV는 에이즈(AIDS)를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다.

 

27일 HIV 치료제 선두주자인 글로벌 제약사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와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올해 3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두 회사 모두 HIV 치료제 부문 매출 증가가 이 회사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길리어드의 HIV 부문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 증가한 46억6700만달러(약 6조 896억원)로 나타났다. 특히 이 회사의 대표 HIV 치료제인 ‘빅타비(Biktarvy)’의 3분기 매출은 30억9000만달러(약 4조 318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2% 증가했다.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올해 3분기 HIV 치료제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늘어 16억2300만파운드(약 2조 6532억원)를 기록했다. GSK의 HIV치료제 중 가장 매출액이 큰 항바이러스제 ‘도바토(Dovato)’의 올해 3분기 매출은 4억7700만파운드(7806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37% 늘었다. 같은 기간 주사제형 HIV 치료제 ‘카베누바(Cabenuva)’ 매출도 87% 증가해 1억8200만파운드(2,983억원)을 기록했다. GSK는 이 회사의 HIV 치료제 분야 매출이 오는 2026년까지 매년 평균 6~8%씩 늘어 70억파운드(8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HIV 신규 감염자 수는 감소하는 추세다. 그럼에도 글로벌 제약사들은 오히려 HIV 치료제 처방과 매출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제품군과 영업 마케팅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엔 HIV 질병 특성과 치료제의 발전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HIV는 감염되면 만성질환처럼 평생 치료제를 복용해 관리해야 하는 질병이다. 즉, HIV치료제 기술이 발전하면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의 수명이 길어져 그만큼 처방도 늘고 있는 것이다. 또 중동과 동유럽, 중앙아시아 일부 국가에선 HIV 신규 감염 발생이 외려 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한국은 2022년말 기준 생존 HIV 감염인은 1만5880명으로, 전년보다 683명(4.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신규 HIV 감염인의 연령은 20-30대로 낮아지고 있다.

 

초기 HIV 치료제는 많은 알약을 복용해야 했고 부작용도 심해 환자 삶의 질 유지가 어려웠다. 삶의 질이 낮아지면 약물 순응도가 낮아진다. 바이러스 치료에서 약물 순응도가 떨어지는 것은 내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글로벌 제약사들이 앞다퉈 유효성, 안전성, 복약편의성을 개선시키면서 1일 1회 1정 치료제, 주사제 등으로 치료제를 발전시켰다.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실적 성장을 이끌고 있는 HIV 치료제 ‘빅타비’는 2019년 7월 출시했다. 이 회사는 연구개발을 거쳐 HIV-1 노출 전 감염 위험 감소요법으로 허가 받은 ‘트루바다’부터, 1일 1회 1정으로 복약편의성을 높인 ‘스트리빌드’, 신독성과 골절 위험을 개선한 ‘데스코비’와 ‘젠보야’ 등을 잇따라 내놨고, 이후 치료효과와 편의성을 향상시킨 최신 2세대 통합효소억제제 ‘빅타비’를 내놨다.

 

GSK의 HIV 치료제 단일정 ‘도바토’는 치료 경험이 없는 HIV 감염인뿐 아니라 기존 치료 경험이 있는 HIV 감염인에 모두 사용 가능한 항바이러스제다. 특히 성인 뿐 아니라 체중 40kg 이상의 12세 이상 청소년의 HIV감염 치료에 승인된 최초의 2제 경구 복합제다. 이 회사가 장기지속형 제제로 개발한 HIV 치료제 ‘카베누바’는 1개월 또는 2개월마다 투여하는 주사제 방식이다. HIV 환자는 감염 사실이 공개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향으로 매일 경구용 약물을 복용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주사제로 개발했다.

 

이는 에이즈 사망자 수 감소에도 기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HIV를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약 10년 후 HIV 감염인의 약 50%가 에이즈로 진행되고, 15년 후에는 약 75%가 에이즈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4년 전 세계적으로 에이즈 관련 사망자는 200만 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2022년 기준 약 63만명으로 69%나 감소했다.

 

GSK 관계자는 “HIV는 치료제가 발전하면서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과 같이 관리가능한 질환이 됐다”며 “효과적인 치료제로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에이즈로 이행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HIV 예방과 치료의 가장 첫 단계로 HIV 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감염 초기 단계부터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HIV 취약계층이라면 6개월마다 정기 검진이 권장된다. HIV 신속 검진은 거주지와 상관 없이 가까운 보건소에서 무료로, 그리고 익명으로 가능하다. 다만, 신속 검사 결과에서 정밀 검사 대상자로 안내 받은 경우에는 정밀 혈액 검사를 추가로 받아야 한다. 정밀 혈액 검사에서 양성으로 확진받으면 보건소 에이즈 담당자 연락처로 전화해 상담과 지원 안내를 받을 수 있다.

 

☞ HIV와 에이즈(AIDS)

HIV는 몸의 면역세포가 서서히 파괴돼 면역체계 손상을 일으켜, 각종 감염증과 피부암 등 악성종양 등이 생겨 사망까지 이르게 된다. HIV 감염에 의한 결과로 나타나는 여러 증상이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다. HIV 감염인은 단순히 체내에 HIV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을 말하고, 에이즈 환자는 HIV가 면역 세포를 파괴해 면역세포 수가 기준치 미만이거나 주폐포자충 폐렴 등 기회 감염이 나타난 환자를 칭하는 것이다. 매년 12월 1일은 HIV 질환에 대한 편견을 걷어내기 위해 제정된 날이 ‘세계 에이즈의 날’이다.

 

조선비즈(chosun.com) 허지윤 기자 입력 2023.11.27 14: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