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흡충(간디스토마)에 대한 오해와 진실
수산연구원, "양식 민물고기에는 간흡충 없어"
최근 민물고기 양식업체들이 울상이다. 간흡충(간디스토마)에 감염된 환자의 대부분이 민물고기를 즐겨먹는 식생활 습관 때문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온 후 양식 민물회를 먹는 사람들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떤 민물고기이든 먹으면 모두 간흡충에 감염될까? 사실 그렇지 않다.
▲ 간디스토마의 원인이 되는 간흡충은 민물고기를 익혀 먹지 않은 경우에 감염된다. 그러나 양식 민물고기에는 간흡충이 서식하지 못한다. 중간숙주인 쇠우렁이가 없기 때문이다. ⓒ스탠포드 대학
국립수산과학원은 간흡충은 자연생태계에 서식하는 중간숙주인 쇠우렁이를 통해서만 감염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양식 민물고기는 간흡충에 감염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국 향어, 무지개송어 양식장에서 간흡충 감염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국내외 연구자료에서도 양식산 민물고기에서는 간흡충이 검출되지 않았다. 민물고기 양식장에서는 검증된 사료를 먹이로 공급하고, 소독, 방역 등으로 사육관리를 하고 있어, 간흡충을 옮기는 중간숙주인 쇠우렁이가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양식 민물고기는 회로 먹어도 간흡충에 감염될 걱정이 전혀 없다. 그러나 강이나 호수에 서식하는 자연산 피라미, 참붕어 등은 간흡충의 중간숙주인 쇠우렁이와 함께 서식하므로 이들로부터 감염되기 쉽다. 간흡충, 그 오해와 진실은 무엇인가?
시간을 1960년대로 되돌려 추억에 젖어보자. 당시 초등학교를 비롯해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던 학생들에게는 과히 반갑지 않은 연례행사가 있었다. 대변검사였다. 대변을 통해 기생충 감염여부를 확인하는 일이었다.
학생들은 선생님이 나눠준 조그마한 비닐 봉지에 일정한 소량의 대변을 받아 갖다주면 주로 보건소 직원들이 현미경으로 변을 검사해 어떤 기생충이 있는지 확인한다. 그래서 기생충 종류에 따라 해당 학생들에게 약을 나눠준다.
당시에 약이 독했는지, 부작용이었는지는 모른다. 빈 속에 그 약을 먹고는 시들시들 힘 없어 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그래서 오후에는 수업을 하지 않고 책상에 엎드려 휴식을 취하거나 잠을 자기도 했다. 왜 집으로 보내지 않았냐고? 집에 가서 밥을 먹으면 약효가 떨어진다. 그래서 일부러 못 가도록 한 것이다.
당시를 생각하면 주요 감염된 기생충은 회충, 요충, 그리고 편충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중에서도 지렁이와 거의 비슷하게 생긴 회충은 거의 대부분에게 있었다. 그래서 선생님은 회충이 몇 마리 나왔는지 확인하여 말하라고 했다.
아마 5~6마리 정도가 일반적이고 약 이틀에 걸쳐 대변과 함께 나온다. 그런데 놀랍게도 20마리 심지어 30마리가 나왔다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 정도면 대변 전체가 죽은 회충들이다. 많이 나온 학생들은 선생님으로부터 칭찬을 받기까지 했다.
그러면 지금 대변검사를 실시한다면 어떤 기생충이 제일 많을까? 안타깝게도 추억에 어린 회충은 찾아볼 수 없다. 요충이나 편충 역시 발견하기 어렵다. 발견된다면 아마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정도니까 말이다.
이러한 기생충이 줄어든 것은 갑자기 일어난 현상이 아니다. 1992년에 이미 0.3%로 멸종의 조짐을 보였다. 그 뒤 더 줄어 0.05% 선을 힘겹게 유지하고 있다.
대변검사 1위는 간흡충으로 2% 차지해
최근 대변검사에서 1등을 차지하는 기생충은 2%를 기록한 간디스토마(liver distoma)다. 우리나라 인구를 5천만으로 잡으면 100만 명이 간디스토마에 감염돼 있다는 결과가 나온다. 놀라운 점은 간디스토마가 지속적으로 꾸준하다는 점이다.
1971년 이후 시행한 7차례의 대변검사에서 늘 2% 내외의 감염률을 보였다. 간디스토마가 1위가 된 건 갑자기 늘어나서가 아니라 회충을 비롯한 다른 기생충들이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간디스토마가 꾸준할 수 있었던 이유는 회충이 사람에서만 어른이 되는, 까다로운 기생충인데 반해 간디스토마는 사람은 물론이고 쥐나 살쾡이 등 다른 동물에서도 어른이 된다. 회충이 암수딴몸으로 암컷과 수컷이 모두 한 사람에게 들어가야 알을 낳을 수 있는 반면 간디스토마는 암수한몸이라 혼자서도 얼마든지 알을 낳을 수 있다.
또한 간디스토마의 수명이 굉장히 길다는 점도 작용한다. 회충은 1년 반 정도면 수명을 다한 채 사람 몸에서 빠져나가 버리지만, 간디스토마는 사람 몸에서 20년 이상 살 수 있다. 이걸 어떻게 알아냈을까?
간흡충 수명 20년 이상
단국대 의과대학의 서민 교수의 이야기를 잠시 들어보자. 중국에 살던 사람이 호주로 이민을 갔다. 그는 그 뒤 호주 밖으로 나가지 않은 채 26년간 살다가 죽었다. 그런데 부검을 해보니 간에서 살아 움직이는 간디스토마가 나온 거다.
간디스토마는 중국과 일본,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에만 국소적으로 분포한다. 그래서 그가 호주에서 간디스토마에 추가로 걸렸을 확률은 없다. 그가 중국을 떠나는 순간 간디스토마에 걸렸다고 가정해도 최소한 26년을 그의 간 속에 자리를 틀고 살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정말 징글징글한 기생충이다.
▲ 디스토마는 비단 간과 폐에만 기생하는 것이 아니다. 인체의 여러 기관에 기생한다. 피부에 발진을 일으키기도 한다. ⓒ위키피디아
디스토마는 입(stoma)이 두 개(di)라는 뜻으로 위쪽에 있는 진짜 입 말고도 몸 중간쯤에 입이 하나 더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그리고 암수한몸이다. 간디스토마는 사람의 담도(膽管, 쓸개관), 즉 담즙의 통로에 기생하며 담즙을 먹으며 산다.
간디스토마를 바닥에 놓고 담즙을 떨어뜨리면 담즙이 있는 쪽으로 기어간다. 간디스토마는 숫자가 적을 경우엔 별다른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다. 디스토마가 많이 들어오면 복통, 식욕부진, 피로감 등이 유발된다.
담도의 기능이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을 소장으로 운반하는 거니, 간디스토마로 인해 담도가 막히면 담즙이 혈액으로 흡수되어 황달이 일어날 수 있다. 담도에 사는 간디스토마가 알을 낳으면 사람이 변을 볼 때 알도 같이 나간다. 내보낸 알이 어떤 경로로든 물에 가면 알의 뚜껑이 열리고 유충이 나온다.
유충은 쇠우렁이라는 1센티 내외의 조그만 우렁이에 들어가 꼬리가 달린 유충으로 발육한 뒤 빠져 나온다. 꼬리를 이용해 헤엄을 치던 유충은 민물고기의 근육으로 파고들어간다. 거기서 둥근 주머니를 만들고 꼬리를 뗀 다음 그 안에서 서식한다.
사람은 물고기의 근육, 다시 말해서 싱싱한 생선회를 먹을 때 주머니 안에 든 유충을 같이 섭취함으로써 간디스토마에 걸리게 된다. 대부분의 간디스토마 감염자는 강 유역에 사는 사람들이다. 강에서 잡은 물고기를 회로 즐겨먹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날에는 풍토병으로 간주되기도 했다.
붕어나 잉어, 모래무지, 향어 등이 간디스토마의 감염원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간디스토마의 수명이 긴 만큼 민물고기를 회로 만들어 먹을 때는 간디스토마가 몸에 축적된다는 걸 생각하는 것이 좋다.
다른 기생충과 달리 간디스토마가 여러 안 좋은 증상을 일으키는, 비교적 해로운 기생충인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민물고기 회를 꺼리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한 가지 알아둬야 할 것은 그렇다고 해서 양식 물고기까지 거부할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회를 먹고 싶은데 간디스토마가 무섭다면 양식 물고기를 먹는 것이 좋다. 자연산이 더 맛있으니 꼭 자연산을 먹어야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대신 한 달 후에 디스토마 약을 먹는 걸 잊어선 안 된다. 간디스토마의 유충이 사람 몸에서 어른이 되기까진 4주 정도의 시간이 걸리고, 유충은 성충보다 약에 잘 안 들으니까 말이다.
김형근 객원기자 | hgkim54@naver.com 2013.06.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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