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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홍수-냉해에도 잘 자라는 밀-쌀 나온다

산포로 2011. 3. 11. 11:37

가뭄-홍수-냉해에도 잘 자라는 밀-쌀 나온다

식량대란 식물유전자로 넘는다

 


식품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다. 그러나 세계 식량대란의 서막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4일 지난달 ‘세계식품가격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6월부터 8개월 동안 연속 올랐다. FAO는 주요 곡물생산국에 이상기후가 발생해 곡물가격이 전년에 비해 70% 이상 올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환경 파괴와 이상기후로 경작지는 계속 줄어들고 있지만 곡물생산량은 인구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한다. 가진 자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올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대비해 세계 과학계는 환경 변화에 대처하는 기능을 가진 식물 유전자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학자들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연구재단 등의 지원을 받아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다.

●가뭄 견디는 유전자 ‘ABCG40’

세계 최대의 밀 생산국인 러시아와 중국의 극심한 가뭄 때문에 밀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아프리카 남미 인도 등 주요 곡물 생산지에서도 물 부족을 겪고 있다. 이런 악조건에 대항할 수 있는 유전자가 바로 ‘ABCG40’이다. 이영숙 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팀은 “식물의 잎 표면에 있는 ABCG40이 건조한 환경에서 잘 견디게 해준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해 1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식물은 물이 부족할 때 기공을 닫아 내부에 있는 수분이 날아가지 않게 보호한다. 이때 기공을 빨리 닫게 하는 물질이 ‘아브시스산’이라는 호르몬이다. 이 교수는 “ABCG40이 식물 세포에 흡수되는 아브시스산을 조절한다”며 “ABCG40의 기능이 왕성해지면 가뭄에도 시들지 않고 사막화가 진행되는 지역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이 된다”고 설명했다. 사막화 초기 단계인 지역에 이 식물을 심으면 사막화도 방지할 수 있는 셈이다.

●토양 정화하는 유전자 ‘AtABCC’

세계 1위의 쌀 수출국인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지역의 중금속 오염도 문제다. 중금속에 오염되는 토양이 많아질수록 안전한 경작지는 줄어든다. 이 교수팀은 중금속에 중독되지 않으며 토양 속의 중금속을 제거할 수 있는 유전자 ‘AtABCC1’과 ‘AtABCC2’를 발견했다.

두 유전자는 중금속인 비소를 세포 속 작은 기관인 ‘액포’에 저장했다가 밖으로 내보내도록 만든다. 액포 속에 가둬둔 비소는 다른 생체조직과 격리돼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는다. 이 교수팀은 두 유전자의 기능이 활발한 식물로 토양 속의 중금속을 효과적으로 제거한 연구 결과를 지난해 11월 PNAS에 발표했다. 이 교수는 지난달 이 연구로 지난해 PNAS의 최우수 논문에 주는 ‘코차렐리상’을 받았다. 그는 “두 유전자를 이용하면 환경오염으로 줄어드는 경작지를 되살리고 곡물생산량도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추위, 병충해, 염분 극복 유전자 발견

냉해를 견디게 하는 유전자도 찾아냈다. 농촌진흥청 시스템합성농생명공학사업단은 식물에 한파나 폭설이 닥쳐도 튼튼하게 유지해주는 유전자인 ‘AtTDX’를 발견해 2009년 PNAS에 발표했다. AtTDX는 환경이 갑자기 바뀌어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생체기능을 조절하는 단백질의 구조를 변화시켜 식물이 시들지 않도록 보호한다. 이상열 단장(경상대 생명과학부 교수)은 “AtTDX는 면역체계와 비슷한 기능을 한다”며 “이상기후가 발생하는 지역은 냉해 가뭄 홍수가 번갈아 발생하기 때문에 식물 자체가 튼튼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지구온난화로 경작지의 온도가 상승해 병충해의 피해가 잦아지는 현상을 막아주는 유전자도 발견하고 있다. 고려대 황병국 교수팀은 ‘ABR1’이 병원균의 증식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밝혀 지난달 미국식물학회 공식 학술지인 ‘플랜드셀’에 발표했다. ABR1은 병원균이 걸린 부위의 세포를 스스로 죽게 해 번지는 현상을 막는다.

또 염분이 많은 인도의 간척지에서 안정적으로 식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돕는 유전자도 알아냈다. 인도는 세계 2위의 밀과 쌀 생산국이다. 이영숙 교수팀은 ‘PDR8’이, 이상열 단장팀은 ‘CGL1’이 염분에 저항성이 있다는 사실을 밝혔고 농진청은 ‘OSKAT’, ‘CBL’의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다양한 식물유전자가 서로 영향을 주며 기능을 발휘하는 방식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이인석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팀은 “비슷한 기능을 가진 식물유전자는 서로 모여 있기 때문에 이를 분석하면 기존보다 10배 이상 쉽게 밝힐 수 있다”며 “벼의 유전자 네트워크를 연구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세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jul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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