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팀 "임산부 코로나19 백신 접종 서둘러아"…태아 감염 없지만 항체 전달 적어
임산부 고위험군 분류됐지만 '부작용' 우려 접종 제외
미국 연구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에 걸린 임산부가 태아를 바이러스에 감염시키지는 않지만 항체를 전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다만 산모에게서 태아로 넘어온 코로나19 항체 양이 다른 질병에 대한 항체보다는 눈에 띌 정도로 적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안드레아 에드로우 미국 하버드대 의대 산부인과 및 생식생물학 교수팀은 코로나19에 감염된 산모 64명을 분석한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미국의사협회지(JAMA) 네트워크 오픈'에 22일(현지시간) 소개했다.
현재까지 사례로 살펴보면 임신 중 코로나19에 걸릴 경우 중증으로 발전할 확률이 높다. 한국을 비롯해 각국 보건당국은 이런 이유로 임산부를 코로나19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백신 우선접종 순위에 올려놓고 있다. 하지만 백신이 산모에 어떤 면역 작용을 유발하고 태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연구가 충분치 않아 실제 백신 접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 접종을 시작한 미국과 영국에서도 관련 임상 데이터 부족을 이유로 산모는 접종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연구팀은 지난 4월 2일부터 6월 13일 사이 미국 보스턴의 병원 3곳을 다닌 산모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이 기간 동안 병원을 오고간 이 지역 산모는 모두 127명으로 이 중 64명이 코로나19에 양성 반응을 보였다. 연구팀은 산모와 태아를 대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존재 여부를 조사했다.
코로나19에 걸린 임산부들의 입과 후두, 기관지 등 호흡계에서는 바이러스가 발견됐지만 감연된 산모들의 ‘제대혈’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 제대혈은 태반과 자궁 내 태아의 배와 모체를 연결하는 탯줄 속을 흐르는 혈액이다. 제대혈 외에 태반에서도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고 태아에게서 바이러스가 발견된 사례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산모의 혈액 안에 바이러스가 충분치 않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간세포로 들어갈 때 필요한 수용체들이 태반에 없기 때문에 아기에게 바이러스가 전달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에 대한 산모들의 항체 반응도 조사했는데, 조사 대상자 대부분이 항체 반응을 보였다. 태아들에게도 그 항체가 전달이 되지만 그 양은 매우 적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태반을 통해 항체가 전달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인플루엔자(독감) 항체와 비교했을 때도 코로나19 항체 전달은 그 양이 현저히 적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를 근거로 코로나19 백신 접종 계획에 산모가 포함돼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코로나19 항체는 다른 질병에 대한 항체와 비교해 특이적으로 태아에게 전달되는 효율이 낮았다”며 “임산부를 코로나19 백신 접종 계획에 포함해야 하는 핵심적인 집단이라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고위험군인 산모를 보호하고 태아에게 전달되는 항체의 양을 늘리기 위해 백신 접종을 서둘러야 한다는 설명이다.
임산부의 코로나19 항체가 태아들에게 전달된다는 연구결과는 지난 19일에도 소개됐다. 싱가포르의 매체인 채널뉴스아시아(CNA)에 따르면 싱가포르 산부인과 연구네트워크가 코로나19에 걸렸다 완치된 임산부 16명을 추적조사 했는데, 연구결과 발표 때까지 이들에게서 태어난 신생아 5명이 항체를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생아의 항체 수치는 다양했다. 연구팀은 “항체가 신생아를 어느 정도 보호할지 아직 확실치 않다”고 설명했다.
동아사이언스 (donga.com)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2020.12.23 1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