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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저소득 국가 공급 등 난제 풀어야”

산포로 2020. 11. 6. 11:32

“코로나19 백신, 저소득 국가 공급 등 난제 풀어야”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 코로나19 백신 이슈 발표


“전 세계 곳곳에 백신이 확산되지 못한다면 코로나19는 언제든 다시 대유행을 하게 될 것입니다. 백신 개발만큼 중요한 것이 유통에 대한 준비입니다.”


이화여대 생명의료법연구소와 한국법제연구원이 3일 온라인에서 개최한 ‘2020 국제 콘퍼런스-코로나19 백신의 정책적 이슈들’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무엇이 특별한가’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은 백신 유통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미국 예일대 의대를 졸업하고 듀크대 메디컬센터에서 감염질환 펠로십 과정을 수료한 뒤 미국 육군 HIV연구프로그램(MHRP)의 수석 부책임자 등을 역임한 백신 전문가로 2015년부터 IVI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1997년 설립된 IVI는 저렴하고 효과적인 백신의 개발과 보급을 목적으로 유엔개발계획(UNDP)에 의해 설립된 국제기구로서 한국에 본부를 둔 최초의 국제기구이기도 하다.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 ⓒ 행사 화면 캡처

10개 중 1개도 성공하기 어려운 백신 개발…코로나19도 성공 여부 장담 못 해


김 사무총장은 “수차례의 임상을 거쳐 규제 기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백신 개발은 매우 어려운 과정”이라며 “코로나19 백신 개발에도 아직 풀리지 않은 질문이 여러 개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한번 감염되면 면역이 생기는지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전 세계적으로 20여 건의 재감염 보고가 있었고 그중 2명은 재감염 시 증세가 더 심각해졌다. 김 사무총장은 “인플루엔자의 변종이 90개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코로나19도 변종이 계속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하나의 코로나19 백신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또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을 증명하는 데이터 역시 아직 확보되지 않았다. 그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백신 개발에는 5~10년이 필요하고 수십억 달러가 소요된다. 하지만 대규모의 시간적, 경제적 투자를 하고도 실패 확률이 93%에 이를 정도로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김 사무총장은 “코로나19 백신을 6~18개월 내 개발한다는 것은 굉장히 야심찬 계획”이라며 “제약사들이 적극적으로 개발에 나설 수 있도록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의 지원, 각국 정부의 자금 보조 등이 이루어짐으로써 개발 프로세스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코로나19 백신 개발 현황ⓒ 행사 화면 캡처

IVI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전 세계적으로 180개 이상의 백신 후보물질이 있고 이중 46개에 대해 1~3상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미국의 다국적 제약사 모더나가 앞서가고 있다. 모더나는 최초로 면역원성 데이터를 발표했고 백신 생산에 돌입했다. 백신을 공동 개발하고 있는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도 임상 3상 막바지 단계로 조만간 생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존슨앤드존슨도 개발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 밖에 중국과 러시아 당국이 긴급 생산 승인을 하면서 일부 제약사들이 약효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백신을 생산하고 있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김 사무총장은 “전 세계적으로 적극적인 투자와 제도적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이르면 11~12월 코로나19 백신의 성능이 입증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에서는 현재 SK바이오사이언스, 제넥신, 진원생명과학 등 3개사가 백신을 개발하고 있으며 그중 1종이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또 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 등은 SK바이오사이언스, GC녹십자 등 국내 기업을 통해 개발한 백신을 생산할 계획이다.


“로타바이러스 악몽 재현 안 된다”…백신 거부 개인 설득도 관건


김 사무총장이 코로나19 백신 개발보다 더 우려하는 것은 백신의 유통이다. 제롬 김 사무총장은 “코로나19 백신이 곧 코로나19 종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예방접종을 해야 의미를 갖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로타바이러스의 악몽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며 “어린이들에게 설사병을 일으키는 로타바이러스의 경우 미국에서는 백신 도입 3년 만에 70%의 어린이가 백신을 맞아 종식됐지만 2012년까지도 전 세계 60%의 아동이 백신 공급을 받지 못해 바이러스에 시달려야 했다”고 강조했다. 일부 국가나 지역에서만 백신 접종이 실행될 경우 결국 코로나19는 다시 확산될 것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백신 개발 이후 백신 제조와 전 세계 유통이 중요하다. 제약사들이 백신 개발에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제조에는 그만큼 힘을 싣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빈부격차도 백신 확산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김 사무총장은 “백신 가격이 평균적으로 8~9만 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정도 수준이라면 저소득 국가에서는 백신 접종이 어렵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미 미국, EU, 영국, 일본 등 고소득 국가에서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백신 선주문을 서두르고 있지만 저소득 국가들은 이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백신의 공동 조달 및 공평한 분배를 위한 범국가적 기구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에 전 세계 140개국이 참여해 활동을 하면서 이 문제에 대한 해결의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그는 전했다.


물리적인 측면에서도 확산에 어려운 점이 있다. 백신은 냉장 배송(콜드체인)을 해야 하는데 일부 백신의 경우 영하 70~90도의 온도가 필요해 항공 운송 등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또 국가별로 고르게 백신이 배포되더라도 동일 국가, 지역 내에서 어느 계층부터 접종을 시작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수적이다. 김 사무총장은 “의료진, 고령층, 기저질환자, 아동에게 먼저 접종해야 하겠지만 이에 대한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개인의 백신 거부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유럽, 북미 등에서는 백신에 대한 반감이 상당한 상황이다. 실제 도이치뱅크 dbDIG 프라이머리 리서치에서 지난 9월 미국, 프랑스, 독일 등 6개국 거주자를 대상으로 백신을 맞을 것인지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최대 38%가 ‘백신을 안 맞을 것’이나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설문 결과 ⓒ 행사 화면 캡처

김 사무총장은 “의료진이 나서서 국민들에게 백신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공동체를 위한 것이라고 호소해야 한다”며 “백신 접종 후 안전성을 보장해 줄 수 있는 긴급 도우미 제도 등 지원 역량도 확보해야 할 것”이라는 조언으로 발표를 마쳤다.


황지혜 객원기자 jhhwanggo@gmail.com 2020.11.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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