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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침방울도 수m 퍼진다” WHO, 공기감염 뜻 바꿨다

산포로 2024. 4. 19. 13:11

“커다란 침방울도 수m 퍼진다” WHO, 공기감염 뜻 바꿨다

침방울로 전파되는 ‘비말감염’도 공기감염에 포함시켜

 

한 여성이 팔꿈지 안쪽 소매로 입을 가리고 재채기를 하는 모습./세브란스병원
 
 

세계보건기구(WHO)가 ‘공기감염’에 대한 정의를 고쳤다. 이전까지 ‘비말(飛沫·침방울)감염’이라 부르는 경로까지도 공기감염에 포함시켰다.

 

공기감염은 병을 일으키는 병원체가 매우 작아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다른 사람을 전염시키는 경로를 말한다. WHO는 ‘이보다 큰’ 병원체도 충분히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전파될 수 있다는 내용을 넣은 보고서를 18일(현지 시각)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전까지 WHO는 세 가지 방법으로 병원체가 전파된다고 생각했다. 첫 번째는 감염된 사람이나 오염된 물건을 직접 만져서 감염되는 ‘접촉감염’이다. 두 번째는 감염자가 기침·재채기를 할 때 5㎛(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분의 1m) 이상의 큰 비말이 1-2m 내 가깝게 있던 사람의 눈코입에 직접 닿아 전염되는 ‘비말감염’이다. 마지막으로 ‘공기감염’은 5㎛ 이하의 작은 비말이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다른 이를 전염시키는 방식이다. 결핵이나 홍역처럼 극소수 감염병만 공기매개 전파가 가능하다고 추정됐다.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든 비말이 5㎛보다 크므로 비말감염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이 장기화하는 동안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밀폐된 공간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코로나19가 전파될 수 있음이 밝혀졌다. 즉,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든 비말이 크기와 상관 없이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숨을 통해 호흡기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WHO는 2021년 코로나19가 공기 중에서 수 m까지 퍼져 전염시킬 수 있음을 인정했다.

 

2021년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리워궈 중국 홍콩대 기계공학과 교수 등 과학자 40인으로 이뤄진 WHO 자문단에게 공기감염을 재정의하도록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자문단은 2년 이상 논의한 끝에 이날 비말감염 역시 공기감염에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공기매개 병원체에 대한 글로벌 기술자문 보고서’를 냈다. 자문단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병원체가 전파되는 경로를 ‘접촉감염’과 ‘공기감염’ 두 가지로 구분했다.

 

자문단은 병원체가 든 비말이 공기감염되는지에 ‘5㎛’라는 기준이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고 분석했다. 이보다 더 큰 비말도 오랜 시간 동안 공기 중에 떠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자문단은 단거리 감염이 기침과 재채기를 통해서만 전염이 이뤄진다는 증거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감염자가 숨을 쉬거나 이야기를 할 때도 공기 중으로 비말이 뿜어져 나와 같은 공간에 있는 다른 사람이 이를 들이마셔 전염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자문단에 속한 에드워드 나델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는 “이번 보고서는 공기감염 전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중요한 시작”이라며 “전문가들의 합의를 통해 공기감염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렸다”고 18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타임스를 통해 밝혔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에는 공기감염을 어떻게 막아야 하는지에 대한 권고 사항은 나오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는 사람으로부터 몇 m 떨어져 있으라’는 식으로 비말 전파를 차단하도록 권고해왔다. 전문가들은 공기감염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내려진 만큼, 이에 대한 새로운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고 자료

WHO(2024) https://who.int/publications/m/item/global-technical-consultation-report-on-proposed-terminology-for-pathogens-that-transmit-through-the-air

 

조선비즈(chosun.com) 이정아 기자 입력 2024.04.19. 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