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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초음파로 확인할 수 있는 태아의 선천성 기형과는 무관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코로나19 백신 초기 임상시험에서 임신부가 제외되면서 누락된 퍼즐의 한 조각을 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진은 2021년 3월부터 11월까지 임신부 3156명에 대한 코호트 연구를 진행하고 이같은 연구결과를 미국의사협회(JAMA) 소아과학 저널 4일자(현지시간)에 공개했다.
연구진이 주목한 선천성 기형의 유형은 태아의 심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거나 척추가 제대로 닫히지 않는 ‘주요 태아 구조적 기형’이다. 미국에서는 태아의 3~5%가 이같은 선천성 기형을 안고 태어난다.
2021년 9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임신부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유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CDC의 연구 데이터를 한층 진일보시킨 연구결과다. CDC가 과거 데이터와 비교했다면 노스웨스턴대 연구진은 현재의 대조군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을 받지 않기로 한 임신부, 과학자들이 선천성 기형 발생 가능한 생물학적 위험 기간으로 보지 않는 임신 30일 전부터 임신 14주 사이에 백신 접종을 받은 임신부 등을 대조군으로 연구한 것이다. 다양한 임신 시점에 백신 접종을 받은 임신부들을 직접 비교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연구진은 2021년 3월부터 11월까지 노스웨스턴대 의과대학 여성병원에 기록된 임신부 3156명의 전자의료 기록과 태아 해부학적 초음파 검사가 이뤄지는 임신 19주차 초음파 기록, 코로나19 예방접종 기록 등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 중 최소 1회 백신 접종을 받은 임신부는 2622명(83.1%), 임신 전 30일부터 임신 14주 사이에 예방접종을 받은 임신부는 1149명(43.8%)이었다. 연구진의 코호트 연구 결과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선천성 기형과의 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백신 초기 임상시험 대상자에서 임신부가 배제되면서 임신부의 백신 접종이 과연 안전한지에 대한 논란이 지속됐다. 국내 임신부의 백신 접종률에 대한 공개된 자료가 없지만 약 1~2%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를 주도한 에밀리 밀러 노스웨스턴대 의과대학 산부인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초기 임상에서 임신부가 제외되면서 생긴 틈을 메우는 데 도움이 되는 중요한 데이터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논문의 제1저자이면서 임신 12주차에 백신 부스터샷(추가접종)을 맞기도 한 레이철 루더만 박사는 “임신부가 백신 접종을 꺼리는 이유는 태아에 대한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번 연구는 선천성 기형 위험이 늘어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백신이 산모와 태아에게 안전하고 유익하다는 다른 증거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동아사이언스 (dongascience.com)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2022.04.05 14:07